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인형'을 기억하시나요?
여기저기서
'어? 그거 옛날에 우리집에 있었던 건데...','나도','나도' 라고
중얼중얼하시는 풀사이 가족분들 보입니다. ㅋㅋ
어린시절의 추억을 더듬다보면,
못난이 인형 말고도 태권브이, 딱지, 구슬, 닥종이 인형, ....
많은 것들이 떠오르시지요?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물건들이라 조금은 안타까운 느낌입니다.
그래서 저 풀반장.
오늘은 어린 시절로의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는 특별한 인터넷 숍
'가자! 추억백화점' 을 소개합니다.
못난이 인형 한번 보러가볼까요? +_+
‘가자! 추억 백화점’
학교 앞 골목의 추억이 모락모락
www.oldgift.com
추억이라는 상표가 붙으면 플라스틱 혹은 양은으로 만든 무생물에게조차 온기가 느껴진다. 그 놀라운 증거를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에 놀러 가면 꼭 들리는 곳이 있다. 금방이라도 어릴 적 단짝 친구가 달려 나와 반길 듯한 골목이 있고, 골목마다 보물처럼 앤틱숍(‘앤틱숍’이라는 고풍스러운 표현보다는 골동품 거리라는 표현이 딱 맞을 듯싶은 곳이다)이 숨어있는 시모키타자와. 바다 건너 먼 일본이지만 그 곳 골목에 서면 외갓집 동네 어귀에 서있던 느티나무 앞까지 달음박질치던 예닐곱 살의 어린 내 모습이 겹쳐진다. 그래서 나는 성지순례라도 하듯 매번 시모키타자와를 찾는다.
스피드와 하이테크가 횡행하는 이 세대에도 추억은 이처럼 유효하다. 그 소중함을 재발견한 건 인터넷의 한 사이트. 이름하여‘가자! 추억 백화점' 이었다.
댓글로 나누는 불량식품의 기억
언제나 학교 정문 앞을 지키고 있던 불량과자를 파는 노점상들(그 앞을 지나가는 그 순간 어린 마음에 마치 파도처럼 일던 갈등과 고뇌가 아직도 또렷이 기억난다)과 니스 칠이 벗겨진 합판 위에 나란히 늘어선 삼색 맛 ‘쫀드기’의 유혹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할 사이트다. 침을 묻혀가며 조심스럽게 완성시키려 애썼던 추억의 ‘달고나’와 고소한 맛에 몇 봉지 째 입안에 털어 넣게 되는 라면 땅까지, 없는 게 없는 만물점이라고나 할까. 이 사이트의 또 다른 별미는 불량식품이라는 추억을 매개체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약상들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달고나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까요?”라고 묻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노하우는 물론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감상 포인트까지 업데이트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국민학교 저학년 때 이후로 달고나 국자도 구경하지 못했네요. 하지만 제 머리는 맛있는 달고나를 만드는 방법을 기억하고 있답니다. 설탕을 녹입니다. 설탕이 맑게 녹았을 때 젓가락에 소다를 살짝 묻혀 설탕과 함께 섞어줍니다…이렇게 먹어도 괜찮고 나무젓가락으로 휙휙 저어서 사탕처럼 말아먹어도 괜찮고 취향대로 하세요.” 그 밑에 달려있는 댓글도 일품이다. “…달고나는 연탄불이 최고입니다. 연탄불도 검은색 말고 누런색 빛을 띠기 시작할 때 제격이죠. 집에서 해 먹다 겨울에 솜 잠바 손목이 눌어붙어 어머니께 혼도 많이 났었죠.”지금은 서른도 훌쩍 넘은 그 시절 코흘리개들이 연탄불을 중심으로 웅숭그린 채 모여앉아 서로의 달고나 비법을 전수하는 광경. 생각만으로도 흐믓하지 않은가.
키치적 올드 패션이 주는 정겨운 맛
추억 백화점의 백미는 불량식품만이 아니다. 그 옛날 기억 속 물건들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추억의 사진 코너도 이 사이트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검은 실 핀으로 빵모자를 날렵하게 고정시킨 차장 언니의 경쾌한 ‘오라이’가 절로 연상되는 추억 속 70년대 버스 사진도 볼 수 있고 아톰이 그려진 만화를 끼워 팔던 옛날 만화 껌들도 만나 볼 수 있다. 백조, 파고다, 아리랑, 백자 그리고‘sun’과 같은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알게 된 담뱃갑 사진까지.
사이트 곳곳에 포진되어 있는 이 오래된 물건들이 더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그 키치적인 디자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결코 세련되었다거나 럭셔리하다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엉성함과 조악함 때문에 오히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포스를 내뿜고 있는 올드 패션의 묘미를 한껏 맛볼 수 있다. 어딘지 모르게 이국적이기까지 한 담뱃갑의 그래픽적인 디자인과 ‘뽀숙이’ 혹은 ‘뽀경이’라는 이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금발머리와 왕방울만한 눈동자의 종이 인형들.
못난이 인형, 인터넷에 온기를
집들이나 개업식에 빠짐없이 등장했던 성냥 종합 세트. 자그마한 몸매에 납작한 가슴이 인상적이었던 토종 미인형 나나 인형도 이곳의 인기 상품 중 하나. 하지만 역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못난이 인형 시리즈다. 흔히 3개가 한 세트로 팔렸던 못난이 인형의 공식 지정석은 바로 마루나 안방의 가장 좋은 곳에 ‘떡’하니 놓여있던 미닫이 달린 ‘金星’ 마크의 흑백 텔레비전 위였다. 그만큼 그 시절의 못난이 인형은 80년대의 양배추 인형과 90년대의 블라이스 못지않은 70년대의 슈퍼 스타였던 셈이다.
몇 시간 동안이나 뱅뱅 사이트를 도는 동안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에 젖어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서운하기도 하다(여기 올려진 사진들과 상품들이 반갑게 느껴지는 걸 보면 나도 나이 들었다는 이야기일까).
그러나 온라인상으로나마 옛일을 추억할 수 있는 또래들을 만나 그 시절 인기 최고였던 스카이 콩콩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물총놀이에 대한 기억도 되살려보니 마치 손에라도 잡힐 듯 어린 날이 생각난다.
당신이 잊고 살았던 추억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가자! 추억 백화점’. 비정하게까지 느껴졌던 인터넷에 온기가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우리 모두가 함께 간직한 추억 때문이 아닐까.
글을 쓴 남윤희는 좋은 물건에 대한 남다른 욕심과 애착 덕분에 못 말리는 ‘쇼퍼홀릭’으로 소문났다. 패션지 <싱글즈>에서 편집장 노릇하랴 틈틈이 물건 사들이고 구구절절 장단점을 논하여 방방곡곡 소문내랴 매우 분주한 삶을 살고 있다.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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