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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영화의 날', 한국 아침 드라마 뺨치는 멕시코 영화가 있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얼마전 '만화의 날'이라며 다양한 요리만화를 소개해 드렸었잖아요~

근데 오늘은 '영화의 날'이라고 하네요~
그야말로 '11월은 문화의 달'이라는 말이 맞나봐요~

후후- '만화의 날' 포스트를 보셨다면
오늘의 포스트 역시 조금은 예상을 하지 않으셨을까 싶은데요~

바로 '요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한편 소개합니다!

ㅎㅎ'요리'가 '주인공'이라고 하니까 이상하긴 한데요. 
요리와 음식이 아주 중요한 모티브로 나오는 영화라고나 할까요? :)
게다가 멕시코 영화라는 사실~ 

웅? 멕시코 영화라... 정말 낯설다구요? +,.+
하지만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시면 전혀 낯설지 않으실 겁니다.
한국의 아침 드라마를 연상케하는 막장 어머니에 언니와 여동생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 +_+

두둥- 시.작.합.니.다~



 
 영화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세상에서 제일 발칙한 요리사, 
 티타의 비밀 요리

 어느 CF에서처럼, 요리는 글로 배우는 것보다 영상으로 배워야 제 맛을 낼 수 있는
 종목입니다.
음식 얘기라면 밤새도록 이야기를 풀어낼 것 같은 특이한 시나리오 작가
 ‘마시짱’이 <자담큰> 독자에게 요리 영화 한편을 권하고 싶답니다. 참, 이 남자 모르는
 맛집이 없더군요.

일러스트레이션 김선규


멕시코 영화란다 1시간 48분! 또는 108분! 그러니까 6,480초! 이 영화의 런닝타임. 거기에 멕시코 영화란다. 음, 멕시코라고 해봐야 나초, 부리토, 퀘사디아, 또띠아.... 이런 ‘타코 벨’스러운 음식 정도만 알고, “아미고스 파라 씨엔쁘레(Amigos para siempre!; 친구는 영원히)”, “콴또(Cuanto; 얼마?)”정도의 말만 아는데, 괜찮을까? 게다가 이 영화, 너무 끈적끈적하다! 뭐, 가끔 멋진 풍경이 맵싸한 칠리처럼 그 느끼한 식감을 씻어주긴 하지만. 역시 보송보송한 화면에 쿨한 대사를 날려주는 영화가 대세인 요즘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하지만 이 영화 묘하다. 참 궁상맞고 옹삭스러운데 자꾸 눈이 간다. 같이 놀자고 발칙스러움을 발산하는데 배어 나오는 온기가 있어 나도 모르게 자꾸 눈길이 간다.‘달콤 쌉싸름한 초콜릿’(En Como Agua Para Chocolate; Like water for chocolate.1992)의 묘한 매력에 빠졌나 보다. 그 매력이 뭔지 궁금하다고? 성미도 급하셔라, 우물가에서 숭늉 찾겠네. 뜸을 들여야 밥이 되지, 배고프다고 생쌀을 으적으적 씹어봐야 속만 쓰리다는 사실을 뻔히 아실 분들께서 왜 이러실까? 매력은 천천히 까봐야 그 두근거림이 2배, 3배가 되는 법! 그럼 이 영화의 비밀스런 속살을 찬찬히 맛볼 준비가 되셨는지….

양파의 눈물 속에서 태어나다? 우리의 티타는 어머니가 양파를 다지다 태어났다. 양파의 매운 향 때문이었을까? 티타는 홍수와 같은 눈물을 흘리며 태어나고, 그 눈물이 마르자 한 가마니의 소금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이 정도면 티타의 탄생은 금오신화급이다. 그런데 운명은 그녀를 신화의 주인공에서 잔혹 동화의 피해자로 이끈다. 막내딸인 티타는 가문의 규율에 따라 부모님이 죽을 때까지 부모님을 봉양해야 한다. 즉, "결혼은 꿈도 꾸지 마라!" 이런 상황이다. 이런 그녀에겐 주방만이 배움의 장소이고 손가락이라도 꼬물거리며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광장이 된다. 어느덧 성년이 된 티타,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젊음을 가진 그녀에게 사랑따윌 그만 두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랑은 생각하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예요. 보잘것없지만, 진실한 사랑을 바치겠습니다!" 페드로의 열정적인 고백에 취한 티타. 가문의 규뮬따위는 주방의 불쏘시개로 쳐넣어버린 후, 마음은 결혼식장을 향하고 있었지만! 한국 드라마와 멕시코 영화 속의 어머니들은 같은 학원이라도 다니는 것일까? 마마 엘레나는 마치 한국 드라마의 어머니들과 함께 '막장 어머니' 고급 과정이라도 다닌 듯, 자식의 사랑에 제대로 초를 치는 역할을 충실히 연기한다. 청혼하러 온 페드로에게 티타는 결혼할 수 없으니, 언니 로사우라와는 결혼 하라는 권유까지 한다. 이정도면 엘레나의 의중이 뻔히 보인다. 그런데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던 페드로가 이 혼사를 받아들인다. 티타의 곁에 있기 위해! 찢어지는 가슴으로 언니와 애인의 결혼식 만찬을 준비해야만 하는 티타.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티타의 눈물방울이 반족에 스며들어가고, 그 반족은 멋진 웨딩 케이크가 된다.

마법의 웨딩 케이크 딱 여기까지 보고 나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아니, 이 영화가 성격 테스트를 하나? 시답지 않은 3류 막장 스토리를 누가 좋아한다고, 아무리 우리가 TV에서 아침 먹고 불륜 보고, 저녁 먹고 불륜 본다지만, 이건 너무한 것 아냐? 그 순간 이 영화를 보라고 추천해준 인간을 족족 찾아 다니며 다 물어 뜯고 싶어졌다.‘보면 맘에 들 것’이라니! 인내가 한계치에 다다른 순간, 티타가 준비한 웨딩 케이크가 하객에게 나눠졌다. 순간, 막장으로 질척거리던 장면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야기로 탈바꿈하여 동화의 경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객이 케이크를 먹자 티타의 감정에 이입되어 눈물로 가슴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누구는 티타처럼 애인을 그리워하고, 누구는 인생의 쓴맛에 구토를 일으키고, 누구는 가슴 벅차게 행복해했다. 이런 마법 같은 장면이 화면에 펼쳐지자, 나도 모르게 통쾌해 하며, ‘이제 볼만해 지는군!’이라고 혼잣말 한 후 낄낄대고 있었다.

장미꽃잎 곁들인 메추리 요리
아무튼 티타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 후 1년. 티타는 페드로에게서 장미꽃다발을 선물 받는다. 페드로의 아내 로사우라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마마 엘레나는 이 상황을 눈치 채고 당장 장미를 버리라고 명령한다. 하지만 티타에게 장미는 페드로의 사랑! 차마 장미를 버리지 못하고 장미꽃잎 소스를 곁들인 메추리 요리를 만들어낸다. 온 가족이 모여 아름답고도 먹음직한 메추리를 입으로 베어 문 순간, 페드로는 사랑의 열망에 휩싸이고 심지어 마마 엘레나까지 식었던 마음에 관능적 흥분이 돌아온다. 한입 또 한입, …. 모두가 아무 말도 없이 열망에 휩싸여 요리에 열중하는 사이, 엉뚱하게도 사랑의 열망을 몸으로 폭발시킨 것은 언니 헤르투루디스였다(극중 가장 무덤덤하고 감정이라곤 보이지 않던 캐릭터인 그녀의 언니가!!). 장미소스 메추리 요리는 헤르투루디스의 몸에서 장미향을 폭발시켰고, 그녀의 몸에서 뻗어나가는 장미향은 멕시코 대지 위로 퍼져나갔다. 대지를 적시며 퍼지는 장미향. 이 향기에 취한 혁명군 대장은 말을 타고 달려와 그녀를 태우고 사라진다. 저 멀리…, 먼지 바람을 뚫고….

요리에 감정을 주입하는 감독 이렇게 웃긴 사랑의 표현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맛있게 눈을 사로잡은 사랑도 처음이다. 장미꽃잎 소스를 곁들인 메추리라니! 장미향이라고 해봐야 핸드크림 냄새 외엔 생각이 나지 않는 나 같은 돌머리에 비해, 이 감독은 요리에 감정을 주입하여 놀 줄 아는 재주가 있구나! 게다가 남미 특유의 환상문학을 화면에 녹여내는 재주도 보통이 아니다. 이렇게 의도적인 배치에 의해, 티타의 요리는 영화 곳곳마다 그녀의 인생에 전환이 되는 장면에 하나씩 등장한다. 자식 같은 조카를 멀리 떠나 보낼 때 만들던 초리소(돼지고기로 만든 매콤한 멕시코식 소시지), 언니 헤르투루디스가 돌아오자 만들었던 초콜릿과 주현절빵, 시간이 흘러 옛 연인인 존의 아들과 조카딸 에스페란사의 결혼식 날 만들었던 소고기로 속을 채운 칠레고추와 호두소스, …. 화면 가득 티타의 요리가 나올 때면 어느 새인가, 나 역시 정신을 놓고 냉장고를 뒤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다. 사람을 구원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나 이념이 아니라 정성스런 한 그릇의 음식이구나! 그러고 보니 티타 역시 절망의 나락에서 한 그릇의 스프로 구원을 받은 적이 있다.

한 그릇 소꼬리 스프로 구원받다 티타의 몸에서 젖이 나오게 만들 정도로 사랑했던 조카 로베르토의 죽음은 티타가 더 이상 가족을 위해 요리하길 거부하도록 만들었다. 그것은 아마 티타가 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거부의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음식조차 거부하며 깊숙이, 더욱 깊숙이 스스로를 가둬버렸다. 그 지독한 고독이란 감옥에서 티타를 탈출시킨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거부하던 요리, 바로 유모 나차의 비법대로 충실히 만든 소꼬리 스프였던 것이다. 여자에게 속박을 강요하던 시대, 인간에 대한 실망을 생산하던 시대, 거칠디 거칠어 우는 것 외엔 뭔가 할 수도 없던 시대. 그러한 환경에 대항 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결국 사람에 대한 희망,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을 티타는 한 그릇 스프에서 찾는다.

내 요리는 사랑이니까! 우리도 기억해보면 마법 같은‘사랑의 요리’를 종종 겪곤 하지 않았는가? 감기에 걸려 뜨거움이 정수리를 뚫고 나갈듯한 고열에 시달릴 때, 어머니께서 수없이 팔을 저어가며 만들어주신 한 그릇의 죽에 감기를 몰아내고, 한여름 더위에 지쳐 방바닥에 털썩 몸을 던지면 할머니께서 정성스레 고아놓은 백숙 한 마리에 힘이 나던, 그런 마법 같은 사랑이 담긴 요리를 맛본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 난 사랑스런 옥수수를 찌고 있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시장 할머니표 맛을 내기 위해선 ‘누슈가’가 필요하다지만, 살림 좀 하는 총각으로 소문 난 나로선 “절대안돼!”라고 외칠 수밖에 없다. 내 요리는 사랑이니까! 그래서 티타의 흉내를 내며 약간의 소금과 소량의 올리고당을 넣은 후, 다시 티타가 나오는 화면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거린다.
‘이젠 좀 행복해지면 안 되겠니? 네가 힘들 때마다 만드는 요리에 나도 배고파 같이 죽을 지경이야….’


 
 영화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에서 배워보는,
 티타의 소꼬리 스프 레시피

 준비하세요

 소꼬리 2개. 양파 1개, 마늘 2통, 토마토 4개, 줄기 콩 250그램,
 감자 2개, 칠레고추 4개

 만들어보세요

 1. 토막 낸 소꼬리를 양파, 마늘과 소금, 후추를 넣고 끓인다.
    수프이니 물을 약간 많이 넣는다는 느낌으로 너무 묽지 않게 진한 맛이 우러나올 정도로 한다.
 2. 양파와 마늘을 잘게 다져서 기름을 약간 두르고 볶는다. 
    양파가 투명해지면 감자, 줄기 콩, 토마토 썬 것을 넣고 익을 때까지 볶아준다.
 3. 소꼬리를 끓였던 냄비에 감자, 줄기 콩, 칠레고추 그리고 미리 간을 맞춰놓은 묽은 수프를 붓는다.
 4. 30분 정도 푹 끓인 후 뜨거울 때 먹는다.


 
글을 쓴 마시짱은 영화 시나리오 작가다. 언젠가 ‘마시짱의 둥지’라는 아이리쉬 펍을 열고 싶어하며, 맛있는 요리를 먹었을 경우 본인이 직접 해 먹어 보고 싶어한다. 토속주를 찾아 다니는 좌충우돌 여행기를 사진과 일러스트를 곁들여 쓸 상상을 하고 있다. 제일 싫어하는 것은 패스트푸드이며 정성이 담긴 제대로 된 한 끼를 가장 좋아한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