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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한권의 책] 오홋, 흥미로운 만화 여행서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삶이 무료해지고 무언가 기분전환이 필요할때
가장 필요한 것은 뭐?!

아마도 '여행'을 꼽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배낭 하나 가볍게 둘러메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만나며 확실한 기분전환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서들은
매우매우 실용적이고 딱딱한 정보만 제공하거나,
감성적인 이야기들 위주로만 다룬다거나 하여
당장 '여행'준비를 하는 사람이나, '여행'에 아주 관심이 지대한 사람이 아니라면,
좀 버거운 책들이 되기 십상이지요.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은 그런면에서 좀 색다른 여행서랍니다. ^ ^
여행과 사진, 그리고 글을 두루 섭렵하고 있는 작가가
기차를 타고 일본 전역을 여행하며 겪었던 일들과 여행기
만화와 일러스트로 재미있게 그려낸 책이지 말입니다~. `ㅁ'

보기만해도 웃음이 나올 것만 같은 만화컷과 일러스트 덕분에
페이지는 술술 넘어가고, 어느새 마음은 기차를 타고
홋카이도로, 규슈로, 하루키가 사랑하는 우동집으로,
훨훨 날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나요.  ㅇㅇ

(전 이번 연휴, 이 책으로 결정했습니다! ㅎㅎ)
(안그래도 일본 여행 후유증이 남아서..쿨럭..)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얼어붙은 여행이 녹아내리는, 그 순간

후지와라 신야라는 일본 작가가 있다.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여행을 하며 사진도 찍고 글도 쓰는 사람이다. 눈만 뜨면 서점 서가를 가득 채우는 수많은 여행서 중 단연 발군으로 뽑고 있는 여행서 작가이기도 한데 그 책이 바로 <동양기행>이다. 이 책은 1981년에 쓰였지만 아직도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바이블 같은 책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행의 빙점이 찾아왔다면…
사실 <동양기행>이라는 책은 여행서라기보다는 인생이 지루해지거나 피로해질 때 들추어보면 어떤 식으로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따듯함이 깃든 책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었으니, 바로 이 문장이다.  

“여행을 시작한 후 십 년째가 되었을 때 내게도 ‘여행의 빙점’이 찾아왔다.
얼어붙은 정신으로 무의미한 여행을 반복하고 있었다.
여행에서 만나는 생물들이 귀찮기만 하다.
특히 인간은 더욱 그렇다. 인간을 피해 풍경만을 바라보았다 …
기사회생의 여행길에 나섰다.
얼어붙은 나의 여행길을 또 다른 여행을 통해 녹여버리고 싶었다 …
변두리의 창녀에서 심산에 틀어박힌 승려까지 모든 인간과 사귀기로 작정했다.
여행 중반쯤 캘커타에 당도할 무렵, 나는 갑자기 회생했다고 생각했다.
얼어붙은 여행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나를 되찾았다.”


‘여행의 빙점’ 이라 이름 붙여진 장에 나온 이 구절은 읽는 순간부터 나를 흥분시켰고, 잊지 않으려 책의 귀퉁이를 접어 둔 ‘도그스 이어’(dog’s ear)처럼 그렇게 마음에 포스트-잇을 붙여두었다.

단순 유쾌한 일러스트와 만화
고백하자면 최근의 나는 모든 게 심드렁했다. 사는 일도, 그렇게 좋아하는 여행도 점점 일상과 다를 바가 없어졌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후지와라 신야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지만 1980년생 디자이너의 책인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씨네21 펴냄)을 발견하고는 얼어붙은 여행의 빙점이 다시금 녹는 기분이었다. 고장 난 여행의 엔진에 다시 발동이 걸리는 느낌이랄까. 5만7,700엔(현재 환율로 하면 76만 원 정도)이나 하는 JR패스 21일 권을 끊어 홋카이도에서 규슈까지 2만3,000킬로미터를 일주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만화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는 작가의 전공을 백분 살린 사진과 일러스트와 만화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아주 단순하면서도 유쾌한 기분을 자아내게 한다. 430페이지의 두툼한 분량이 그녀의 험난하고도 재미있었던 여정을 그대로 알려주는 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호, 만화로 된 여행책이라니!

열도를 가로질러 흥미진진하게
철도의 강국답게 4개의 큰 섬을 종단하는 일본 열차는 실핏줄처럼 구석구석 가 닿는 도시가 많아서 4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한 장씩 넘기고 있자니 실제로 내가 열차를 타고 일본의 소읍까지 구석구석 여행한 느낌이 든다. 무엇이든 치밀하고 근성 있게 만드는 일본인들답게 기차의 종류도(증기 기관차에서 스위치백 그리고 루프선까지) 다양하고, 기차의 이름과 코스도 ‘선라이즈 익스프레스’, ‘카시오페아’, ‘트와일라잇 익스프레스’ 등 환상문학과 추리소설을 합쳐놓은 듯 흥미롭다.

미군으로부터 최초로 전래 받아 고유의 수제 방식으로 만든 햄버거를 찾아 ‘버거맵’을 들고 찾아가는 사세보 마을, 무라카미 하루키가 <하루키의 여행법>에서 전국의 맛있는 우동집을 찾아 나선 ‘우동맛 여행’중 그가 가장 극찬한 ‘나카무라 우동집’을 찾아 역시 ‘우동맵’을 들고 허허벌판을 찾아 나서는 길,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여름 휴양지인 가루이자와 탐험기, 그리고 바다에서 뛰노는 돌고래를 볼 수 있는 ‘일본 3대 차창’(이런 순위 매김의 발상 자체가 참으로 일본스럽다)으로 꼽히는 하야토노카제를 타고 사쿠라지마 섬을 지나는 순간 등. 읽다 보면 일본 열도의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열차가 실어다주는 이야기가 기차의 모양과 속도처럼 그렇게 구불구불 천천히 흘러나온다.

혹시라도 어릴 적 얼음 놀이처럼 일터에서 가정에서 그리고 이 가혹한 더위 앞에서 모든 의욕과 감정들이 얼어붙었다면, 부디 이 만화가의 일본 열차에 올라타시라. 얼어붙은 그 모든 빙점들이 스르륵 녹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물렁하고 유쾌하게!

글을 쓴 김은주는 때로는 여행가 때로는 독서가로 세상을 구경하는 ‘구경녀’이다. 약간의 여행 중독과 문자 중독 증상이 있어 한동안 여행이나 책을 읽지 못하면 금단현상을 보인다. 최근에는 많이 보기보다는 깊게 보기,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곳에 머무는 여행을 꿈꾸고 있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