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끼, 국수 한그릇을 먹으며 마음에 위안을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웅? 아주 배고플때 먹은 짜장면에서? 'ㅁ' ;; )
전 이 리뷰 원고의 제목을 처음 봤을때 누군가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
(아, 전 오랜만에 등장한 자담큰 에디터 '니나'랍니다. 훗.)
애초에 코너 아이템 기획 때문에 필자와 통화를 할 때, 필자가 "달팽이 식당은 어떠냐"고 먼저 운을 뗐었습니다. 소설 <달팽이 식당>의 내용과 느낌에 대해 수화기 너머로 설명을 듣는 동안, 제 머릿속에는 영화 <카모메 식당>이 퍼뜩 떠올랐고, '책'을 리뷰하는 코너이지만, 이번만큼은 "영화와 책"을 나란히 비교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연달아 떠올랐지 말입니다. :)
사실 소설보다 못한 영화니, 영화가 책보다 나으니, 하면서 소설이나 만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또 많이 비교되고 있는 요즘, 이 영화와 이 소설만큼 마음을 채워주는 데 성공적인 틀을 갖춘 작품이 있을까 싶습니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보고 읽은 영화와 책인데 영화 <카모메 식당>과 책 <달팽이 식당>은 마치 잃어버린 서로의 한 짝처럼 정서의 네 귀퉁이가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들이다...
라고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의 필자분이 말씀하셨는데요. 격하게 동의합니다. ㅎㅎ
그럼, 그 필자가 적어내려간 두편의 리뷰를 한번 읽어보시죠. :)
인생이 힘든가요? 여기로 오세요!
하나는 책, 하나는 영화인데, 잃어버린 한 짝처럼
정서의 네 귀퉁이가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 두 편의 리뷰.
닮은 영혼끼리는 알아보는 ‘소울 메이트’처럼 자신의 영혼과 딱 들어맞는 ‘소울 푸드’라는 걸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여름날 머리까지 찬기가 느껴지는 메밀국수를 개운한 소스에 찍어 먹을 때, 말할 수 없는 허기로 배와 허리가 만나는 기분까지 들 때 한 손에 잡고 오물오물 베어 먹는 든든한 주먹밥을 만났을 때, 실연으로 마음에 숭숭 큰 구멍들이 나 있을 때 그 구멍들에 따스한 위로를 주는 뜨끈한 수프 한 접시를 부어줄 때. 밥 한 끼에 무슨 영혼을 운운하느냐 한다면 정말 할 말이 없지만 이렇게 인생의 어떤 순간순간들에 음식은 우리에게 냉기를, 온기를, 위로를, 위안을 준다. 그런 면에서 분명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보고 읽은 영화와 책인데 영화 <카모메 식당>과 최근에 읽은 책 <달팽이 식당>은 마치 잃어버린 서로의 한 짝처럼 정서의 네 귀퉁이가 딱 맞아떨어지는 작품들이다.
핀란드의 조그만 식당 <카모메 식당>
카모메 식당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이렇게 저렇게 상처받은 사람들이었고 사치에의 음식에 위로를 받고 인연을 만들어간다.
새로 굽기 시작한 시나몬 롤의 냄새에 반해 들어온 핀란드 아줌마 3총사들을 필두로 헬싱키 공항에서 짐을 잃어버린 일본의 중년 여자 마사코. 남편이 이유 없이 자신의 곁을 떠난 뒤 우울증에 시달리던 핀란드 여성 등. 카모메 식당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세상의 뾰족한 모퉁이에 이렇게 저렇게 상처받은 사람들이었고 그 사람들은 사치에가 만든 단순하지만, 따듯한 주먹밥, 연어구이, 시나몬 롤에 위로를 받고 위안을 받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나간다. 세상의 어디에도 슬픔은 있고(그렇게 평안해 보이는 핀란드도), 어떤 사람에게도 상처는 있는 법이다. 그렇지만, 음식이라는 위로, 사람이라는 온기 때문에 그런 슬픔과 상처들은 치유되는지도 모르겠다.
활자로 된 근사한 한 끼 <달팽이 식당>
모든 것을 잃고 외톨이가 된 링고는, 10년 만에 어머니가 있는 고향으로 향한다. 그리고‘달팽이 식당’의 문을 연다.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링고는, 텅 빈 집과 맞닥뜨린다. 동거하던 인도 연인이 돈과 살림살이 전부를 가지고 사라져버린 것.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목소리까지 나오지 않게 되었다. 모든 것을 잃고 완벽한 외톨이가 된 그녀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어머니가 있는 고향으로 향한다. 그리고 ‘달팽이 식당’이라는 이름의 작은 식당을 연다. 정해진 메뉴도 없고, 받는 손님은 하루에 단 한 테이블. 하지만, 예약한 손님의 취향과 마음 상태에 대해 많이 듣고 많이 생각한 후에 그 손님에게 딱 맞는 요리를 내놓으면서 이 작은 식당에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아내가 딸을 데리고 가출한 후 홀론 지내는 구마 아저씨는 링고의 석류카레(이거 뭔지 참 먹고 싶었다!)를 먹고 아내를 다시 만나게 되고,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해 줄곧 검은 상복에 갇혀 있던 할머니는 그녀의 옥돔 가르파쵸를 먹고 기나긴 외로움과 상실의 터널에서 나오게 된다.
어릴 때부터 외톨이로 지내며 고독이 일상화된 링고는 요리를 하면서, 아니 자신의 요리를 먹는 사람들을 보면서 긴긴 고독과 외로움의 습관을 점점 고쳐나간다. 하루에 한 테이블, 달팽이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으면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은 링고를 유명하게 하기보다는 링고를 따듯하게 만들어주었다.
이 책에 나오는 요리는 카모메 식당만큼 편안하고 평범한 요리들은 아니지만 석류 카레, 굴과 옥돔 가르파쵸, 아몬드 오일로 구운 새끼 양구이 등 낯설고 어려운 요리 투성이지만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를 만들고 서빙하는 묘사 자체는 카모메 식당을 뛰어넘는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단순한 배고픔 이상의 인생의 허기와 맞닥뜨린다. 그건 외로움일 수도 있고 상처일 수도 있고 배반일 수도 있고 고단함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럴 때 우리에게는 음식이 필요하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음식을 만들어주는 사람의 마음, 혹은 음식을 함께 나눌 사람의 존재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카모메 식당>을 꺼내 볼 것이고, <달팽이 식당>을 읽을 것만 같다. 두 식당 모두 주인의 마음의 결이 곱고 따듯하니 그 음식도 그럴 것이다. 혹시 이 여름이, 이 세월이 힘들 분들 계시면 카모메 식당이나 갈매기 식당에 들르시길. “이라샤이~”소리가 우리의 허기를 금세 알아채 줄테니.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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