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요리사'라고 하면 누가 떠오르세요?
아마도 많은 분들께서 '제이미 올리버'를 먼저 떠올리실 텐데요.
급식 개혁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며 기사작위까지 받았을 정도니
그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지만
요리에 대해 공부를 하신 분들이라면
'나이젤 슬레이터'를 '제이미 올리버'에 앞서 이야기 하곤 한답니다.
나이젤 슬레이터는 영국의 유명 푸드라이터이자 요리사거든요.
바로 이 나이젤 슬레이터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단편영화 한편이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2010년 영국 BBC에서 방영된 영화 <토스트> 입니다.
국내에서는 '나는 요리사다' 라는 식의 제목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많더군요.
최악의 요리실력을 가진 어머니 밑에서 토스트만 먹고 지내던 나이젤이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맞이하게된 "요리 잘 하는" 가정부와
요리 대결을 벌이는 내용입니다.
소년과 새엄마가 벌이는 화려한 요리 대결도 대결이려니와
새엄마가 선보이는 알록달록한 디저트 요리들(특히 샛노란~ 레몬머랭파이!!)이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 ^
(새엄마역으로 헬레나 본햄 카터가 등장한답니다~)
함께 지켜보실까요?
영화 <토스트> (Toast, 2010, 영국) 많은 것이 먹고 싶었던 배고픈 소년의 이야기 요리사이기도 한 영국의 유명 푸드 칼럼니스트 나이젤 슬레이터의 어린 시절 이야기. 가정부 아줌마와 꼬마 나이젤의 요리 대결이 관전 포인트. |
내 이름은 나이젤 슬레이터. 먹고 싶은 게 정말! 정말 많은 9살 꼬맹이예요. 엄마랑 식료품점에 가면 너무 행복해요. 하늘만치 쌓여 있는 각종 식품들, 거기다 캔디, 쿠키, 치즈 등등 거긴 정말 천국이더라고요. 하지만 난 한 번도 그런 걸 먹어본 적이 없어요. 이유는 딱 하나. 울 엄마는 어디서 난지도 모르는(?) 유기농 채소, 돼지고기 등을 절대, 절대 안 사시거든요. 그 대신 공장에서 깨끗하게 담아 나오는 통조림을 드세요. 그래서 난 통조림에 든 채소, 햄 외엔 먹어본 적이 없어요. 아마도 우리 아빠의 불같은 성격은 엄마의 통조림 때문인 거 같아요. 에휴, 울 엄마는 참 좋지만 요리를 좀 잘하셨으면 좋겠어요. 매일 통조림에 토스트만 먹으니 힘들어요. 그렇다고 내가 토스트를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바삭한 식빵 위에 버터를 바른 토스트. 그걸 한입 베어 물면 바삭한 껍질 아래 부드러운 반죽을 씹게 돼요. 그 순간 따뜻하며 짭짤한 토스트에 반할 수밖에 없어요.
언젠가 엄마랑 빵을 만들어봤는데, 주방이 말 그대로 ‘전쟁터’가 되더라고요. 여기저기에 밀가루들이 날아다니고, 왜 그렇게 떨어지는 조리기구들이 많은지! 그렇게 이런저런 사고를 거쳐 탄생한 케이크는, 음, 저게 ‘케이크’라고 부르는 물건인지 저도 처음 알았어요. 그 뒤로 엄마는 다시 통조림만을 데워 드세요. 그게 몸에 좋다고 하시네요. 하지만 한창 배고픈 나는 다른 방식으로 만족하기로 했어요. 그건 각종 요리책을 보는 것이었어요! 정말 새로운 세상이에요. 볼로네즈 스파게티, 샐러드, 각종 파이 등등 난생 처음 보는 음식들! 비록 맛볼 수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나도 만들어보자! 이미 난 수많은 요리를 머릿속으로 만들어본 요리사거든요. 그래서 엄마를 설득해 토마토 캔을 샀어요. 오늘의 요리는 볼로네즈 스파게티. 익힌 파스타 위에 소스도 올리고 처음 구입해본 치즈도 뿌렸어요. 완전 대단하지 않아요? 사진으로만 보던 그 음식이 내 눈앞에 있어요! 아빠는 눈을 찌푸리면서 고린내가 난다고 싫어하셨고, 엄마는 천식이 발작하셔서, 결국 두 분은 토스트를 구워 드셨어요.
원래 우리 엄마는 몸이 안 좋으셨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셨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갑자기 고기 파이를 굽자고 하셨어요. 그날 따라 안 아파 보이고 엄마가 요리사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행복하게 파이 생지를 밀었어요. 울 엄마가 항상 이렇게 요리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어요. 아마 나도 모르게 그게 마지막이란 걸 알았나 봐요. 그래서 처음으로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어요. 미안한 마음으로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엄마가 보낸 크리스마스 선물이 도착했어요. 오예~! 크리스마스는 한 달 후인데! 그런데 아빠가 막 우셨어요. 그렇게 엄마가 돌아가셨더라고요. 오븐 안에 고기 파이와 버터 토스트만을 남겨둔 채…. 그날 이후 아빠와 난 6개월 동안 치즈 토스트만 먹었어요. 울 아빠완 도저히 음식 코드가 안 맞아 못살겠더라고요. 결국, 아빠에게 화를 내고 말았지요! 나도 한창 성장기의 돌도 씹어 먹을 나이인데 너무 속상했거든요. 그래서 친구에게 고민을 말했어요. 그러자 친구가 우유를 빨대로 쿨하게 빨아먹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그의 배를 채워줘라! 라고 울 엄마가 그러던데?” 그래서 저금통을 깨서 아빠를 위한 대구버터구이를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생선가게 아저씨가 그러더라고요. 딱 10분만 구우라고! 그래서 아빠가 올 시간에 맞춰 대구를 구웠어요. 그런데 아빠가 안와요. 결국 대구는 까맣게 탔어요. 그때 아빠가 들어왔어요. 난 아빠가 화낼 줄 알았어요. 그런데 굳이 드시는 거예요. 처음으로 칭찬도 들었고요. 역시 남자는 배를 채워줘야 한단 말이 맞았던 것 같아요. 에헤헤.
그 무렵, 가정부 아줌마가 나타났어요. 담배도 막 피우고 입도 거칠고 엄마 앞치마도 맘대로 막 입고! 난 저 아줌마가 정말 싫어요. 거기다 왜 이렇게 요리를 잘하는 건지! 아빠의 입맛을 확 바꿔 놓았어요. 아빤 그 아줌마를 좋아하게 되고 말았어요. 아줌마는 난생 처음 보는, 아니 책에서나 보는 요리로 엄마의 자리를 꿰차고 만 거죠. 시간이 흘러 전 고등학생이 되었어요. 그 아줌마의 코를 누를 기회가 왔어요. 유일한 남자 가정학 수업 신청자가 된 거죠. 저는 열심히 레시피를 배웠답니다. 여자애들의 비웃음 따윈 상관없었어요. 훗! 스콘도 못 굽는 천한 것들은 관심 밖이었지요. 그러다 보니 난 가정학 수업의 스타가 돼 있었고요. 그리고 수요일마다 아줌마의 디저트와 제 디저트 대결을 벌였지요. 심판은 아버지의 혓바닥.
아버지가 제 요리를 좋아해주실 때마다 난 아줌마를 이긴 것 같았어요. 네, 이긴 줄 알았죠. 그때 아줌마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놓더군요. 레몬머랭파이! 식탁 위에 다소곳하고 소박하지만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귀부인 같은 그 레몬머랭파이. 어찌 그리 부드럽고 상큼하며 폭신한지. 난 아직 하수였던 것이죠. 그래서 아줌마에게 물어봤죠. 하지만 대답은 “알고 싶다면 스스로 알아내 봐!”
순간 승부욕이 불타올랐어요. 도서관에서 각종 레시피를 뒤졌고요. 수요일 수업마다 끝까지 남아 실습했어요. 아줌마가 레몬머랭을 만들 때마다 곁눈질도 하고, 부엌 선반을 확인하며 재료도 알아냈어요. 그리고 결국 나만의 레몬머랭을 만들어냈어요. 아줌마는 펄펄 뛰면서 화를 냈어요. 하지만 난 레시피를 훔친 게 아니기에 당당했어요. 그 과정에서 전 변했어요. 이제 더 먼 곳을 바라보게 됐어요. 아줌마와의 요리대결은 더이상 나의 고민사항이 아니었어요. 미래를 꿈꾸게 된 거죠. 그래서 조리실 아르바이트도 구했어요. 아마 그 모습이 아줌마에겐 계속 싸움을 거는 듯 보였나 봐요.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결심의 날이 온 듯해요. 같이 살자고 권유하는 새엄마에게 싫다고 했어요. 사실 지금에야 말하지만 난 아줌마가 좀 고마워요. 아줌마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맛있는 레몬머랭파이를 만들 줄 몰랐을 테니까요.
난 런던으로 갔죠. ‘사보이’라는 식당에 면접을 보고 합격했어요! 야호! 나보고 괜찮다고, 괜찮아질 것이라고 충고해주신 조리장님 말씀대로 전 괜찮아질 거예요! 이렇게 행복하게 웃고 있거든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영국에서 제일 유명한 요리사이자 푸드 칼럼니스트가 되었답니다.
일러스트레이션 | 김선규
글을 쓴 이강민은 ‘마시짱의 둥지’라는 아이리쉬 펍의 주인을 꿈꾸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다. 영화 <6월의 일기>로 시나리오 데뷔를 하였다. 제작 예정인 영화 <소울 메이트>의 시나리오를 작업하였으며 현재 장편 스릴러 소설을 쓰는 중이다. |
ㅣ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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