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달걀 고르는 법을 알려주고 사라진 달걀PM,
동물복지에 대해 이야기하러 돌아오다.
안절부절 왔다갔다 왔다갔다 안절부절.
취조실 안을 빙빙 도는 풀반장은 초조함이 머리끝까지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지난 수사[복습하러가기] 이후 김달걀의 썩소어린 표정,
그리고 “다른 거나 수사하지 그러시나?”하는 한 마디가 칼처럼 심장을 관통했기 때문이다.
혼자 멋지게 사라지던 김달걀........분하다.
그 김달걀이 다시 오고 있다.
오늘만은 주도권을 확실히 잡아서 이 풀반장이 주인공임을 보여주리라.
그때...........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저벅, 저벅, 발소리. 쭈뼛! 서는 머리카락!
(벌컥! 취조실 문이 거칠게 열린다)
김달걀: 왜 또 부르는 건가? 전국의 수많은 달걀들이 나만 기다리고 있는데!
풀반장: (애써 긴장을 감추며) 이번 수사는 당신에게도 솔깃할 거다.
김달걀: 솔깃은 소뿔!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건 다 알려줬다!
풀반장: 동물복지....에 대해서다.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전에 없이 진지한 풀반장의 모습에 잠시 멈칫하는 김달걀.
털썩! 의자에 앉는다. 김달걀 얼굴로 줌인.)
김달걀: ....물어봐라.
유럽의 동물복지형 계사. 꼬꼬들이 푸드덕 거리고 자유롭게 놀고 있다..선생님없는 자율학습 시간같군...
풀반장: 동물복지제도와 5원칙에 대해선 들어서 알고 있다. 동물에게 배고픔과 갈증으로부터의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과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활동을 할 자유, 공포와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를 준다. 그런데 이거 너무 ‘당연’하지 않나? 닭의 일생이 어떻기에 그런가?
김달걀: ....닭은 분명히 생명이지만 요즘은 대부분 기계처럼 공장에서 삶을 시작한다. 부화공장에서 깨어난 병아리들은 감별 즉시 암평아리만 추려지고, 수평아리들은 다 죽인다. 영국의 제이미올리버가 자신의 프로그램에 밝혔듯이 ‘가스 질식사 정도는 양반’이다. 산채로 파묻어버린 후 그 위를 불도저로 밀고 지나가거나, 얼마 전 뉴스에서 다뤘듯이 미국에서는 살아있는 병아리를 분쇄기에 돌려버린다.
풀반장: 잠깐! 잠깐! 귀엽게 삐약대는 병아리를 태어나자마자 그렇게 죽인다고? 수평아리라는 이유로? 아니 왜?
김달걀: ....돈이 안 되니까.
풀반장: 아! (경악하는 풀반장. 턱 쪽에 통증을 느낀다)
창문 없는 닭장, 무창계사의 비밀이 밝혀진다!
김달걀: 달걀을 낳을 수 있는 암탉만 기르겠다는 거다. 암탉들은 무창계사, 이름대로 창문 하나 없는 닭장에서 자라게 된다. 보통 폭이 30m, 길이가 100m 정도 되는 곳에서 10만 마리 정도가 자란다.
풀반장: (10만? 10만? 이라고 따져 묻고 싶으나 이미 턱이 말을 듣지 않는다) 어..어...
김달걀: 대략 가로40cm x 세로30cm 짜리 우리에 닭 열 마리를 집어넣은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상상이 가나?
풀반장: (도리도리)
김달걀: 거기서 매일 알을 낳는다. 앉을 자리도 없고 운동도 못하고, 닭똥은 그대로 방치되고, 스트레스가 심해 털 빠지고 다리 주저앉고 피부병 걸리고...난리도 아니다. 항생제 주사를 달고 산다. 6개월쯤 그러다가 닭고기용으로 팔려가는 것이 암탉의 일생이다.
일부 양계장에서는 이미 늙어서 알을 못 낳는 닭에 특단의 조치(!)를 써서 다시 알을 낳게 하기도 한다. 전기충격을 주기도 하고 털을 모조리 뽑아버리기도 하고 쫄쫄 굶기기도 하지.
그러면 놀란 노계는 다시 알을 낳는데, 이 달걀이 또 크기는 엄청 크다. 잘~팔린다.
노계, 그럼 '환우'의 정체는?
풀반장: 아니, 잠깐!
늙어서 알을 못 낳는 닭은, 노계…그럼 ‘환우’는 또 뭔가?
김달걀: ‘환우’? 그건 또 어디서 얻어들었나? 생각보다 똘똘한데?
닭은 병아리로 태어나 140일부터 알을 낳기 시작한다. (이때 ‘초란’이라는 작고 귀여운 알을 낳지.) 140일부터 달걀을 놓기 시작하여 약 560일 정도까지 산란을 하는데, 420일이 넘어가면 닭들이 나이가 들어 산란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사람으로 치면 ‘폐경기’를 거쳐 할머니가 된 셈이다.
풀반장: 흠흠,, 왠지 좀 슬픈 느낌이다. 그런데 아직 환우가 뭔지는 대답 안한 것 같은데?
김달걀: 왜 이리 조급하신가. 엉덩이 붙이고 찬찬히 들어봐라. 아직 안 끝났다.
할머니 닭이 되면 산란율이 떨어진다. 근데 산란율 하락은 농가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부분이므로, 돈벌이에 눈이 먼 곳에서는 바로 이때 무서운 짓들을 한다.
풀반장: 오라, 이제 슬슬 입질이 오는구만! 뜸들이지 말고 빨리 좀 털어놔봐라.
김달걀: ……돈벌이에 눈이 먼 곳에서는…..늙은 닭들에게 한 달간 물, 먹이를 안준다…. 후..
그런데 이 닭의 생명력이라는 것이 참 질겨서….그렇게 먹이를 안 줘도 한 70%는 살아남는데, 한 달간 아무것도 먹지 못하니 털이 홀라당 다 빠진다…그래서 환우..인 것이다. 바꿀 환, 털 우.
(일순 숙연해진 취조실 안…말 많던 풀반장도 눈가가 촉촉해오는데…)
김달걀: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너무나도 잔인한, 동물복지에 엄연히 위배되는 짓이다. 물론 풀무원은 산란하기 시작하여 350일까지 낳은 알만 달걀로 상품화할뿐, 절대 ‘환우’와 같은 잔인한 일은 하지 않는다. 김달걀의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풀반장
(이미 울고 있는 풀반장)
김달걀: ...미국의 일부 품종개량 닭들은 태어난 지 40일 만에 닭고기가 되기도 한다.
풀반장: ........어떻게 치킨집이 그리도 많을 수 있는지 이상하긴 했어...중얼중얼....
김달걀: 훗, 의외로 똑똑하군! 마트나 슈퍼마다 잔뜩 쌓아놓고 파는, 몹시 싼 달걀들의 정체도 마찬가지다.
풀무원의 자연란 계사 안이다. 햇볕도 쪼이고 팔자 좋구나..꼬꼬..
풀반장은 김달걀을 한참 쏘아보았다.
역시 달걀과 닭에 관해서는
이 인간의 내공을 이길 수 없는 건가...?
과연 반격에 성공하여
달걀수사대의 주도권을 찾아올런지!
풀반장의 치밀한 노력은
시즌2의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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