세계의 재래시장 시리즈, 그 첫번째 여행지는 바로!!
'영국 런던의 재래시장'입니다!
특히 런던의 '포토벨로 시장'은
영화 <노팅힐>의 배경으로 나와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죠.
그야말로 빈티지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킬로미터 남짓한 시장거리를 걷는 동안
무언가 많은 사연을 가졌을 듯한
빈티지 제품들과 앤티크 제품들을 셀 수 없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포토벨로'외에도
젊음이 가득한 '캠든 타운', 없는 것 없이 다 있다는 '브릭 레인'
음식을 원하는 사람에게 최고의 장소인 '버러 마켓'까지
그야말로 재래시장을 통해 영국의 정취를 다양하게 느끼실 수 있답니다.
생활과 밀접한 제품을 파는 우리의 시장보다는 조금 더
잡화점스럽지만^^ 영국만의 멋을 간직한 그곳의 재래시장을 만나 보시죠.
(사실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이 더 성장하려면
식품류만 판매할 게 아니라, 바로 이런 빈티지한 용품들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빈티지 시장과 벼룩시장을 겸해야 하다고 생각하는 1人입니다. 쿨럭..)
빈티지 천국, 일상의 해방구
영국 런던의 시장
런던은 가보지 않아도 익숙하다. 이 세계적인 메트로폴리탄의 유명세가 그만큼 압도적이라는 의미인데 풍성한 볼거리, 동시대를 앞서가는 문화의 성찬, 간단없이 생산되는 이야깃거리 등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런던에서도 재래시장은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제가끔 다양한 표정과 속살을 지닌 시장들이 산재하는데 그곳에 가면 런던의 멋과 맛, 그리고 활어처럼 싱싱한 삶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사진 노중훈(여행칼럼니스트)
이야기를 간직한 골동품 1 런던의 대표적인 시장인 포토벨로 마켓이 위치한 노팅힐. 다양한 종류의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어 곤고한 일상에 숨통을 틔워 주는 휴식처 역할을 한다. 2 빅토리아 스타일로 건축된 타워 브리지는 런던의 아이콘 가운데 하나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런던 시민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 크고 작은 고딕풍의 첨탑이 있어 마치 중세의 성을 연상시킨다. 사진 노중훈(여행칼럼니스트) . 3, 4, 5, 6, 7, 8, 9 포토벨로 마켓은 평일에도 사람들로 박신박신하지만 주말이면 더욱 소란스러워진다. 런던 최대의 벼룩시장이 서기 때문이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각종 골동품에서부터 기발한 아이디어의 패션 소품과 생활 잡기들까지 온갖 물건들이 거리를 메운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 뜻하지 않은 보물을 발견할 수도 있다. 런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 문화 체험의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템스 강도 있다. 한강이 서울 변천사의 얼굴이고, 차오프라야 강이 방콕 발전의 토대이며, 테베레 강이 로마의 역사를 지켜봤듯이 런던은 템스 강과 더불어 흘러왔다. 런던의 랜드마크인 타워 브리지가 강 하류에 위치하고 있으며, 타워 브리지와 함께 런던을 상징하는 국회의사당 및 빅 벤도 템스 강과 어우러져 화려한 풍경을 뽐낸다. 강변을 따라 산책을 즐기거나 크루즈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템스 강이 런던에 끼친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다.
그런데, 런던의 여러 시장들을 둘러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장이야말로 런던 여행의 금과옥조라고 입을 모은다. 버킹엄 궁의 위병 교대식보다 커다란 구경거리이고, 대영박물관 못지않은 문화의 보고이며, 고급 유명 백화점인 해러즈보다 살거리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다른 명소들을 뒤로하고 ‘마켓 투어’로만 런던 일정을 짜도 며칠은 너끈히 소요된다. 명절에나 잠깐 반짝할 뿐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뜸해지는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을 떠올리자면 부러운 일면이 아닐 수 없다.
런던의 이름난 시장들 가운데 가장 앞줄에 서는 곳이 노팅힐의 포토벨로(Portobello) 마켓이다. 영화 <노팅힐>의 배경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곳이다. 영화 개봉 이후, 윌리엄 대커(휴 그랜트)와 안나 스콧(줄리아 로버츠)이 처음 만났던 포토벨로는 젊은 연인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유명 거리로 다시 태어났다. 안나가 기자회견을 하던 스트랜드 거리의 사보이 호텔과 영화 마지막 부분 안나와 윌리엄이 결혼 피로연을 벌인 헴펠 호텔의 젠 가든, 윌리엄이 운영하던 작은 여행 서점 ‘트래블 북’ 등은 노팅힐 마니아들을 위한 성지순례 코스에 다름 아니다.
2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따라 펼쳐진 포토벨로 마켓에는 그야말로 다종 다기한 물건들이 포진해 있다. 이가 빠진 사기그릇부터 키치풍의 패션 소품이나 낡은 악기, 골동품 카메라, 앤티크 제품, 무엇보다 빛이 바래 더욱 멋이 나는 가죽 제품 등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린다. 오래된 서적에서부터 장신구, 음반, 램프, 유리 제품, 인형 등 손때가 덕지덕지 묻은 중고 제품들이 지천으로 널렸다.
어깨를 나란히 한 각종 노점들 사이로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 물건 값을 치르는 사람, 노천카페에 앉아 좌흥을 돋우는 사람들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전문 중고 상인들도 있지만 자신의 소장품을 직접 들고 나온 사람들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물건 사는 재미에 더해 그 물건에 담긴 에피소드까지 덤으로 들을 수 있다.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점철된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라지만 그 인생의 갈피마다 들어서 있는 물건들 역시 진진한 사연을 품고 있는 법이다.
10 포토벨로 마켓의 노천카페에서 한담을 나누며 주말의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 11 영화 <노팅힐>에서 휴 그랜트가 운영하던 서점의 실제 모델인 더 트래블 북숍. 포토벨로 마켓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12 포토벨로 마켓에서 이뤄진 간이 축제 및 거리 공연의 모습. 매년 8월이면 열대 카니발이 열려 거리는 흥분의 도가니가 된다. 13 운하를 굽어보는 다리 건너편으로 캠든 록 마켓이 펼쳐진다. 14 노천카페와 노점상, 그리고 각종 상점이 어우러진 캠든 마켓의 풍경.
공존하는 다양한 빛깔의 문화
런던의 대표적인 부촌 가운데 하나인 노팅힐의 풍경을 만끽하는 것도 탐탐한 일이다. 정성들여 가꾼 정원이 있는 집들과 외관을 파스텔 톤으로 칠한 건물들, 그리고 좁다란 도로를 느긋하게 흘러가는 클래식 카는 날로 가팔라져 가는 비명 같은 삶의 속도를 늦추라고 말하는 듯하다. 출처와 용도에 관한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수많은 골동품들과 씨름하다 보면 문득 허기를 느끼게 된다. 그럴 때는 갓 구워낸 빵에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면 좋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다 깎아주는 법이 없는 정통 앤티크 상점들과는 달리 포토벨로 마켓의 빵은 유리지갑 여행객들에게도 전혀 부담이 없을 만큼 저렴하다. 포토벨로 마켓을 찾은 사람들이 빠짐없이 들르는 곳이 앞서도 언급한 ‘트래블 북’의 실제 모델인 ‘더 트래블 북숍’이다. 영화의 각본을 맡았던 윌리엄 커티스가 이 책방을 자주 들르다 서점 주인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생활을 보고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었기 때문에 서점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영화 촬영은 이 서점과 똑같이 만든 세트장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상호에서도 알 수 있듯이 더 트래블 북숍에는 여행 관련 서적이 빼곡하다. 다루는 지역과 담고 있는 내용이 천차만별인 책들을 들추다 보면 어느새 세계 여행을 떠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노팅힐의 여유롭고 느슨한 분위기를 떠나 런던의 요란한 젊은이들과 펑크 문화를 만나려면 캠든 타운(Camden Town)을 방문해야 한다. 언제 찾아도 박신박신한 곳인데 특히 주말에는 사람의 물결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지하철역에서 나오면 우선 온몸에 피어싱을 하거나 머리를 형형색색으로 물들이고 아슬아슬한 차림새를 한 젊은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캠든 타운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알로록달로록한 풍경인데, 처음에는 살짝 긴장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자유분방하고 개성 만점인 분위기에 시나브로 젖어들게 마련이다.
캠든 타운 지하철역과 북쪽의 초크팜 로드 지하철역 사이는 가장 번화한 상업 지역으로 수많은 숍과 레스토랑, 바, 극장, 상점들이 망라돼 있다. 스테이블스, 캐널, 캠든 마켓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시장들은 1985년 이후에 생겨났다. 캠든 하이스트리트를 걸으니 기발한 아이디어로 꾸민 독특한 외관의 상점들이 쉴 새 없이 시선을 붙잡아 끈다. 빈티지 룩을 비롯한 기상천외한 패션 아이템들도 조롱조롱 매달려 있다. 타투와 피어싱 숍은 물론이고 검은색 일색의 고스 족 의상을 판매하는 상점들은 다채로운 문화가 공존하는 이곳의 분위기를 여실히 말해준다. 캠든 마켓에서는 그 어떤 문화와 주의와 개성도 배척당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운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캠든 록 마켓이 나온다. 역시 다양한 볼거리와 쇼핑 아이템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천편일률적인 기념품에 싫증난 사람이라면 이곳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슬며시 웃음을 물게 하는 소소한 물건에서부터 앤티크 마니아들을 위한 희귀품까지 라인업이 충실하다. 한쪽에는 푸드 코트가 마련돼 있다. 우리네 오일장 같은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터키, 스페인 등 다양한 나라의 대표 음식들을 비교적 헐한 값에 맛볼 수 있다. 캠든 타운의 역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운하 옆 안내소를 찾으면 된다. 물론 안내소 앞 벤치에 앉아 수로를 따라 유영하는 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차 한 잔 즐기는 것도 놓치기 아까운 경험이다.
15 캠든 마켓의 거리를 빼곡하게 채운 상점들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동원한 외부 장식으로도 유명하다. 16 개성 만점의 의상을 판매하는 캠든 마켓의 옷 가게. 17 운하를 따라 운행하는 배에 올라 주변 풍경을 완상할 수 있는 것도 캠든 마켓의 매력 중 하나. 18 캠든 마켓에서는 독특한 머리 모양의 사람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19 보기에도 먹음직스런 다양한 베이글을 판매하는 노점상. 20 좋은 품질의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시장으로 이름이 높은 버러 마켓의 꽃 가게. 21, 22 캠든 마켓의 야외 푸드 코트에서 맛볼 수 있는 터키식 양고기 스테이크와 스페인 전통 음식인 파에야. 23 오래된 서적과 희귀 음반을 구입할 수 있는 빈티지 매거진 숍.
숨어 있는 보석 찾기
브릭 레인(Brick Lane)은 빈티지의 천국이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오래된 시장의 법칙을 떠올리게 해 줄 만큼 무궁무진한 아이템이 준비돼 있다. 눈썰미가 조금만 좋아도 보석 같은 물건을 쉽게 건질 수 있다. 비싸지 않은 가격도 매력적이다. 런더너들의 앞선 패션 감각을 엿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골동품과 빈티지에서 벗어나 음식에 좀 더 집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버러(Borough) 마켓이 좋은 대안이다. 13세기부터 열리기 시작했으니 다른 시장에 견줘 유서가 깊다. 외지 사람들이 아닌 지역 주민들에 의해 자체적으로 생성된 곳으로 이들이 직접 잡고, 기르고, 구운 야채, 과일, 생선, 고기, 빵, 꿀 등을 판매한다. 포토벨로나 캠든 마켓에 비해 소박하며 관광지의 냄새도 훨씬 덜하다. 장을 보거나 한 끼 식사를 해결하려는 런던 주민들이 자주 찾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홋홋한 살림살이를 체감할 수 있다. 점심시간에는 바쁜 시간을 쪼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려는 직장인들로 아연 활기를 띤다. 노점과 레스토랑에서 한 줄로 꿰어져 돌아가는 소시지 꼬치구이, 굽는 소리가 매혹적인 두툼한 스테이크, 절로 침이 고이게 하는 수제 초콜릿 등을 보면 ‘런던의 음식은 맛없다’라는 문장에 도리질을 치게 된다. 해거름이 시작되면 마켓 가장자리의 펍과 바에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이내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관광객들은 여행의 감흥을 되살리며 웃음꽃을 피우고, 런더너들은 일상의 곤고함을 털어내며, 여행자와 시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맥주를 들이키며 도도한 취흥에 추썩거린다.
Travel Information
가는 방법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서울-런던 구간의 직항 편을 운영 중이다. 런던은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다. 환상선이나 동서, 남북을 관통하는 다양한 지하철이 운행되고 있으며 외곽으로 나갈 때도 국철을 이용하면 된다. 버스 노선도 잘 정비돼 있어 이용하기 편리하다.
시장 거리 퍼포먼스로 유명한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에도 애플과 주빌리 등 2개의 마켓이 있다. 일정상 주말 마켓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은 이곳을 찾으면 된다. 캠튼 패시지(Camden Passage) 마켓은 앤티크와 빈티지 마니아들이 놓칠 수 없는 곳이다. 포토벨로보타 규모는 작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가 크다. 스피탈필즈(Spitalfields) 마켓은 주로 젊은 디자이너들의 창작물을 팔던 곳이다. 작고 이국적인 카페가 많은 주변 거리도 볼 만하다. 아랍인 주거 지역 부근의 처치 스트리트(Church Street) 마켓은 야채, 과일 위주의 시장이다.
주의 사항 무엇보다 시장이 언제 문을 열고 닫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요일마다, 그리고 품목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오전 일찍 문을 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쇼핑이 목적이라면 서두르는 편이 좋다. 오후에 가면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지 못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런던의 시장에서는 가격 흥정이 어렵다. 값을 깎아주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동남아처럼 바가지를 쓸 일도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노중훈은 10년 가까이 여행에 관한 글을 써 오고 있다. 그의 펜이 겨누는 것은 풍경의 안쪽, 인물의 내면, 문화의 이면이다. 보고 듣고 느낀 바를 표현해 줄 아름다운 모국어가 돋아나기를 늘 기다린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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