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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Novel/웹소설 '오도의 비밀'

[PSI수사대] 오도의 비밀⑧ 지금 여긴 5℃가 아니야!

 지난 줄거리 

    
지하실로 밀려들어오는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던 풀무원수사대 풀반장과 풀군은 컨트롤 룸에서
    조박사와 통신에 성공, 구조용 헬기가 도착할 것임을 알게 된다. 헬기 도착 지점까지 이어지는
    세 구역의 온도를 “5℃”로 맞추고, 환풍구에 몸을 던지는 두 사람. 하지만 풀군의 실수로 단 1군데,
    F5 구역의 온도는 “5℃”에 맞춰지지 않았고 이를 모르는 수사대는 좀비들이 기다리고 있는 F5를
    향해 전진하는데.....! 
    [지난 에피소드 보러가기]

우당탕!

좀비들을 피해 컨트롤 룸 한 쪽 벽에 있는
환풍구로 몸을 던진 수사대의 몸은 먼지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먼지를 신경 쓸 만큼 안심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수사대가 사라진 환풍구를 향해 손을 뻗고 있는 수많은 좀비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괴기스러웠으며 높아진 온도만큼이나 강력해보였다.

컨트롤 룸에 가득한 모니터의 밝은 빛을 받은
좀비들의 그림자가 환풍구 안으로 길게 드리워지며 수사대를 따라오고 있었다.

“반장님, 환풍구를 따라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요?”
“바로 바깥으로 연결되진 않더라도 이렇게 가다보면 
            좀비들이 없는 복도 안쪽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그때 그곳을 통해…”
“그곳을 통해?”

풀군은 반문을 하다 말고 환풍구 바닥에 붙은 배기구를 내려다봤다. 
자신들이 기어가고 있는 환풍구 아래쪽 복도에는  좀비들이 가득했다! 

뒤쪽 컨트롤 룸과 발밑 복도 모두 좀비들로 가득한 만큼
묵묵히 앞을 향해 기어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보였다. 


텅! 텅!


하지만 야속하게도
수사대의 무릎과 손이 환풍구 바닥에 닿을 때마다 
나는 울림은
좀비들을 끌어 모으고만 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기어가야 하는 거지? 

좀비를 피해 도망가는 것에 지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
환풍구 아래 배기구를 통해 시원함이 느껴졌다. 

풀반장이 열어놓은 냉장고가 다시 가동되고 있었다. 


오랜 수사대 활동으로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배기구를 
발로 강하게 걷어차 열어젖혔다. 

아래쪽 복도로 뛰어내리는 두 사람. 

역시나 냉장고 앞 복도에는 좀비가 없었다.
냉장고 너머는 수사대를 쫓아온 좀비들로 붐볐지만 
냉장고에서 나오는 냉기 때문에 섣불리 다가오지 못했다. 


오오-

좀비들은 출구를 향해 뛰어가는 수사대의 뒷모습을 보며
울음소리만 높일 뿐이었다.

“오오~ 드디어…...!”

햇살이 이렇게 아름다웠던 적이 있었던가?
좀비들로 가득했던 지하실을 벗어나
실로 오랜만에 맞이한 햇살 앞에 수사대는 잠시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렸다.  

혹여나 좀비들이 쫓아올까싶어 등으로 문을 막고 선 풀반장이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젠 조박사님이 구조용 헬기를 보내주기로 한 F19 지역으로 가기만 하면 되겠군요. 
            풀군이 컨트롤 룸에서 5℃로 온도제어를 해둔 F2, F3, F5, 
            이렇게 3구역은 좀비가 없을 테고....“ 
“그럼요~! 제가 확실히 3군데 모두 5℃로 맞춰놨습니다!” 
“마지막 F18 구역을 5℃로 맞추지 못한 건 아쉽지만,  
            상대적으로 거리가 짧으니 별 문제 없이 헬기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반장님, 여긴 이미 F2 구역인가봐요. 아주 선선하네요. 
            후아... 5℃가 이렇게 소중한 건지 몰랐어요. 
            집에 가자마자 냉장고 온도를 모조리 5℃로 맞춰놓을 작정입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풀군의 실없는 농담에 한 소리 했겠지만 
풀반장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집에 가자마자 5℃ 물로 샤워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터벅터벅..

5℃로 맞춰진 구역 온도 덕분에 좀비도 없었고 걷는 데 무리도 없었지만
생각보다 섬은 너무나 넓었다. 

무엇보다 F2와 F3 구역을 지나 F5 구역에 다다르는 동안
쉴 틈 없이 떠드는 풀군의 5℃ 드립을 견딜 수가 없었던 풀반장은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나지막이 풀군의 이름을 불렀다.

“풀군…...”
“네? 반장님, 힘드신가요? 이럴 땐 ‘오도’바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5℃가 우리를 지켜주니 오토바이보다는 ‘오도’바이~ 크크.... 웃기죠?” 

하지만 풀군의 농담에 움직인 것은 풀반장의 입꼬리가 아닌 눈썹이었다.

“마음은 알겠지만 제발 그 오도 개그 좀 그만하지 그래요? 
            이 섬에 우리밖에 없는데도 계속 듣다보니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얼굴이 화끈거린다....라... 
그러고 보니 풀군의 얼굴에 어렴풋이 홍조가 떠오른 걸 보면.... 


우뚝.   

풀군의 뺨, 이마, 이마에 엉겨 붙은 옆머리를 눈으로 더듬던 풀반장은 
관자놀이를 따라 흘러내리는 땀 한 방울을 발견한 순간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지금,

이곳은, 

5℃가 아니다!!


풀반장이 마른침을 삼키며 속삭이듯 내뱉었다.  

“풀군…! 아까 컨트롤 룸에서 F2, F3, F5 구역의 온도를 5℃에 맞춘 거... 맞나요?!“ 
“물론이죠! 그렇게 의심스러우시면
            제가 아까 실험실에서 챙겨온 
온도계로 증명해드릴게요~.”

풀군은 그 와중에도 지하실에서 온도계를 챙겨왔다는 것에 대해 
자신을 꽤나 대견해하는 표정으로 
안주머니에서 온도계를 꺼내 요란하게 휘둘러댔다. 

“이것 보세요. 지금 온도가…
            응? 온도가.......!!”

헉! 

“.............10℃군요.” 
“10℃…..!!!!” 

10℃를 외치는 풀군의 눈앞에는 컨트롤 룸에서 
자신이 버튼을 누르던 장면이 선명히 떠올랐다. 

F2, F3, 그리고 마지막 버튼은.............!  

지금 자신이 발로 밟고 서있는 F5 구역이 아닌 
F8 구역이었다...! 

“반장님… 전…전…”
“됐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죠.”

툭 건드리면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 얼굴을 한 채
몸까지 떨며 말을 잇지 못하는 풀군을 풀반장은 비난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탈출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렇다면 F5 구역과 F18 구역에는.......... 좀비들이 있다는 얘기네요.  
            지도상으로는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이니 별일 없을 겁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별일이 없을 것이라던 풀반장의 말, 아니 바람은 물거품이 되고야 말았다.

발을 끌며 뛸 듯이 다가오는 한 무리의 좀비들을 마주쳤기 때문!

심지어 그들의 뒤에는 지역의 온도를 높이고 있는 
원인 모를 불길이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오오오오오오-


아까 컨트롤 룸에서 조박사와의 통신이 중간에 끊어졌었기 때문에 
구조용 헬기가 언제 도착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시간이 곧 다가오고 있으며
좀비들로 가득한 이 섬에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선택은 강행돌파 뿐!

하지만 10℃를 넘는 온도에서 좀비들의 강력한 힘을 이미 경험한 수사대의 발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츠윽~ 척~ 츠윽~ 척~ 츠윽~ 척~

좀비들은 수사대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거리를 좁혀왔다.
바로 그때 풀반장의 귓가를 자극하는 우렁찬 소리가 들려왔다.

응? 물소리..?

물이 있는 곳이라면 분명 여기보다는 온도가 낮을 터!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머리만큼이나 풀반장의 행동에도 한 치의 주저함이 없었다.

풀반장은 아직도 자신의 실수를 떠올리며 멍하니 있는 풀군의 손을 잡고
물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뜀박질을 시작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좀비들과의 거리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물소리는 확실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


터널이 보였다.

터널 안으로 뛰어 들어간 수사대의 발에 하수도 뚜껑이 걸렸다.    
그리고 그 아래로 엄청난 소리와 함께 콸콸 흐르고 있는 물!  

좀비들이 터널 안쪽까지 들어오기 시작했다.
들어가야 한다! 망설일 시간이 없다!

“풀군~ 정신 차리고 내 말 잘 들으세요. 
            셋!에 들어 올리는 겁니다. 하나! 둘! 셋!”


스르릉~

돌로 만들어진 하수도 뚜껑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리는 순간
두 사람은 안쪽을 향해 뛰어 내렸다. 

다행히 좀비들은 안쪽까지 따라오지 않는 듯 했다.

하수도로 뛰어든 수사대의 눈에 비친 그곳의 모습은 생각보다 넓고 밝았다.
게다가 단순한 하수도라기엔 뭔가 알 수 없는 시설들이 가득했다. 

“이 엄청난 것들은 뭐죠?”
“아마도 섬 전체의 온도를 관리하기 위해 깔아 놓은 
           수로와 관리 시설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이 하수도는 섬 어디로든 닿아있지 않을까요?” 

앞을 향해 나아가는 수사대 앞에 작고 선명한 표지판 하나가 나타났다.

F19까지 2km

헬기가 기다리고 있는 F19 구역까지 
하수도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사대에게 
2km는 결코 먼 거리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F19 구역으로 올라가는 출구는 이내 수사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F19….”
“조박사님이 얘기한 안전지대이니 이곳엔 좀비가 없겠군요…”
“네….”
“아직 F5 구역에서의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건가요? 
            괜찮으니까 마지막까지 힘내서 올라가봅시다.”
“반장님…”

평소보다 훨씬 따뜻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말하는 풀반장을 본 
풀군은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실수에 대한 생각들이 눈 녹듯 사라짐을 느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수사대 창설 이후 가장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F19로 나가는 문을 힘차게 열었다. 

문을 연 순간 수사대를 맞이한 것은
눈부신 태양과 드넓은 녹색 평원.

그리고 그들을 향해 엄청난 바람을 내뿜으며 내려오고 있는 헬리콥터 한 대였다.

헬기에 올라타자 짙은 선글라스를 눌러 쓴 조종사가
짧은 고갯짓으로 두 사람을 맞았다.  

하지만 두 사람에겐 그 무엇보다 따뜻한 환대로 느껴졌으리라... 

조종사와의 짧은 인사가 끝나자마자 헬기는 다시 지면과 멀어져갔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점점 멀어져가는 오도를 바라보며 풀군과 풀반장의 긴장도 풀리는 듯 했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헤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조종사의 목소리
깜빡 잠들었던 두 사람은 동시에 눈을 떴다. 

헬기는 아직 하늘을 날고 있었지만
수사대의 발밑에 펼쳐진 낯익은 풍만큼은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반장님, 저곳은......................?!!!!!!!!!!!” 

풀군과 눈이 마주친 풀반장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축구장 다섯 개쯤 거뜬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드넓은 부지에 
초록색 띠를 두른 새하얗고 거대한 건물이 우뚝 서있었다. 
어느새 헬기는 착륙장을 향해 수직하강하기 시작했다. 

왜 이곳에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저 곳에 가면 조박사를 만날 수 있으리라.

그리고 5℃의 비밀 역시 풀리리라…




<다음 편에 계속>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