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사이 가족분들은 '도시락'에 대한 추억이 있으신가요?
불과 십년 전만해도 학생들은 점심시간이면
각자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펼쳐놓고 한데 모여
즐겁게 웃고 떠들며 먹었었는데요.
(요즘은 급식을 많이 먹죠? ^^ ; )
그래도 풀사이에 '캐릭터 도시락' '나들이 도시락'과 같은
도시락 관련 컨텐츠에 큰 관심을 보이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아직 도시락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큰가 봅니다.
그것은 아마 '도시락'이 가지는 정성과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상영시간 내내 그 정성과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도시락을 주제로 한 영화가 한편 있습니다.
바로 영화 '논짱 도시락'입니다.
싱글맘이 겪는 우여곡절을 풀어내며 전형적인 영화의 스토리를 따르지만
영화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시락을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가 가진 특별함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입안에는 연신 침이 고이고
어린시절 먹었던 엄마의 도시락이 떠오르며 아련한 향수에 빠지는 그런 영화!
영화 '논짱 도시락'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영화 <논짱도시락> 가끔 미치도록 엄마 도시락을 먹고 싶을 때가 있어 이 도시락의 뚜껑을 한번 열고 나면 당분간 도시락 상사병을 앓을 테니 주의해주세요. 앞으로 108 분 동안 사랑을 꼭꼭 눌러 담은 도시락 퍼레이드가 펼쳐질 거니까요. |
보자기를 푼다. 두세 개의 찬합을 꺼내 놓는다. 그리고 하나씩 뚜껑을 딴다. 이렇게 도시락을 여는 순간마다 항상 두근거린다. 생각해보면 도시락은 한 사람만을 위한 ‘요리’다. 그러고 보면 우리 어머니들이 항상 싸주시던 도시락은 나만을 위한 도시락이어서 더욱 그립다.
엄마의 새까만 김 도시락 영화 <논짱 도시락>(のんちゃんのり弁, 2009)의 논짱은 이런 걸 아주 익숙하게 알고 있던 아이였나 보다. 엄마 코마키가 백수 남편에 질려 집을 뛰쳐나와 ‘쿨’하게 “우리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밥 먹고 갈까?”했을 때 나온 반응이 “난 짭조름한 엄마 도시락이 좋아”라고 해맑게 말한다.
‘도대체 어떤 도시락이기에…’라는 의문이 생길 때 펼쳐지는 각양각색의 도시락 퍼레이드. 논짱의 유치원 친구들이 싸온 도시락은 형형색색! 오오~! 화려하다. 토끼 모양, 개구리 모양, 문어 비엔나, …. 그런데 갑자기 드는 의문! 저런 도시락, 예뻐 보이긴 하는데 과연 맛도 있을까?
그때 짜잔! 하고 자랑스레 친구들 앞에서 도시락을 펼쳐 보이는 논짱. 근데 헛!
까맣다…!
유치원 꼬마들은 두 눈 땡그래져 물어본다. “그게 뭐야?” “김 도시락.” “새까매, 맛없겠다.”
‘후후훗! 녀석들, 진짜 맛난 걸 먹어본 적이 없군!’하는 표정으로 논짱은 한 젓가락을 떠 친구에게 퍼 먹여준다. 그러자 아이들 환장한다. 그리고 다음날! 논짱 도시락의 후폭풍으로 유치원 꼬마들 도시락이 죄다 김 도시락이다. 하지만 논짱은 이탈리아 국기모양의 도시락을 선보인다. 매실 연어 밥, 단무지 계란 밥, 완두 시금치 유부밥. 계란지단으로 꽃 장식! 거기다 만드는 김에 몇 개 더 만든 선생님들 도시락은 선생님들을 해롱거리게 만들어 버린다! 대충 만들어 파는 밥과 차원이 다른 도시락. 그야말로 코마키표 ‘논짱 도시락’ 전성시대다!
우연히 맛본 고등어조림에서 영감을! 딱 이 정도만 보면 ‘명랑 싱글맘 성공기’겠지만, 실상은 이혼서류로 코 풀어 버리는 진상 남편이 “난 좀 질길 거야!”라며 헤실 대는 웃음을 짓고, 간신히 잡은 아르바이트는 술집마담의 보조. 그나마 희롱하는 손님에게 한 방 날려줬더니 그날로 잘렸다. 아, 현실은 구질구질함의 총합이었던 것이다.
30대 예비 이혼녀에게 삶이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녔다. 이런 현실에 코마키는 기분이 우울해졌다. 그래서 동창 다테오에게 한탄하다 들린 ‘토토야’라는 가게에서 고등어조림을 먹게 된다. 채 생강을 살짝 올린 고등어 된장 조림. 코마키가 갑자기 굳어 버린다. 주인장은 걱정된다. “괜찮아요? 물 한 잔 줄까요?” “이거….” “왜요?” “오이시이이이이!!!(딱 이렇게 말한다 하이톤으로)” 아, 놀래라. 하지만 내가 놀라거나 말거나 코마키 씨는 뭐가 들어갔느냐며 완전 흥분 상태다. 무작정 제자로 받아들여 달란다. 하지만 막무가내 아줌마의 생떼가 받아들여질 리 만무하다.
그러더니 레이카가 돈을 가지고 왔다. 너무 맛있어 공짜로 먹기 미안하다고 선생님들이 모은 돈. 코마키는 몸이 굳어버릴 정도로 기뻤다. 뭔가 해낸 것 같아, 처음으로 인정받아 기쁘다. 그래서 결심한다. 나 도시락 가게 할래! 그래 코마키! 한번 해 보는 거야! ‘빡센’ 인생, 한번 달려보는 거야! 코마키! 나도 모르게 슬며시 코마키를 응원하고 있다.
“이 손을 어른 손으로 만들어” 코마키는 ‘토토야’의 고등어조림을 열심히 복기해낸다. 기억으로, 입으로, 자신의 혀로! 결국, 토토야의 사장에게 인정받고 일하며 배우기로 한다. 이렇게 잘 나가는 코마키, 어쩐지 너무 잘나간다 했다. 유치원에서 논짱을 데리고 나간 남편. 유괴라 생각한 레이카의 신고에 동네가 난리가 나고, 토토야에서 어이없이 밥 먹고 있는 남편을 발견한 코마키는 폭발한다. 그야말로 개싸움. 결국 토야 사장의 가게를 엉망으로 만들고 경찰서 신세!
코마키는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하며 낮에 토토야에서 도시락 가게를 하고 싶다고 부탁한다. “근데 코마키. 어떻게 책임질 거야? 포기하는 것 없이 다 안고 있으면 그냥 썩어 버릴 거야. 가게는 사용해도 좋아. 조건이 있어. 이 손을 어른 손으로 만들어.”
토야 사장은 이제까지 ‘땡깡쟁이’ 어린 엄마였던 코마키에게 어른 코마키로의 변신을 요구한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스스로 버려야 할 것도 있다는 것. 장밋빛 인생은 없고 도시락 가게 아줌마로서의 변신을 자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란 것이리라.
도시락 가게 ‘맘마야’를 열다 다시 일상이 시작된다. 새벽에 코마키는 도시락 재료를 사와 토토야에서 도시락 반찬을 준비한다. 두부를 으깨고 육수를 섞고 양념을 조리하여 평범한 프랜차이즈 도시락이 아니라 집 밥처럼 엄마 정성이 들어간 도시락을 만들기 시작한다.
코마키는 힘을 내 도시락에 반찬을 넣는다. 정성스레 담는다. 그리고 코마키 도시락의 상징 김 가루를 뿌리기 위해 조각낸다. 그러다 코마키는 울음을 터뜨린다. 왜 울까? 코마키는 스스로가 기특했을 것이다. 이렇게 외롭고 힘들어도 드디어 해낸 자신이 기특해서 눈물이 났을 것이다. 되는 일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던 31살의 이혼녀인 나 코마키가 드디어 내 힘으로 뭔가를 해냈어! 하는 북받쳐 오르는 기쁨. 하지만 혼자라는 설움. 그리고 ‘맘마야’를 스스로 이끌어 가야 하는 외로움. 이 모든 게 복합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리라.
이제 코마키의 도시락 가게가 현실이 된 것이다. ‘토토야’ 간판 옆에 조그맣게 서 있는 코마키의 도시락가게 간판 ‘맘마야’처럼 코마키는 이제 일어서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도시락 먹을 때를! 보자기를 풀고, 찬합을 꺼내 놓는다. 그리고 하나씩 뚜껑을 딴다. 이제 시작이다. 맛있는 반찬일지, 멋진 밥일지 아니면 단무지 하나 쿡 박혀있는 도시락일지…. 뭐든 어떠랴. 이제 이 도시락을 쌀 때마다 새롭게 펼쳐질 도시락 같은 인생에 코마키는 두근거릴 것을. 코마키 화이팅!
글을 쓴 이강민은 ‘마시짱의 둥지’라는 아이리쉬 펍의 주인을 꿈꾸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다. 영화 <6월의 일기>로 시나리오 데뷔를 하였다. 2011년 제작 예정인 영화 <소울 메이트>의 시나리오를 작업 하였으며 현재 장편 스릴러 소설을 쓰는 중이다. |
ㅣ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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