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내내 그 좋아하는 황도를 한 입 베어물 때마다 조마조마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올가(ORGA)로부터 '유기농 복숭아 마이스터'를 선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두둥~ 이것이 올가 마이스터!
이 복숭아는 과연 무슨 맛일까?
복숭아를 좋아하시는(웅?) 우리 풀사이 가족분들도 그러시지 않았나요? ^ ^
갈색 멍투성이 복숭아는 보기 흉하고.
겉이 멀쩡하다 싶으면 싱거운 무맛에 가깝고.
좀 달다 싶으면 그저 단맛 뿐이고.
심하게는 과육이 뭉개져 즙이 지나치기 일쑤.
말캉한 복숭아가 좋다고 골랐다가
껍질 벗기는 도중에 이미 손에서 뭉크러져 사라져버린 복숭아.
과연, 최고의 복숭아를 단번에 골라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ㅁ'
오오- 이제 맛있고 예쁜 복숭아를 실컷 먹을 수 있겠구나!
(네네~ 복숭아는 10월 중순까지 먹을 수 있답니다~)
올가라면, 풀무원의 친환경식품전문매장이니까 믿을 수도 있고~
웅? 그런데 올.가. 마.이.스.터.가 뭐냐구요?
올가 매장에 가보셨던 분들은 요렇게 환하게 웃고 계시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신 적이 있을 텐데요.
이분은 바로 '올가 유기농 오이 마이스터'인 전태은 생산자님이십니다.
올가는 2008년부터 우리나라의 유기농업을 모범적으로 이끌고 있는 생산자들을
'올가 마이스터(ORGA Meister: 친환경 명장)' 로 선정해오고 있는데요.
'올가 마이스터'는 유기농법에 있어
최고의 전문가이자 바른 농사, 바른 먹거리에 남다른 애정과 투철한 장인정신을 지닌
농업장인에게 부여하는 올가의 인증제도랍니다.
그래서 올가를 찾는 분들은 대개 올가의 잡곡, 채소, 과일을 고르실 때
바로 이 '올가 마이스터' 마크를 확인하곤 하시는데요.
때마침 지난 여름부터 올가 복숭아 부문에도
올가 마이스터가 선정되었다니 이제 올가에서 진짜 최고의 복숭아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최고의 복숭아란 어떤 복숭아일까요?
그 궁금증을, 올가 마이스터의 유기농 복숭아 밭에 가서 풀어드립니다.
올가 유기농 복숭아 입안 가득 무릉도원이 출렁~ 서울에서 차로 꼬박 5시간을 달렸다. 올가 유기농 복숭아밭은 남쪽으로 쭉 뻗은 태백산맥 자락과 깊은 동해가 만나는 경북 영덕에 있다. 영덕하면 대게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영덕 복숭아는 영덕 대게에 버금가는 이곳 특산물이다. |
아이의 발그스름한 볼처럼 말갛고 탐스러운 복숭아다. 단물이 촉촉이 밴 고운 속살이 드러나자 방안에 보드라운 복숭아 향이 살살 퍼졌다. 7개월 된 이 댁 딸내미가 접시를 향해 기어간다. 아빠 김현상 씨의 한 마디 “너 줄 거 아니다~.” “벌써 복숭아를 먹어요?” “우리 애들은 4개월 때부터 먹었는걸요. 어서 드세요.” 한영화 씨가 권한 뽀얀 백도 한 조각을 입에 쏙. 상상 속 그 복숭아 맛이닷! 이번엔 노오란 황도도 한 조각. 오호! 오랜만에 만개한 복숭아 식탐. 어느새 턱밑까지 들어온 아이가 연신 입을 오물거린다. 턱받이엔 침이 한가득 이다. 이번엔 잴 줘야 할 텐데…. 이것 참, 어른 체면이 말이 아니다.
위기의 복숭아를 구할 사람은 누구?
복숭아는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이다. ‘처서 전 복숭아’란 말처럼,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어야 비로소 복숭아가 제철이다. 천도복숭아가 가장 먼저 나오고 백도, 황도가 그 뒤를 잇는다. 여름 내내 비가 내리는 요즘에는 10월 중순까지도 복숭아를 볼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복숭아는 귀한 과일이고, 맛있는 복숭아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재배가 까다롭고 품종에 따라 맛이 제각각 인 데다 과육이 물러 저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좀 달다 싶으면 정말 그저 단맛뿐이고, 과육이 뭉개져 즙이 지나치기 일쑤다. 유통 과정에서 생긴 갈색 멍투성이 복숭아도 흔하다. 겉이 멀쩡하면 과일이라기보다는 싱거운 무맛에 가깝다. 모양도 맛도 어지간하다 싶으면 헉 소리가 나게 비싸다. 친환경 복숭아가 아닌데도 그렇다.
얼마 전 친환경 식품점 올가에서는 유기농 복숭아 마이스터를 선정했다. 올가가?! 올가라면, 얼마나 고르고 골랐을까, 얼마나 맛있을까, 얼마나 예쁘려나, 그리고 얼마나 비싸려나….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1. 올가 유기농 복숭아 생산자인 한영화 씨와 김현상 씨.
1퍼센트 미만 유기농 복숭아
올가는 2008년부터 우리나라의 유기농업을 모범적으로 이끌고 있는 생산자들을 가려 뽑아 ‘올가 마이스터’로 선정해오고 있다. ‘올가 마이스터’는 유기농법에 있어 최고의 전문가이자 바른 농사, 바른 먹거리에 남다른 애정을 지닌 농업 장인이다. 궁극적으로는 농업하는 모든 이들의 ‘멘토’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껏 작물에 따라 각 1명씩, 채소 5명, 잡곡 4명, 과일 10명이 나왔고, 지난여름에는 딸기, 사과, 토마토에 이어 복숭아도 마이스터를 찾았다.
“과일은 벌레와 병 때문에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친환경이라고 해도 저농약, 무농약이 대부분이죠. 저장성이 떨어지는 복숭아는 특히 그렇고요. 유기농 복숭아는 전국에서 1퍼센트 미만, 생산자는 10명 남짓에 불과합니다. 맛이요? 이 복숭아 드시면 다른 복숭아는 못 드실 거에요.(웃음)” 올가 유영복 MD의 설명을 듣노라니 우리나라 유기농 복숭아, 올가 복숭아 마이스터가 지닌 의미가 더욱 각별하게 느껴진다.
복숭아를 드세요
동양에서 복숭아의 존재감은 단연 으뜸이다. 동양에서 일컫는 별천지에는 반드시 복숭아꽃이 활짝 피어 있고, 무병장수하려면 복숭아 열매를 먹으라고 했다. 밤에 복숭아를 먹으면 미인이 된다는 말도 전해져 온다. 수백 년에 걸쳐 전해지는, 복숭아가 품고있는 옛이야기들을 듣고 나면 냉큼 복숭아부터 옆에 두고 싶어진다.
복숭아는 대표적인 알칼리 식품이다.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고루 들었고, 단맛이 강한데 의외로 당분은 10퍼센트, 수분이 90퍼센트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열량이 34칼로리(100그램 기준)이다. 비타민 A와 C, 무기질, 펙틴도 풍부하다.
2. 제초제를 뿌리지 않아 복숭아나무 밑으로 풀이 무성하다. 3. 좁고 길쭉한 복숭아잎. 4, 9. 뽀얀 속살의 백도와 노오란 속살의 황도. 황도가 향이 더 짙다. 5. 복숭아나무는 키울 수 없을 것 같으면 제 스스로 열매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백양백색 복숭아 맛
복숭아는 껍질에 솜털이 없는 천도복숭아(천도계열 무모도)와 솜털이 있는 털복숭아(유모도)로 나뉜다. 털복숭아는 다시 과육이 단단한 것과 부드러운 것으로, 부드러운 복숭아에는 과육이 흰 백도와 노란 황도가 있다. 털복숭아는 다른 과일에 비해 빨리 무르고 상처가 나기 쉽다.
복숭아는 품종에 따라 맛 차이가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100여 종 이상의 복숭아가 재배되는데, 품종에 따라 크기, 모양, 색, 과육질, 과즙, 맛, 향들이 제각각 이다. 같은 품종이라도 재배지, 날씨에 따라서 차이가 무척 크다. 그러니 생산자의 안목이며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덕 대게만큼 특별한 영덕 복숭아
서울에서 차로 꼬박 5시간을 달렸다. 올가 유기농 복숭아밭은 남쪽으로 쭉 뻗은 태백산맥 자락과 깊은 동해바다가 만나는 경북 영덕에 있다. 영덕하면 대게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영덕 복숭아는 영덕 대게에 버금가는 이곳 특산물이다. 산이 깊고 물이 맑아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영덕에서 난 복숭아는 영덕 대게만큼이나 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영덕 지역의 연평균 일조량은 우리나라 평균인 2,300여 시간보다 400여 시간 더 길고 강수량도 비교적 적다. 그래서 당도와 비타민C 함량이 높고 복숭아 특유의 향과 아삭거리는 식감이 좋다. 영덕 복숭아 중에서도 올가 마이스터 김현상•한영화 씨 댁 유기농 복숭아는 복숭아 생산자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경산시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친환경 복숭아 재배에 대해 묻는 이가 있으면 이들을 소개한다.
6. 복숭아는 쉽게 무르기 때문에 포장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7. 잎에 붙은 건 진딧물. 농약이 아닌 친환경 제재를 이용해 잡는다.
잘 자란 잡초, 벌레 먹은 복숭아잎
올가 유기농 복숭아밭이 있다는 인량마을이 가까워질수록 소음이 잦아들고 새소리가 들려왔다. 마을 맨 안쪽 산자락과 닿아있는 올가 유기농 복숭아밭은 제초제를 뿌리지 않아 풀이 숲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온갖 정성을 다해 길렀을 복숭아나무의 잎이 한바탕 난리를 치른 듯 반쯤 뜯겼거나 누렇게 말랐거나 까만 점투성이다. “진딧물이에요. 한달 만에 잡았답니다. 진딧물만 아니면 잎도 깨끗하고 열매도 더 나을 건데. 올여름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진딧물의 변은 설탕물처럼 끈적거리며 마르면 검게 변하는데요. 이 변이 과실에 묻을 경우 상품성이 떨어지고 잎의 광합성이 저해되며 개미들을 불러들여 피해가 증가하게 된답니다.” 한씨의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가득하다. 친환경 제재가 아닌 농약을 치면 한 방에 끝났을 일이다.
이 댁에서는 화학비료 대신 청어, 생미역, 복숭아 따위로 담근 발효 액비를, 농약 대신 천연 미생물액, 석회보르도액, 유황 등을 이용한다. 나무에 물을 줄 때는 미네랄이 풍부한 동해바닷물을 섞어 준다.
유기농법?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
김현상 씨와 한영화 씨는 경력 15년 차, 8년 차 되는 젊은 농부다. 영덕이 고향인 김씨와 중국 칭따오가 고향인 한씨는 열렬한 온라인(채팅) 연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김씨의 꿈은 어릴 적부터 한결같이 농부였단다. 고등학생 때 갑자기 온몸이 굳는 근육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꿈을 접을까도 했지만, 결국 소원하던 농부가 되었다. 회사원이던 한씨는 김씨와 결혼하면서 농사에 입문했다. “자주 싸운다”며 웃지만 모든 일을 함께하는 이들 부부가 서로에게 갖는 신뢰와 애정의 깊이는 여느 부부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 듯싶다.
유기농법은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부모님께서 느타리버섯을 재배하셨어요. 버섯 파리를 잡으려면 농약을 쳐야 하는데 아무리 약한 약이지만 마음이 안 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복숭아는 무조건 약 안치고 시작했죠.” “농부가 왜 좋으세요?” “성취감이 커요. 저희가 키운 복숭아를 먹고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면 보람도 있고요.”
8. 복숭아나무에 눈을 붙인 흔적. 이 밭에는 20여 가지 품종의 복숭아가 자라고 있다.
병해충 잡기, 종이 봉지 8만 장 씌우기
이 댁 복숭아 농사는 한겨울 가지치기부터 시작된다. 가지를 잘 쳐줘야 열매가 햇볕을 고루 받을 수 있다. 3월에는 땅에 거름을 주고, 나무에 친환경 제재를 뿌려 병해충을 없앤다. 4월 꽃피기 직전 “꽃망울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까 말까 할 때” 다시 나무에 석회보르도액을 뿌려 병해충을 예방한다. 꽃이 피고 나면 또 한 번 병을 막는 액을 뿌리고, 해충을 없앤다. 이렇게 애를 써도 농약만큼 확실한 효과는 없다.
4월 말이면 복숭아나무에 하나 둘 열매가 맺힌다. 5월이 지나면 병들거나, 벌레 먹거나, 제 위치에 달리지 않은 열매들을 골라 따내 주어야 한다. 영특한 복숭아나무는 키울 수 없을 것 같으면 저 스스로 열매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열매가 밤톨만 해지면 종이 봉지를 씌운다. 그래야 열매 표면이 햇볕에 트지 않고, 색이 예쁘게 든다. 벌레 피해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올해 씌운 봉지는 무려 8만여 장! 손으로 하나하나 쌀 일을 생각하니 숨이 턱 막힌다. 이렇듯 지극정성으로 키운 복숭아는 지난 7월 5일 올해 첫 수확을 했다.
유기농 복숭아가 푸대접받는 희한한 시장
올가로 나갈 유기농 복숭아들은 이틀에 한 번(월, 수, 토 3회) 오후에 따서 다음날 올려보낸다. 1.8킬로그램 한 상자에 5개에서 7개가 들어간다. 간혹 복숭아가 너무 크고 개수가 적다고 나무라는 이들이 있는데 서운한 오해다. “복숭아는 큰 게 훨씬 맛있어요. 입맛 까다로운 일본에서는 사과, 배는 작게 키우고, 복숭아는 크게 키웁니다.” - 김현상 씨.
지나치게 단맛에 길들어진 소비자 입맛도 아쉽다. “우리는 단맛을 좋아하지만, 서양인들은 신맛을 좋아합니다. 취향의 차이이기는 한데, 무조건 달거나 신 것보다는 당도(단맛)와 산도(신맛)가 알맞게 조화를 이뤄야 맛있는 복숭아랄 수 있습니다.” - 유영복 MD.
아직 유기농 복숭아 재배가 흔치 않아서인지, 수요가 많지는 않다. 김씨가 “마음 놓고 농사만 짓게 해준다고 해서 믿었는데 생각만큼 많이 나가지는 않는다.”며 웃자, 유MD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유기농 복숭아는 지금 시작 단계에요. 올가 복숭아는 도매시장에 나가면 대접을 못 받습니다. 그곳에서는 우리 복숭아보다 일반 복숭아가 훨씬 더 비싸요. 영양이나 맛, 재배과정보다는 겉모양만 보거든요.” 이런, 복숭아 세상도 성격이 아닌 미모 순이라니…, 쯧.
10. 복숭아 한 개의 무게는 325그램에서 600그램까지 나간다. 클수록 맛이 좋다.
올가 유기농 복숭아, 작년보다 더 맛있다!
올여름 계속된 폭우로 과일 맛이 싱겁다고 난리지만, 재배 노하우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올가 유기농 복숭아의 작황은 작년보다 나아졌다. 맛도 진하고, 색도 곱고, 크기도 더 크다! 복숭아는 색을 보고 따는데 잘 익은 건 뽀얗거나(백도) 노란빛(황도)이 고르게 잘 들어 있다.
올가 유기농 복숭아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껍질! 꼭 껍질째 먹기를 권한다. 야들야들하고 연해서 보드라운 과육과 함께 씹어도 전혀 거슬림이 없다. 제철이 분명한 과일이니만큼 있을 때 한껏 먹고, 잼이나 병조림으로 만들어 곁에 두면 별스런 간식으로 그만일 거다.
글을 쓴 한정혜는 자유기고가다. 본지에서는 ‘산지를 들여다본다’를 주로 담당하고 있어 풀무원의 거의 모든 산지를 두루 돌아보고 있다. 홍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고, 간간이 행복한 자원활동에 몰두한다. |
ㅣ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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