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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수줍은 연애편지 <효자동 레시피> vs 발칙한 연애편지 <이기적 식탁>_요리 에세이북

우리 풀사이를 찾아주시는 주부님들~
맛있는 요리를 위한 나만의 비결 한두가지 쯤은 있으시죠?
그런거 없이 오로지 숙련된 입맛과 손맛으로만 요리하신다구요?

후훗~ 왜 이러세요~
주방 서랍속 어딘가 감춰놓고 가끔 훔쳐보는 요리책 한두권 없는 분들처럼~

오늘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릴 책은 요리책은 요리책인데, 일반적인 요리책과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바로 요리 하나하나마다 그 요리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거든요.

마치 '연애편지' 처럼 말이죠~
요리 노하우는 물론 풀사이 가족분들의 감성까지 자극할
'레시피 북'을 여러분들께 소개합니다.




 <효자동 레시피>와 <이기적 식탁>
 부엌에서 쓰는 연애편지 두 편
  이 두 책은 이야기와 조리법이 사이좋게 몸을 섞은 요리 에세이 북. 
 쇼파에서도, 조리대에서도 읽을 수 있기에 충분히 즐거운 요리책이다.


 


<카모메 식당>이나 <안경> 그리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같은 일본의 작은 영화들이 마음에서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은, 저렇게 한 번 살아봤으면, 저렇게 한 번 사랑해봤으면,하는 작은 동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거기에 등장하는 ‘요리’ 때문이 아닐까한다.

<카모메 식당>에 나오는 갓 구운 시나몬 롤이나 주먹밥, <안경>의 포스포슬한 흰 쌀밥과 된장국, 그리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폭신한 계란말이와 연어구이. 보는 내내 침샘을 자극하는 이 일본 영화들을 보면서 나는 요리라는 것이 저렇게 따듯할 수 있는 것이로구나 생각했다. 팍팍하고 두려운 현실에 맞닥뜨린 주인공들을 위로해 주었던 것은 신기하게도 이 세 영화 모두 ‘음식’이었다.

그래서 요리책 두 권을 준비해보았다. 한 권은 조근조근 말해주고, 토닥토닥 등 두드리듯 조용한 위로를 주는 책이고 한 권은 섹시하고 조금은 발칙함이 묻어나는 요리책이다. 둘 다 요리책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정통 조리법을 담은 레시피 북은 아니다. 어찌 보면 부엌에서 쓴 연애편지처럼 읽히기도 하는 이 두 책은 이야기와 조리법이 사이좋게 몸을 섞은 요리 에세이 북. 쇼파에서도, 조리대에서도 읽을 수 있기에 충분히 즐거운 요리책이다.


수줍은 연애편지 <효자동 레시피>

구멍에 연필을 끼우면 요리할 때 보기 편하게 고정되는 이기적 식탁

‘긴 방학을 시작해야겠어요’. <효자동 레시피> (소모 펴냄)는 이렇게 시작된다. 레시피는 5년 전쯤 효자동 골목길에 생긴 한옥 레스토랑 이름이다. 인근 동네 주민이었던 난 이 한옥에 둥지를 틀고 ‘레시피’라는 이름을 단 이 정체불명의 작은 레스토랑을 기웃거렸었다. 그리고 쑥스러운 표정으로 처음 발길을 한 후 이 책의 저자인 신경숙에게 반해 자연스럽게 이 집의 단골이 되었다. 항상 수줍은 표정으로 오늘의 메뉴를 조근조근 말하던 그녀는 프로 요리사 같은 능숙함은 없었지만 언제나 ‘투박한 진심’을 전하는 이상한 재주가 있었다. 처음에는 한 두 테이블만 겨우 손님이 있어 단골인 내가 더 조마조마했던 이 수줍은 레스토랑은 얼마 후 예약을 하지 않으면 테이블을 차지할 수 없는 인기를 구가해서 단골인 나로서는 흐뭇하면서도 어쩐지 조금 섭섭함마저 느끼게 했던 곳이다. 그러기를 5년. 드디어 그녀가 ‘긴 방학’을 선언하고 가게 문을 1년 닫는다는 소식을 보내왔다. ‘이런….’ 아쉬움은 컸지만 그녀의 방학에 작은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방학을 시작하고, 그간 그 작은 한옥 레스토랑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일기를 쓰듯 소중히 적어 내려간 이 책은 때로는 유쾌한 웃음, 때로는 가슴 찡한 감동, 그리고 때로는 따끔한 일침으로 그녀를 요리사로 성장시킨 그간의 에피소드들이 빼곡히 적혀있다. 게다가 그 에피소드에 얽힌 그녀만의 비밀 요리법이 나와 있어 그간 ‘레시피’에서 맛보았고, 궁금해하던 마법의 맛이 공개되어 있다. 게다가 이곳의 골수 단골인 꽃도둑 작가 백은하의 일러스트가 책 곳곳에 숨어있어 레서피 주방 곳곳의 온기가 책 속으로 그대로 옮겨온 느낌이다. 
마음까지 시려지는 겨울, <효자동 레시피>는 음식을 통해 추억을 만들고, 친구를 만들고, 사랑을 만들어간 공간, 그 곳에 관한 아늑한 이야기를 선물처럼 주는 책이다.

책도둑 작가 백은하의 일러스트가 책 곳곳에 숨어있는 효자동 레시피


발칙한 연애편지 <이기적 식탁>
<효자동 레시피>가 부엌에서 써 내려간 수줍은 연애편지라면 <이기적 식탁>(디자인하우스 펴냄)은 재기발랄하고 어찌 보면 좀 발칙하다 싶을 수 있는 과감한 연애편지다. 일단 제목부터 ‘쎄다’. ‘이기적’이라니. 우리들이 생각하는 ‘요리’란 누군가를 위해 정성스럽게 오래오래 준비한 음식인데, 이 책의 저자 이주희는 누군가를 위한 요리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당당히 선언한다. 영국 시골의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파트타임 웨이트리스로 일하다가 주방을 기웃거리며 요리의 재미를 발견한 그녀는 이후 자기의 부엌을 갖게 되면서 타고난 식탐과 호기심, 소비적 성향이 합쳐져 본격적인 ‘유희형 요리인’으로 거듭났다고 고백한다. 그러니까 그녀는 ‘엄마형’, ‘희생형’의 심성 고운, 자기 희생적인 요리인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요리를 하고 요리책을 읽고 마트를 가는 어찌 보면 진화된 요리인이 아닐까 한다.
아침 10시를 위한 식탁, 오후 3시를 위한 식탁, 밤 8시를 위한 식탁, 새벽 1시를 위한 식탁. 이렇게 친절하게 시간대별로 메뉴와 이야기를 엮어놓은 이 책은 모양도 심상치 않다.
이 책은 앞뒤로 읽을 수 있다. 파란색으로 된 낮을 위한 식탁을 뒤집으면 붉은색의 밤을 위한 식탁이 나온다. 요리를 하기 위해 책을 펴 놓으면 조리법을 읽을 때 뒤 페이지들이 훌러덩 넘어갈까 봐 이렇게 만들었단다. 책 중앙에 (사고처럼) 뻥 뚫려 있는 구멍에 연필이나 막대기를 끼워 넣어 요리하며 보기 편하게 고정할 수도 있다. (여태까지의 요리책은 왜 이런 간단하지만 기발한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책의 가운데에 샌드위치 속처럼 끼워져 있는 빨갛고 파란 빈 종이에는 당신만의 레시피를 적어 넣을 수 있어 진정한 ‘이기적 식탁’이 완성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 <이기적 식탁>은 글맛이 쫀쫀하다. 여자 이야기, 연애 이야기가 참으로 맛있게 요리되어 있어 읽다 보면 요리 따위는 잊을 수도 있고, 반대로 그대로 요리가 ‘땡겨’ 바로 조리대로 향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녀의 레시피는 심플하면서도 맛있고 완벽하다. 실제로 ‘복수의 햄버거’와 애인보다 나은 ‘오코노미 야키씨’는 내 스스로도 내 요리 솜씨에 놀랄 만큼 나를 셀프 셰프의 경지에 이르게 했다.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사치와 평온과 쾌락의 부엌일기’라는 말처럼 이 겨울 난 이 사랑스런 두 요리책을 푹 끼고 부엌에서 요리를 하며 행복한 겨울나기를 할 생각이다.


글을 쓴 김은주는 먹는 것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서 집착하는 경지에 이른 食생활 위주의 삶을 살고 있는 출판 편집자다. 엄마의 헌신적인 요리세계에만 안온하게 살아오다 최근에는 셀프 셰프가 되어 험난하지만 흥미로운 요리의 세계에 빠져 살고 있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