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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제품 메이킹 스토리

'옥탑방 왕세자'가 마트에서 '두부'를 보았다면?.....[옛 문헌속 두부의 모습?!]

요즘,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속 

왕세자 이각(박유천 분)과 꽃남 심복들(노랑 초록 파랑 청년들?!)의 
‘좌충우돌 현대 문명 적응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

3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21세기 서울 한복판에 똑 떨어졌으니 
문화적 충격이 상당할 텐데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들의 음식 적응력이 탁월하다는 겁니다. 
(이제 적응을 넘어 식탐의 길로 돌입 중~) 

왕세자께서는 편의점 앞에서 
여학생들이 먹는 컵라면을 향해 침을 꼴깍 삼키더니,
박하 양(한지민 분)이 해준 오므라이스에는 
경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만약, 그가 마트 안에 가득 쌓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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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를 보았다면?!

“아니, 이것이 대체 무엇이란 말이야?”고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조선의 왕세자 이각은 이미 두부를 알고 있거든요. 

조선 궁중에는 두부만 따로 만드는 
두부 장인인 포장(泡匠))이 있었다고 합니다. 

또 두부는
조선시대 왕실과 양반가의 인기 메뉴였다네요. 


오호! 

두부는 사대부들 사이에서 
선물로도 인기가 높았으며, 
조선 말 무렵에는 두부국인 연포탕을 먹는 
‘연포회’가 양반들 사이에서 유행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때도 먹자계가 있었군요. ^^;)

말하자면 조선의 두부는
지금의 파스타나 와플에 버금가는  
트렌디한 인기 메뉴였던 셈입니다. 

(고려 때만 해도 두부는 
‘명절 한정판 한우 1++A 세트’만큼이나
귀한 음식이었지만 조선 중, 후기를 지나면서 
널리 퍼지게 됩니다. 물론 그래도 
지금처럼 매일 쉽게 
먹을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요.)   

조선 왕세자 이각(박유천 분)이 
마트 안 냉장 매대 안에 가득 쌓인
포장 두부를 본다면 
아마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요? 

“아니, 이 많은 두부는 어디서부터 온 것이냐?
정녕 나의 백성들이 이 두부를 
매일 먹는단 말이냐?! 
어허~ 실로, 태평성대로다!”

^^;

그렇다면, 인류는 
언제부터 두부를 먹기 시작했을까요?

두부는 기원전 2세기 전 중국 화이난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기록은 한참 뒤인 
6세기에나 나오기 때문에 이때로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두부의 첫 탄생을 우리나라로 꼽는 이들도 있습니다. 

한반도의 동이족이 콩을 가장 먼저 재배했고, 
맷돌이 낙랑시대 유적에서 나온 것을 들어
삼국 말 혹은 통일신라 초로 주장하는 거지요. 
[두부의 탄생 보러 가기]

일반적인 설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처음 두부를 먹기 시작한 건 
고려 때부터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두부를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을 
송나라, 원나라 때로 보기에 이때쯤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고려 성종 때부터 두부는 사찰의 공양음식으로, 
두부 제조 기술은 
오래된 사찰의 전매특허였다고 합니다. 

조선의 두부는 포(泡)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정약용이 지은 <아언각비>에 따르면

   “두부의 이름이 본래 백아순(白雅馴)이었는데, 
    이를 방언이라고 생각해 따로 이름을 지어 
    포(泡)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여러 능원(왕실의 무덤)에는 
    각각 승원(절)이 있어 여기서 두부를 만들어 바치게 하였으니 
    이 승원을 조포사(造泡寺)라고 하였다.”고 나와 있습니다. 

문헌 속에서 두부가 처음 등장한 것은 
고려 말의 학자 이색의 시문집인 <목은집>입니다.  

이후 두부는 옛 선인들의 글 속에 꽤 자주 등장합니다. 

두부를 향한 옛 선인들의 사랑 고백!과
두부 제조법, 요리법들을 한자리에 모아보았습니다. 

이색의 시문집 <목은집> 속 
‘대사구두부내향(大舍求豆腐來餉)’이라는 ‘두부’시조부터!

     나물국 오래 먹어 맛을 잃었는데
     두부가 새로운 맛을 돋우어 주네.
     이 없는 사람 먹기 좋고, 늙는 몸 양생에 더없이 알맞다.

     물고기 순채는 남방 객을 생각나게 하고
     양락(羊酪)은 북방 되놈 생각나게 한다.
     이 땅(고려)에서는 이것(두부)이 좋다고 하니, 
     하늘은 알맞게 먹여주네. 

양락은 양젖으로 만든 북방의 치즈로 
이때 이미 두부와 치즈의 대비가 있었던 것이 흥미롭습니다. 

오호! 그러고 보니 이색은 이때 이미 
‘두부와 치즈의 평행이론’을 발견한 거군요!
[두부와 치즈의 평행이론 보러 가기]  


두부를 향한 이색의 사랑시는 한 편 더 있습니다. 

     두부를 기름에 지져서 잘게 썰어 
     두부국을 끓이고 다시 흰 파뿌리로 양념하니
     꽃 향기가 물씬하구나.

     이색은 정녕 두부 마니아?! 
     오늘 저녁엔 이 요리법대로 두부국을 만들어 봐야겠습니다~.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 권근의 시문집 《양촌집》 속 내용입니다. 

     누렇게 익은 콩이 눈같이 하얀 물을 뿜어
     펄펄 끓는 가마솥 불을 정성 들여 거둔다.

     기름에 번지르르한 동이 뚜껑을 열고
     옥같이 자른 것이 밥상에 가득 쌓인다.

     두부 만드는 과정이 무척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고려의 학자들은 모두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걸까요?
     혹은, 두부는 신기한 연구 대상??

‘옥같이 자른 것’이라니,
비유가 정말 멋집니다!

옛사람들은 옥을 천지의 정수이며 
음양에 있어 지극히 순결한 것이라 생각해 
대지의 정물(精物)로 여겼다고 합니다. 

또 옥을 품에 지니면 
잡귀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니
얼마나 두부를 극진히 대접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두부를 보면 ‘옥’이 생각나 
공손히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두부마마~ (__/___/__)


<홍길동전>의 저자, 조선 중기의 문신 허균이 쓴 
<도문대작> 속에도 두부가 있습니다.

     장의문 밖에 사는 사람이 
     두부를 잘 만드는데,
     연하고 매끄러운 맛을 
     무엇이라고 형용할 수 없다.

오호!
허균은 연두부를 좋아했나 보네요. 


<도문대작>은 허균이 바닷가 귀양지에서 
거친 음식을 먹게 되자 
전에 먹었던 좋은 음식을 그리워하며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 간 글 모음입니다. 

허균은 뛰어난 미식가였던 지 이 책에는 
우리나라 팔도의 명물 토산품과 
별미음식이 두루 담겨 있다고 합니다. 

그가 쓴 두부 글을 읽노라니 
쓰는 내내 얼마나 두부가 먹고 싶었을지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요즘이라면 허균은, 
‘맛집 파워 블로거’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랬더라면, 그의 두부 포스팅?!을 본 블로그 친구들이  
두부 선물로 그의 마음을 달래주지 않았을까요??

<세종실록>에 기록된 명나라 황제의 편지 속에도 
우리의 두부 이야기가 나옵니다. 

     조선에서 온 여인들이 모두 음식을 조화하는 것이
     정하고 아름답고, 만드는 것이 빠르고 민첩한데,

     두부를 만드는 것이 특히 정교하고 묘하니… 
     앞으로 두부 잘 만드는 여인들을 뽑아 보내달라. 

정무에 바쁜 황제가 
밥상에 오르는 두부까지 손수 챙긴 걸 보면
조선의 두부 맛이 자못 감동적이었나 봅니다. 

우리의 두부 제조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겠지요?  


19세기 조선 말기의 요리책 <시의전서>에는
두부 제조법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콩을 타서 물에 담가 불린 후 씻어 일어
     다른 물에 담갔다가 곱게 갈아
     솥에 물을 조금 붓고 끓인다.

     콩 간 것을 주걱으로 저으면서 끓으면 
     물을 쳐 가면서 끓인 후 베로 거른다. 
     조금 식으면 간수를 치되
     많이 치면 염내가 나고 두부가 딱딱하게 되니 잘 맞추어야 한다.

     거품이 인 것에는 들기름을 조금 치면 식는다.

지금의 두부 만드는 법과 거의 같습니다. 

두유를 끓일 때 생기는 거품을 가라앉히기 위해 
천연첨가물인 기름을 살짝 넣는 
자연의 지혜까지 말입니다.

조선 숙종조의 학자 홍만선의 <산림경제> 속에는
조금 특별한 두부가 등장합니다. 

     마른 두부(건두부)에 구멍을 뚫고 
     그 속에 황을 넣은 다음 구멍을 막고
     물을 넣어 반나절 동안 삶아서 곱게 갈아서 쓴다. 

     이것은 폐로 피를 보내는 
     관의 풍독과 열, 종기를 다스린다.

건두부도 그렇거니와  
두부가 약재로 쓰였다는 사실도 신기합니다. @@

두부의 종류며 역할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선 후기 세시풍속집 <동국세시기> ‘시월(10월)조’에서는
두부를 계절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꼽고 있습니다.  

     지금의 반찬 중에서 가장 좋은 음식은 두부이다. 
     그 두부를 가늘게 썰어 꼬챙이에 꿰어 
     기름에 부치다가 닭고기를 섞어 국 끓인 것을
     연포탕(軟泡湯)이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포(泡)는 두부를 가리킨다.  

연포탕이 10월을 대표하는 시절 음식으로 꼽힌 것은 
가을에 수확한 햇콩으로 만든 두부와 닭이 만나  
최고의 맛을 이뤘기 때문일 거라고들 합니다.  


또, 두부에 들어있는 양질의 단백질, 필수지방산들과 
닭고기 속 불포화 지방산 등은 
추운 겨울 보양식으로 안성맞춤이겠지요.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2004년 
한국의 순두부를 소개하면서 
‘가장 이상적인 겨울 식품’이라고 찬사를 보낸 적도 있는데요,

<뉴욕타임스> 기자가 
동양의 고전 <동국세시기>를 읽었던 걸까요?!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니
이제 선물은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두부로 할까 봅니다. 

리본 묶은 포장 두부?!

먹자계도 하고요.
두부 먹는 두부계?!

먼 옛날 조선의 왕실과 사대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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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 콩만 골라
팔팔 끓는 콩물 그대로~
 

♪♬

고소해서, 안전해서
삼시세끼 매일 먹어도 마음 편한
 

풀.무.원.두.부.
:) 

부쳐먹고, 끓여 먹고 
또또 
두부 샐러드, 두부 스테이크, 두부 푸딩, 두부 쉐이크.. etc~ 
♪♬

판타스틱 두부 탐구 생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