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전골로도
국물용으로도
조림이나 무침으로도
그 어떤 선택을 해도 모자람이 없는 재료~ '버섯'
그래서 버섯을 '밥상위의 팔방미인'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다양한 쓰임만큼이나 영양도 풍부해
왕의 진상품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고대 이집트에서는 평민금지령까지 내리고
귀족들만 즐겼을 정도.. 더헛!! 'ㅁ'
마트에 가면 얼마든지 버섯을 살 수 있는 우리는 행복한 건가요? ㅎㅎ
자~ 그렇다면
버섯의 어떤 점 때문에 사람들은 버섯을 오래도록 사랑해왔을까요?
풀무원 웹진 <자연을담은큰그릇>의 기사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세요. :-)
버섯,
갓 속에 감칠맛을 숨긴 팔방미인
열매도 뿌리도 아닌 것이 씹을수록 감칠맛이 느껴진다. 가을 미각 여행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향긋하고 쫄깃한 ‘버섯’을 양껏 꺼내봤다.
밥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균’
버섯은 볼 때마다 오묘한 느낌을 안겨주는 식재료다. 파릇파릇한 녹색 푸성귀도 아니고, 그렇다고 큼지막한 뿌리를 먹을 수 있는 구황작물도 아니고, 양념거리가 되어줄 만한 향신채도 아니다. 생긴 건 어찌나 특이한지, ‘저건 대체 뭘까’ 싶어 한참을 뚫어지게 보았던 팽이버섯과의 첫 만남이 아직도 생생하다.
버섯은 사실 식물이 아니라 ‘균’이다. 식물은 햇빛을 엽록소에 받아들여 광합성을 하면서 크는데, 균은 이런 식물이나 동물에 붙어 영양을 얻어 자라는 미생물이다. 우리가 먹는 채소 이름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온갖 복잡한 식물 분류명이 나오지만 버섯은 ‘균사체’라 표현될 뿐이다. 보통 균들은 현미경이 있어야 보일 정도로 작지만, 버섯은 균의 포자 덩어리인 자실체가 예외적으로 크다. 덕분에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지금의 크기가 되었다. 태생부터 이렇게 특별한 버섯은 식용과 독버섯이 섞여 있다. 버섯을 먹기 시작한 이후 사람들은 스스로 생체실험을 통해 두 종류를 분간해온 것이다. 가만, 그런데 굳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이 자그만 균사체를 먹어야 했을까? 대체 왜?
왕이 아닌 자, 손대지 말지어다!
우리 밥상 위에 당연한 듯 오르는 많은 먹거리들이 그렇듯, 버섯 또한 몹시 긴 역사를 지녔다. 실제로 1억3천 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버섯의 화석이 존재한다. 사람과 버섯의 만남에 대한 가장 오래된 가설은 기원전 4,000년에서 6,0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알제리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타실리 나제르 동굴’이 이 시기의 것인데, 벽화에 버섯이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때 쓰인 그리스 신화에서도 버섯에서 흘러나온 물을 먹고 황홀경에 빠졌다는 왕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정확히 언제부터 버섯을 먹기 시작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렇게 오래된 문헌들에 등장하는 버섯의 역할은 종교나 제례에 쓰이는 신비로운 생물이기 때문이다.
일부 독버섯들은 환각작용을 지니고 있어 토착신앙이 사람들을 현혹하는 데 쓰이기도 했고, 치료약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사람들은 숲 곳곳에 돋아난 화려하고 독특한 이 생물에 두려움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버섯의 맛을 즐기기 시작한 것은 역시 미식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로마인들이었다. 1세기에 로마를 지배했던 네로 황제는 평민들이 버섯을 따오면 그 값을 후하게 쳐줄 정도로 버섯을 좋아했다. 당연히 사람들 사이에서는 버섯에 대한 궁금증과 그 맛에 대한 소문이 퍼질 수밖에 없었고, 로마는 버섯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귀족으로 한정했다. 파라오가 위세를 떨치던 이집트에서도 평민금지령이 떨어졌다.
중국의 문헌에도 버섯의 특별 취급은 두드러지는데, 진시황제에게 바치는 진상품에 영지버섯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의 버섯 역사는 8세기 신라 성덕왕 시절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때 왕에게 올라온 진상품 중 ‘금지(金芝)’라는 것이 있는데, 바로 나무에서 자란 버섯을 뜻한다. 12세기에 펴낸 <삼국사기>에 버섯 재배 이야기가 비교적 상세하게 나온 것을 보면 버섯이 한국식 밥상과 친숙해진 지는 이미 천 년이 훨씬 넘었다고 하겠다.
아쉬운 점은 옛 문헌들이 너무도 버섯의 약효나 신비로움만 강조하는지라 식생활에서 어떤 요리로 얼마나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다만, 조선시대 궁중요리 자료에는 버섯요리가 자주 등장한다. 이 역시 버섯의 이로움 때문일 텐데, 왕이 침상에 들기 전 표고버섯 우린 물을 올렸다는 사실이나 표고버섯죽, 표고버섯으로 속을 채운 만두 등을 찾아볼 수 있다. 표고버섯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버섯이기도 하다.
입맛 따라 요리 따라 다양한 선택
얼마 전 한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노루궁뎅이’라는 이름을 지닌 북실북실한 모양의 버섯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구상에 자라는 버섯의 가짓수는 십여 만 종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으나, 학계에 보고되기로는 한국이 1,600여 종, 유럽 3,000여 종 정도다. 그 중 식용은 아주 적다. 버섯을 가장 즐겨먹는 일본은 약 25가지의 식용버섯을 재배해서 판매하고 있고, 한국은 그 절반 수준인 열두어 개 정도다. 속속 신품종이 개발되고는 있으나 아직 시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버섯의 가짓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
표고버섯 사시사철 밥상에 빠지지 않는데, 밑국물을 내는 재료로 요긴하기 때문이다. 기둥은 질겨 요리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말리면 오히려 영양 성분이 증가하고 향도 숙성되는 버섯이므로 생표고든 건표고든 늘 갖추어두자. 백화고, 흑화고도 건표고의 일종이다.
느타리 길쭉하고 야들야들한 기둥이 독특한 식감을 준다. 향이 강하지 않고 부드럽다. 참타리 버섯도 느타리에 속하는데, 몸체가 훨씬 더 작고 쫄깃하다.
자연송이 인공배양 재배가 아닌 자연 상태로 자라난 송이로, 아시아 지역에서만 난다. 일 년에 딱 한 번 제철에만 맛볼 수 있어 몹시 비싸지만 흉내 낼 수 없는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
새송이 자연송이와 비슷한 맛과 크기를 재현하기 위해 개발한 품종. 두껍고 부드러운 살을 지닌 기둥이 특징이다. 미니 새송이는 크기가 훨씬 작은 대신 요리하고 난 후까지 제 모양을 그대로 유지해 보기에 좋다.
양송이 갓과 기둥의 맛이나 색감이 일정하며 주로 서양요리에 많이 쓰이는 버섯이다. 수분이 많아 익히는 시간만 잘 조절하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팽이 갓과 기둥 모두 흰색을 띠며 아주 작고 가늘다. 매우 부드러운 식감을 지녔으며 조직에 양념이 잘 스며들어 담백한 국물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갓 부분이 노랗고 쫄깃한 황금송이도 비슷한 용도로 쓴다.
백만송이 흰색 갓과 갈색 갓 두 종류로, 새송이버섯과 팽이버섯의 중간쯤 되는 크기다. 재배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영양가가 많다. 버섯의 모양을 그대로 살리고 싶을 때 쓰면 좋다.
목이 주로 중국 요리에 많이 쓰이며, 기둥 없이 갓 부분만 치맛자락처럼 펼쳐진 형태의 버섯이다. 젤라틴 질이 대부분인 조직이 독특한 맛을 낸다. 건조된 상태로 더 친숙하다.
그 밖에도 약용으로 주로 쓰이는 상황버섯, 영지버섯, 동충하초 등이 있다. 최근 항암 효과로 의학계의 관심을 불러 모은 차가버섯은 약용으로만 쓰이고 한국에는 나지 않는다.
맛까지 탁월한 건강식의 대표주자
버섯의 가장 커다란 미덕 두 가지를 들자면 칼로리가 거의 없다는 점과 감칠맛일 것이다. 씹히는 맛이 좋아 채식주의자들은 고기 대용으로 버섯을 자주 쓰는데, 고기에 비하면 지방질 섭취를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 어떤 버섯이든 한 줌 가득 집었을 때 30kcal를 넘는 종류가 드문 데다, 섬유질까지 풍부하다. 반면 비타민B군, 비타민C, 비타민D, 엽산, 각종 아미노산의 함유량은 높다. 특히 버섯의 아미노산은 독특한 결합구조와 효능을 가지고 있어 뇌종양이나 항암제 등 각종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산과 들의 버섯은 눈으로만 감상을
캠핑 열풍과 더불어 간혹 야생 버섯에 호기심을 보이는 이들이 있는데, 안 될 말이다. 독버섯의 독은 단순히 배 아픈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게다가 이런 맹독일수록 잠복기가 길어, 대처 또한 어렵다. 식용버섯과 생김새가 비슷한 독버섯도 여럿이라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시골장이나 재래시장에서 팔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버섯 재배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고, 덕분에 우리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버섯들로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굳이 그런 야생 버섯에 눈길을 줄 필요가 없다. 산에서 나는 버섯은 학자에게 맡기고, 안전하게 상품화되어 팔리는 버섯을 골라 바구니에 담자.
글. 윤나래 (자유기고가)
사진. 톤스튜디오
스타일링. 그린테이블 김윤정
ㅣ본 컨텐츠는 풀무원 웹진 <자연을담는큰그릇[링크]>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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