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에게 '한국 음식'에 대해 설명할 때
어떤 음식부터 말씀하시나요?
불고기, 비빔밥, 김밥, .... 등등이 있겠지만,
'코리안 푸드'를 설명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녀석,
외국인들도 입을 모아 "내가 아는 코리안 푸드!"로 꼽는 녀석,
네~ 바로 김치 맞습니다, 맞고요~.
김치를 안먹는 아이들도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한국인이면서 평생 '김치'를 입에서 떼기란
쉽지 않은 일이겠습니다. ^ ^
그런데 '김치'는 언제부터 우리 상에 올랐을까요?
세종대왕도, 선덕여왕도 김치를 먹었을까요?
김치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봅니다.
(아래 자담큰 김치 기사의 흥미진진한 메이킹 스토리를 보시려면 --> [클릭!] )
덧. 아참, 이번 주말에 김치 요리 레시피 들어갑니다~! ㅎㅎ
김치,
천년만년 밥상 위에 올라올 그것
한국인들은 가끔 김치에 대한 연구결과를 바다 건너서 듣는다. 평생 먹은 김치량이 한 보시기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유럽이나 미국의 연구소들이 김치의 발효과학이나 효능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발표하는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세계를 강타했을 때는 더 했다. “유독 한국인이 조류인플루엔자에 강한 이유가 김치”라는 보도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터이다.
이런 화젯거리가 생길 때마다 해외언론은 신기한 듯, 그 사람들 기준으로는 다소 난감한 모양과 냄새를 지닌 이 음식에 대해 관심을 나타낸다. 백화점이나 해외 관광객들이 많은 호텔에서는 매운 정도를 낮추고 포장에 신경 쓴 김치 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반쪽 인기를 지나 이미 훌륭한 특산품으로 김치 위상은 올라갔다. 그러나 이 모든 현상 혹은 열풍이 한국인들에게는 조금 낯설다. 늘 먹어왔던 이들에게 김치란 도무지 특별할 데가 없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한 번쯤은 김치가 싫다며 나동그라졌던 아이들도 이젠 “뭔가 허전한데…, 아, 김치가 없다.”하는 어른으로 자랐다. 어머니들은 매년 날이 추워지면 김장 이야기부터 한다. 그리고 온 가족이 모인 식사시간에 다들 묵묵히 김치를 먹는다. 있다고 환호하지는 않지만 없으면 텅 빈 느낌을 주는 그것이 김치다. 그리고 그 당연함이 ‘김치의 힘’이려니 싶다.
최초의 김치는 어떻게 생겼을까?
김치라고 하면 빨간 배추김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김치의 역사를 통틀어 보았을 때 고추가 들어간 매운 김치는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종류다.
김치의 시초는 소금이나 장을 이용한 채소류 절임이었다. 채소를 절여 보관하는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이다. 미국의 피클,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흰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전통음식), 일본의 나라즈케 등도 그 예다.
사계절이 뚜렷한 데다 겨울이 길었던 한반도에서는 식생활에 이런 채소 절임을 빠뜨릴 수 없었다. 선사시대와 삼국시대 김치에 대한 기록을 보면 여러 가지 채소를 두루두루 절여 때로는 쌀과 곡물을 섞어 발효를 시켜 먹었다. 오늘날의 김치와 비교하면 ‘슴슴한’ 맛에 장아찌와 더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던 듯하다. 김치의 진화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은 농경의 발달에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다양한 종자 재배를 거쳐 점점 재배 작물도 많아지면서 김치를 담글 때 여러 가지 시도도 해보고는 하였다.
고려시대에 들어서면 특히 파, 마늘 같은 향신 채소의 재배가 늘어나면서 소금 간 위주였던 양념 맛에 다채로운 변화가 생겼다. 동치미 같은 물김치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이니 본격적으로 김치의 종류가 나뉜 때라고도 하겠다. 실제로 이규보가 쓴 <동국이상국집>(1241)을 보면 김치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나오는데 순무와 파를 이용해 각기 다른 방법의 담금 법을 소개한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면 김치는 더욱 종류가 많아지고 담그는 방법 역시 지방과 가정에 따라 독창적인 형태를 갖추었다. 주재료와 양념이 확실히 나뉘는 양념 김치도 조선시대에 정착했다고 여긴다. 주재료로 쓰인 채소는 오히려 오늘날보다 더 많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여럿이다. 동아, 토란줄기, 머위, 산갓, 아욱도 골고루 김치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붉은 김치는 20세기에나 등장?
그러다가 운명적인 17세기가 온다. 드디어 한반도에 고추가 상륙한 것이다. 고추의 톡 쏘고 알싸한 맛은 순식간에 사람들을 사로잡았고 김치 양념의 핵심이 된다. 게다가 고추는 발효 과정을 촉진시키는 작용까지 있었다. 다양한 젓갈이 김치에 들어가기 시작한 때도 이즈음이다. 1766년에 유중임이 쓴 <증보산림경제>에도 고추를 양념으로 쓴 오이김치와 총각김치가 등장한다. 다만, 이때는 지금처럼 가루를 내어 쓰지 않고 생 열매를 통째로 넣거나 잎과 줄기도 함께 썼다.
그러면 대체 붉은 배추김치의 등장은 언제라는 말인가? 1900년, 곧 20세기가 다 되어 비로소 나타난다. 배추는 사실 조선시대 초기인 15세기부터 재배되었으나 요즘 배추와는 종자가 달라 홀쭉한 몸통에 잎의 수도 적었다. 오늘날처럼 속이 꽉 찬 통배추를 본격적으로 기르게 된 때가 바로 이즈음부터다. 이제 비로소 오늘날의 김치 형태를 갖추게 된다.
침장 → 팀장 → 딤장 → 김장
분디물김치, 지름섞박지 등 200종도 넘어
배추김치가 가장 흔하긴 하지만 지역마다 각기 다른 맛을 자랑하는 김치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많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치의 종류는 현재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만 해도 200종류가 넘는다고 한다. 남쪽과 북쪽 지방의 기온 차이가 큰 데다 겨울의 길이 또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재배되는 농산물과 보존법에 의해 김치의 종류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아쉬운 점은 남북이 분단되면서 북쪽 지방의 김치를 맛볼 기회가 좀처럼 없다는 것이다. 평안도와 황해도, 함경도 등의 김치는 양념을 상대적으로 덜 사용하여 전반적으로 소박하고 담백하고 맑은 맛을 자랑한다. 호박김치, 콩나물국 물김치, 대구깍두기는 듣기만 해도 맛있을 듯한 느낌이다. 분디물김치, 지름섞박지, 채칼김치 등 호기심을 일으키는 이름의 김치들도 여럿 있다.
김치가 이토록 다양할 수 있는 것은 주재료로 온갖 채소를 쓸 수 있는 데다 양념에 들어가는 향신채소를 더하고 뺌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젓갈의 종류와 발효 기간까지 조정하면 그야말로 무한대의 맛을 낼 수 있다. 보통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맵고 짜고 향이 강해진다. 따뜻한 기온으로 인해 작물이 좀 더 풍부해서 보기에 풍성한 김치가 많다. 반면 보존은 어려우므로 간이 센 편이다.
오이소박이
오이 속에 소를 넣어 익힌 김치.
소의 재료로 파, 부추, 양파 등을 쓴다.
파김치
파를 멸치젓국에 절여 담근 김치.
한달 이상 잘 익혀야 맛이 좋다.
갓김치
갓잎에 양념을 얹어 담가 익힌 김치.
갓은 짙은 붉은 빛깔의 해남갓이 좋다.
배추김치
배추를 주재료로 하여 소금에 절여 헹군 뒤 기호에 따라 여러가지 양념을 넣고 담그는 김치.
백김치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하얗게 담근 김치.
맵지 않고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특징.
깍두기
무를 팔모썰기 하여 소금에 절인 후, 고춧가루를 버무리고 파, 마늘, 생강, 새우 젓 등의 양념을 넣고 담근 음식.
총각김치
총각무로 담근 김치. 총각무는 뿌리 밑동이 위쪽보다 퍼지고
살이 통통하고 무청이 짤막한 것이 좋다.
국물 한 방울에 유산균이 몇 마리?
김치의 영양가는 다각도로 연구되고 있지만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탁월한 발효식품으로서의 가치다. 김치를 담글 때 재료가 지닌 당분, 아미노산, 비타민, 무기질은 소금과 상호작용하여 미생물을 돕는다. 시간이 지나면 유산균은 늘어나고 해로운 병원균과 잡균은 사라지면서 숙성해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치의 독특한 맛과 영양을 좌우하는 유산균 두 가지가 관여하는데 첫째는 김치가 익어가는 중간에 활발하게 움직이는 류코노스톡(Leuconostoc)이다. 이것은 이른바 ‘이상 젖산발효균’으로 젖산, 식초산, 탄산가스를 만들어낸다. 둘째는 김치가 다 익은 후 나타나는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로 젖산발효만 진행시키면서 독특하고 상큼한 김치의 맛을 완성한다. 김칫국물에는 1cc당 유산균이 5억에서 10억 마리까지 들어 있는데, 일반적인 유산균보조제 1회분에 들어있는 양에 육박한다. 즉 동치미 국물 몇 모금 마시는 것이 유산균 보조제를 하루 세끼 챙겨 먹는 것보다 몇십 배는 낫다는 이야기다.
그 밖에도 동맥경화, 암, 면역력 저하, 바이러스 감염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는 마늘, 고추, 생강 등 항산화 식품으로 이미 입증된 재료들이 다양하게 어우러진 점도 한 몫을 한다. 채소 절임이므로 기본적인 비타민A, B, C와 함께 칼슘, 인, 철분 등의 무기질도 풍부하다. 일본에서는 고춧가루의 지방연소와 신진대사 증진 작용이 각광받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여세를 몰아 2006년에는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가 뽑은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함께 선정된 음식은 스페인 올리브유, 그리스 요구르트, 인도 렌즈콩, 일본의 콩 식품이었다.
난 김치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김치에 영양적 가치가 많음은 확실하지만 사람들이 단순히 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음식을 택하지는 않는다. 한국요리의 세계화로 향한 노력들을 제쳐놓고 생각해도 분명히 김치는 조금씩 전 세계 사람들의 입맛을 물들이고 있다. 그 광경을 보면 김치가 지닌 독특한 매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한국산 김치 수출량의 94퍼센트를 가져가고 있는 일본의 조리사들과 언론이 선보이는 김치 관련 요리나, 외국인 쉐프들이 창조해낸 김치 요리를 보노라면 감탄사가 나올 때가 많다. 어쩌면 한국인들은 김치를 너무 일상적으로 먹고 자랐기 때문에 오히려 놓친 부분이 많지 않을까? 김치의 제품 표준화와 계량화 등 종주국밖에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치의 가능성을 펼치는 창의성도 필요한 시기다.
김치박물관의 신수지 큐레이터는 “김치는 문화입니다. 외국인들이 김치에 대해 물었을 때 막상 설명하려면 어렵지요. 김치를 잘 알릴 수 있도록 박물관이나 책을 통해 공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라고 말한다. 집에서 직접 김장을 했던 게 언제던가 가물가물 하다면, 왜 김치를 담글 때 찹쌀 풀을 쑤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면, 오늘부터 김치를 조금은 진지한 자세로 대하자. 이제껏 먹은 양에 지식이 조금이라도 따라갈 수 있도록.
글|윤나래(자유기고가) 사진|톤 스튜디오 스타일링|그린테이블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김치에 대한 자담큰 기사, 재미있게 보셨나요? ^^
참고로 알려드리면,
조선시대에는 '김치'를 '딤채'라고 불렀구요.
'김장'을 '침장', '팀장' , '딤장'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실제로 조선시대의 문헌 ‘이조실록(1409)’에 따르면, "태종 9년에 침장고를 두었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바로 이 ‘침장’이 ‘팀장’, ‘딤장’ 등으로 변화하여 오늘날의 ‘김장’이 된 것이라고 합니다.
재밌죠? ㅎㅎ
posted by 풀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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