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사이 가족분들 주변에 '귀농'하신 분이 계신가요?
지금까지 막연하게, 상상 속으로만 느껴왔던
'귀농의 삶'을 살짝 엿볼 수 있는 만화가 있습니다.
바로 풀반장의 네 번째 추천 요리만화 <리틀 포레스트> 인데요.
회화적인 만화기법으로 유명한 일본의 만화작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자전적(?) 만화,
<리틀 포레스트>를 꼼꼼히 읽어본
한 필자가 아래와 같은 섬세한 리뷰를 써주셨습니다. ^ ^
이 만화에는 특이하게도 작가가 직접 만들어본
요리 레시피도 나온다던데..흠흠..
리뷰, 들어갑니다!
<리틀 포레스트>
나만의 텃밭에서 가꾼 요리
시골로 간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조금은 엿볼 기회가 있다. 바로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서다. 주인공 이치코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시로 나간다. 그러다 일상에 찌들고 남자에게 마음을 다쳐 결국은 다 놓아두고 고향인 코모리로 돌아온다. 이 만화는 거기서 시작된다.
시골에 내려왔습니다
“언젠가는 시골 가서 살 거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듣는 말이다. 처음에는 그냥 전원주택이나 공기 좋은 곳에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려니 했는데 다들 아니란다. 농사도 짓고 싶단다.
그 사람들 대부분이 도시내기이고 평생 키워 본(죽여 본) 식물이라야 허브 화분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뜻밖에 많은 사람들이 흙과 함께 하는 삶을 마음에 품고 산다. 그리고 그런 그림을 결국 현실로 옮기고야 만 사람들도 드물지만 눈에 보인다. 젊은 사람들의 귀농이 여전히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 ‘기절초풍’할 사건으로 여겨지지는 않는 것이다. 시골로 간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조금은 엿볼 기회가 있다. 바로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 <리틀 포레스트>(세미콜론 펴냄)를 통해서다. 여기서 주인공인 이치코는 도시에서 고향인 시골로 돌아와서 하루하루 산과 땅을 마주 보며 살아간다.
먹고 자고 풀 매고, 그것이 매일
삶이라고 하니 시골에서 일어나는 온갖 정담과 애환을 담은 만화려니 하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다. 하지만, 만화는 시종일관 단순하고 잔잔하게 이어진다. 이치코가 자신의 논과 밭에서 줄곧 일을 하면서 보는 식물과 동물과 벌레, 갓 따온 푸성귀로 해먹는 요리, 계절마다 필요한 갈무리를 하는 이야기가 2권으로 완결되는 만화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치코의 고향인 코모리는 일본 토호쿠의 두메산골이다. 가스도 들어오지 않고 물도 가까운 강에서 파이프로 퍼 와서 쓸 정도다. 집배원 아저씨 얼굴을 매일 보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겨울에는 장작을 때야 한다. 지형까지 험한 이곳에서 터를 잡고 대대로 살아온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옛날 방식으로 삶을 살아내고 있다.
모두 두고 고향으로 가다
한국도 그러하듯 코모리에서 자란 젊은이들도 기회만 되면 도시로 뛰쳐나가고 싶어 했다. 마을에 젊은 사람은 드물어진 지 오래, 자그마하게 있던 분교는 당연하다는 듯이 폐교되었다. 이치코도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도시로 나간다. 어떤 일을 했는지 자세히 나와 있지는 않지만 나름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한 사람 몫을 해 나갔다. 그러다 일상에 찌들고 남자에게 마음을 다쳐 결국은 다 놓아두고 고향인 코모리로 돌아온다. 아무에게도 내색은 않으나 스스로‘도망쳐왔다’고 자책하면서. 무슨 생각으로 고향에 돌아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지 작가는 자세히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마치 감정을 억누르고 애써 초연한 표정을 짓는 사람처럼 이치코는 그저 씨를 뿌리고 열매를 거둔다. 한가한 겨울날에는 친구인 키코와 투닥거리기도 하고 고양이와 놀아주기도 한다. 그러다 봄이 오면 다시 반복이다.
작가가 직접 만든 요리들
이가라시 다이스케는 일본 만화계에 어느 날 뚝 떨어진 걸출한 신인이었다. <하야시가 들리던 날>로 등장하면서 ‘회화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그림과 섬세한 자연 묘사를 지닌 천재’라는 평가를 받으며 작품 활동을 하다가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살게 된다. 그러니 이 만화는 상당 부분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라 하겠다. 실제로 만화 중간 중간에는 사진도 제법 끼어 있다. 등장하는 서른세 가지 요리 모두 직접 만들어본 것이라 한다. 재료는 모두 자신의 텃밭과 코모리의 산과 들에서 조달한 것인데 아주 상세한 조리법이 나온다. 많은 요리가 일본, 그것도 워낙 두메산골의 천연 재료로 만든 것이라 눈으로만 만족해야 하니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조금만 재료를 대체하면 따라 해 볼만한 요리도 여럿이다. 시골이라고 하니 절임이나 반찬, 야채 요리만 잔뜩 나올 것 같지만 파스타, 빵, 디저트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양한 요리가 나오는 것이 큰 매력이다. 가끔 조리법만으로도 당황하게 되는 실험작들 역시 쏠쏠한 재미를 준다.
땅의 힘으로 마음을 풀어가다
산길을 걸으며 도토리를 줍다가 문득, 겨울날 장작을 패다가 문득, 이치코는 어렸을 때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간 어머니를 떠올린다. 학교에 갔다 오면 늘 한결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집안과 앞뜰. 밥상 위에 올라오던 갖은 반찬과 집 안을 감돌던 음식 냄새. 당연하기만 했지 전혀 감사하지 않았던 일들을 다 자란 지금 직접 해보니 힘들기만 하다. 오랜 시간 원망조차 외면하면서 피해오던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이치코는 조금씩 풀어간다. 땅에는 그런 힘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골과 농사에 환상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희망은 오히려 꺾어놓을 수도 있는 만화이기도 하다. 허리 펼 날이 없는 이치코의 날들을 눈여겨보라.
글을 쓴 윤나래는 환경에 대한 칼럼과 연재기사를 맡아 쓰며 느리게 살고 있다. 외출할 때면 꼭 자신만의 물통과 에코 백을 챙긴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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