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브로드웨이 뮤지컬,
센트럴파크,
자유의 여신상,
타임스퀘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등..
다양하게 떠오르는 명소들 만큼이나
먹거리 역시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곳이죠.
쉑쉑버거,
뉴욕 스테이크,
베이글,
스텀프타운 커피,
매그놀리아 컵케이크,
등등..
(츄릅;;)
그런데,
이곳에 실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일상의 식탁 위에는 무엇을 올리고
매일의 끼니로는 무엇을 먹고 지낼까요?
매번 초록창에 뉴욕 맛집을
검색하진 않을테고...☞☜ ;;
만약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하시다면
이 책을 추천해드립니다.
<어느 뉴요커의 음식 예찬, 맛있는 인생>
뉴욕 맨해튼에서 나고 자란
코믹 북 아티스트 루시 나이틀리가
쓴 책인데요.
요리사 엄마와 미식가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저자가
어린시절부터 뉴욕에서 먹고 즐겼던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답니다.
무심한듯 시크하게 스윽 등장하는
레시피는 덤!
책장을 넘기다보면
어느새 우리를 뉴요커의 소박하지만
따뜻한 식탁 위로 데려가줄
<맛있는 인생>,
함께 들여다볼까요?
어느 뉴요커의 음식 예찬
<맛있는 인생>
요리사 엄마와 미식가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무얼 먹고 자랐을까. 그 아이도 아빠처럼 먹을 걸 좋아하고, 엄마처럼 요리를 잘 할까. 그래서, 지금 어떤 어른이 되어 있을까.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그래픽노블은 마블코믹스나 DC코믹스에서 나온 슈퍼 히어로물만 있는 줄 알았던, 오랫동안 갖고 있던 선입견을 깨준 건 뉴요커 루시. 달콤한 캔디처럼 예쁜 색의 그림에 종알종알 어찌나 편하게 말을 잘 건네는지 금세 홀딱 빠져들었다.
책 <맛있는 인생: 어느 뉴요커의 음식 예찬>(루시 나이즐리 그리고 씀, 한스미디어 펴냄)은 저자인 코믹 북 아티스트 루시 나이즐리가 나고 자란 뉴욕 맨해튼과 뉴욕 북부 시골 라인벡, 그리고 대학 시절을 보낸 시카고에서 겪었던 다양한 음식 문화에 관한 체험담을 예쁜 그림과 글을 통해 들려주고 있는 회고록이다. 회고록이라면 묵직하고 뭐 그런? 아니, 그보다는 영민한 개구쟁이 소녀의 솔직하고 재기발랄한 일기 혹은 편지에 가깝다.
세례식 날 하나뿐인 딸에게 입혔던 옷은 기억 못해도, 그날 딸이 먹은 음식은 기억하는 부모 덕에 일찍부터 다양한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루시. 그의 어린 시절을 더욱 맛깔스럽게 해준 건 예술가나 요리사였던 엄마의 친구들이 모여 벌인 포트럭 파티를 통해 만난 새롭고 맛좋은 음식과 추억들이었다.
부모의 이혼 후 엄마와 함께 한 아름다운 시골생활 동안 완구점이 있는 도시생활을 그리워 하긴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자신이 먹은 것들이 가게 선반에서 생겨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세상과 내 몸과 먹을거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도시에 근사한 음식이 많을지 모르지만 맨해튼 어느 식당에 가도 태양의 온기가 밴 신선한 바질 잎으로 만든 엄마표 페스토에 맞설 음식은 없다는 자랑이 끝나자마자 다음 페이지에 등장한 건, 심지어 신발(!)에 얹어 먹어도 맛있는 엄마표 페스토 레시피다(이 책 곳곳에는 그가 좋아하는 음식의 자세한 요리법이 담겨 있다.).
정크푸드에 대한 경험과 생각도 쿨하게 풀어놓는다. 미국인들의 표준음식을 먹고 자란 부모는 어른이 되어 그 너머에 있는 음식을 발견한 후 가공음식을 단호히 버렸다. 그리고 금쪽같은 딸을 그 따위 것들(!)로부터 보호하기로 결심하지만, 친구들과 즐기던 슈퍼마켓 음식을 금지당한 후 루시에게 정크푸드는 오히려 더 강렬한 호기심과 유혹의 대상이자 반항의 방식! 프렌치프라이나 금방 만들어낸 따뜻한 도넛 한 조각을 입에 넣을 때의 그 맛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은 누구건 간에 반 토막 인생을 사는 거라고 호기롭게 주장하지만 ‘정크푸드의 유혹’편의 마지막을 장식한 건 루시의 핸드메이드 까르보나라 레시피. 루시 부모님, 그러니 따님에 대한 걱정일랑 이제 그만 접으셔도 될 것 같네요.
뉴욕이 요리의 메카로 명성을 쌓기 시작한 무렵 풍경부터 뉴욕에 불어온 고급 식료품 바람과 고급 식료품을 파는 작은 가게였던 ‘딘 앤 델루카’의 초창기 모습, 작고 조용한 동네 라인백에 파머스마켓이 열리고 식도락가들의 잇 플레이스가 되어 가는 과정, 동갑내기 드루네 가족과 함께 한 멕시코 여행에서 맛본 멕시코 음식과 여자아이 루시의 첫 생리, 베니스의 햇빛을 먹는 것 같던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던 베니스 어느 골목 소박한 빵집의 크루아상 등 <맛있는 인생>에는 뉴욕이라는 도시가 거쳐 온 미식의 역사와 루시 개인의 역사가 시트콤처럼 재미있는 에피소드들과 함께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음식에 집착하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 뭐가 맛있는지는 자신 있게 말하면서 정작 음식에 대해선 무화과만큼도 아는 게 없는 사람들이 참 많다며 어르신 같은 말을 하는 루시가 가장 좋아하는 건, 함께 모여 먹는 일. 친구 마크의 요리가 맛있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와 함께 한 식사가 언제나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건 마크의 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음식이 지녀야 할 또 하나의 미덕은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닐까. 책을 읽고 나면 군침이 솟아나고 배가 고파질 거란 루시의 예언과 달리, 마지막 장을 덮고 나자 하늘이 예쁜 어느 날 베프와 맛있는 한 끼를 먹은 것처럼 포근하고 마음이 말랑해져버렸다.
글. 프리랜서 작가 한정혜
이미지 제공. 한스미디어
ㅣ본 콘텐츠는 풀무원 웹진 <자연을담는큰그릇[링크]>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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