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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에서 만난 사람들
아름다운 중독,'걷기'에 빠지다 3부

"차로만 다녀 이 길을 몰랐네요"


조슨다리를 지나 개마고원보다 넓다는 소나무 숲에서 혼자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던 사람도 있었다. 혼자 왔는지 궁금했다. "아니에요. 회사 사람들이랑 같이 왔어요. 지난번에 몇몇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왔다가, 이런 감동을 함께하면 좋겠다 싶어서 회사에서 단체로 참여하게 됐어요. 워크숍 같은 거에요."

'걷기'가 운동보다 감동되는 경험도 있을 수 있다. 과연, 이렇게 걸으면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연 속에서 평등해져 평소 하고 싶던 말들을 도란도란 나눈다면, 회사 단합대회로는 효율 100퍼센트일 듯했다. 무리하게 빨리 걸을 필요도 없고 천천히 풍경을 음미하는 속도로 걸으니 대화하는 데도 어렵지 않을 터. 제주도민도 제주 올레에서 선보이는 길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취미로 새를 찍으러 다니는데요. 늘 차가 다니는 길로만 다녔더니 제주도 길을 잘 몰랐네요. 차에서 내려 이렇게 오래 걸어다닌 적이 없으니까요." 표정이 유난히 밝은 부자에게 말을 걸었다. 올레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한다는 허경식 씨는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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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길에서 만난 걷기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길 위에서는 모르는 사람과 쉽게 벗이 된다

"올레 행사 전에는, 사실 집 근처에 있는 길들도 잘 몰랐어요. 거기서 일하시거나 마을에 사시는 분들이나 다니는 길이거든요. 뒤늦게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셈이죠."


제주 할머니들이 주로 쓰시는 모자를 쓴 사람들도 있었다. 제주도 사람이냐 물었다. "아뇨. 서울에서 왔어요. 원래는 9월에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걸을 계획이었거든요. 그전에 올레 길을 걸으며 적응 연습 좀 해야지 했는데, 산티아고 가서 올레가 더 좋았다고 할지도 모르겠어요." 서울 삼성역 근처 대기업에서 일한다는 한 아가씨는 서른을 앞두고 인생에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고 싶단다. 그래서 그녀는 산티아고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더 낫거나 모자라지 않은 길

올레 길의 아름다움은 너무나도 생생하고 활력이 넘쳤다. 게다가 역사와 민간사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의 노력과 마음이 다해져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올레 길이 많이 알려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생겼다. 혹시나 많은 사람으로 훼손될까 하는 노파심에서다. 그러나 '걷기'에 매혹된 사람들이 막무가내 도보여행을 할 리 없다는 믿음이 노파심보다 크니 다행이다.

서명숙 씨는 스페인 북부 산티아고 가는 길이 역사적으로는 더 의미가 있더라도 풍경만큼은 제주 올레가 훨씬 아름답고 다양하다고 말한다. 수긍한다. 이보다 더 다양한 표정을 내보이는 길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산티아고든 올레든 그 어떤 길도 더 낫거나 모자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 길 위의 사람들이 몸을 놀려 맞이하는 모든 감각과 생각들은 곧 순례의 길로 이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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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그려진 파란 화살표나 리본이 이정표다

' 제주 올레' 길을 걷는 요령

1 신발은 등산화가 제일 좋다. 스니커즈나 밑창 얇은 운동화는 '비추천'. 옷은 반소매, 긴 팔 바람막이 점퍼, 비나 햇빛을 막을 챙 넓은 모자(끈 달린 것), 우비를 두루 갖추어야 한다.

2 제주도 날씨는 시시때때로 변한다. 일기예보는 예의상 알아만 두자. 마음에 담지는 말고.

3 꼭 순서대로 코스를 걸을 필요는 없다. 원하는 대로 자신의 체력에 맞춰 걸으면 된다.

4 '제주 올레'(www.jejuolle.org)에서 추천하는 먹을거리를 눈여겨 보자. 가격대비 맛과 영양, 양이 최고다.

5 현금을 지참한다. 해녀들한테 카드 결제되냐고 묻지 말자.

6 파란 화살표를 잘 찾아야 한다. 이정표인 화살표가 바위에 그려져 있다.

7 꼭 '정해진 길'을 따라 걸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정해진 길을 따르면, 아름다운 길은 보장할 수 있다.

8 코스에 포함되어 있는 지역마다 시장 열리는 날이 다르다. 확인하고 가면 한층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9 1코스는 현재까지 개발된 코스 중 가장 길다. 서명숙 이사장이 산티아고에서 걷던 생각만 하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10 2코스, 3코스, 4코스로 진행될수록 화살표 찾기가 쉬워진다. 화살표 감지 레이더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주 올레' 측의 길 개척 노하우가 쌓였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11 1코스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은 반건조 오징어와 한치. 물론 날씨가 좋을 때만 구할 수 있다.

12 2코스 말미, 소낭머리 전망대에서 반드시 쌍안경으로 바다와 섬을 살펴보길. 공짜다.

글을 쓴 이종혜는  가뭄에 콩 나듯 잡지에 글을 쓴다. 열심히 일한 적도 없으면서 떠날 궁리만 하는 그녀는 한심해보이지 않기 위해 날마다 책을 읽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본 기사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2008년 여름호에 게재되었던 내용을

블로그에 맞게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2008/07/10 - [풀반장의 녹색가게] - 아름다운 중독, '걷기'에 빠지다 1부
2008/07/18 - [풀반장의 녹색가게] - 아름다운 중독, '걷기'에 빠지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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