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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철원에서 들려온 아이들의 웃음소리... 올가 친환경 모내기 체험행사

여러분께 보다 생생한 현장을 소개해드리기 위해 풀반장이 바지를 걷어 올린 채 철원에서 전해드린 '올가 친환경 모내기 체험행사 현장스케치' 기억하시죠?
[복습하러가기 1편] [복습하러가기 2편] 

어린이들의 모내기 부터 우렁이 방사와 손으로 메기잡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 덕분에 무려 2편에 걸쳐 여러분께 소개해드렸었는데요. 얼마전 발행된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여름호에도 게재가 되어 소개해드립니다. :) 

물론, 풀반장의 현장감 넘치는 생생한 메이킹 스토리(위의 URL)와 조목조목 비교하며 보시면 더 재밌겠지요? 후후후..
(또 가고 싶지 말입니다~ :D)


 
 2010 올가 친환경 모내기 체험 행사
 쌀 한 톨을 향한 유쾌한 도전

 바람 소리, 물소리만 들리던 맑은 땅 철원에 아이들의 함성이 차고 넘쳤다. 목젖이 훤히 보이도록 벌어진 입에서 터져 나온 “까르르~” 웃음소리에 깜짝 놀란 논물이 파도처럼 출렁이고 고라니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덩달아 신이 난 농부들 왈 “아니 이 똥강아지들, 그동안 답답해서 어찌 살았니, 응?”



지난 6월 4일 친환경 식품 전문점 올가의 고객 500여 명이 참가한 ‘철원과 함께하는 올가 친환경 모내기 체험’(올가홀푸드, 철원친환경농업단체연합회 공동 주최) 행사가 강원도 철원에서 열렸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올가 친환경 모내기 체험 행사는 올가의 ‘엄마 고객’들 사이에서 단연 첫손 꼽히는 인기 최고의 행사다. 행사의 의미며 재미가 입 소문을 타고 퍼져 해마다 봄이 되면 언제 참가 신청을 받느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을 정도다. 이날 행사는 모내기의 시작인 못자리 내기부터 옛날 모내기, 논에 우렁이 넣기, 고추 옥수수 상추 모종 심기 등 친환경 농사 체험과 친환경 벼농사를 짓는 철원 농부들과의 만남을 통해 친환경 농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또 논두렁 곳곳에 철원 오대쌀로 만든 가마솥누룽지, 쌀 뻥튀기, 직접 떡메를 쳐서 만든 인절미 등 친환경 쌀을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펼쳐졌다. 흥미진진한 올가 모내기 체험 행사는 매년 5, 6월 중에 개최되며, 올가 홈페이지(
www.orga.co.kr)와 각 매장을 통해 공지된다. 지금 올가 홈페이지에 가면 참가자들이 직접 올린 행사 뒷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다.


07:40 집합 장소는 가까운 올가
서울 경기 전역 올가 매장 앞에 모내기 일꾼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노란색 유치원 가방 대신 새빨간 소풍가방을 둘러맨 어린아이부터 백발 성성한 노인까지 참가자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이날 최고령 참가자는 76세의 이정옥 씨, 최연소 참가자는 아직 밥이 뭔지도 모르는 13개월 심예성 군.

08:14 참 바람직한 올가표 아침밥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고 나니 두툼한 보따리가 전해졌다. 이름하여 올가표 아침밥. 메뉴는 껍질째 먹는 올가의 친환경 사과, 콩가루가 들어있어 더욱 고소했던 올가 소보로빵, 설탕 대신 꿀이 든 올가 머핀, 올가 달콤한 두유, 우리밀 아기 보름달 과자, 풀무원 생수.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서인지 배를 채우고 나자 눈꺼풀이 슬슬 내려오기 시작한다.


11:10 안녕~ 고라니 양, 고라니 군!

드문드문 논이 보이더니 어느 순간부터 논 반 하늘 반의 풍경이 펼쳐졌다. 논 곳곳에 내려앉은 하얀 고라니의 모습이 신기하다. 멀리서 들려오는 군악대의 활기찬 연주가 살짝 긴장된 마음이며 남은 잠을 말끔히 물리쳐 준다.
참가자 500여명을 태우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착한 버스는 모두 16대. “오늘 일정을 무사히 마치시려면 저와 이 깃발을 잘 따라오셔야 해요.”라던 일일 조장(올가 점장)의 당부가 과장이 아니다. 참가자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엄마와 아이 커플부터 휴가 내고 합세한 아빠까지 온 가족, 3대가 모인 가족, 해외에 살던 언니네가 귀국하자마자 함께 왔다는 자매 가족, 고등학교 동창, 옆집 친구 등등 모두 올가 마니아라는 공통 분모 아래 모인 ‘로하스 패밀리’들이다. 철원의 농부들과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논일, 밭일에 돌입했다.


11:25 철원 동송읍 오덕리 모내기 잔치

못자리 체험장. 모판에 흙을 담고, 볍씨를 뿌리고 다시 흙을 덮고…. 볍씨를 모판에 뿌리고 나서 30~40일 정도 자라면 모내기가 가능하단다. 다음은 물을 댄 논으로 이동하여 드디어 입수. “엄마야~” “꺅, 발이 빠진다” “부들부들해요” 논 안에 온갖 감탄과 환호성이 난무하는 가운데 고참 농부의 호령이 떨어지자 순식간에 상황 종료. “모를 몇 가닥 떼어내세요. 줄에 표시된 빨간색 부분에 파란 모가 물 밖으로 나오도록 살짝 꽂으세요.” “네에~.” 꼬마 농부들의 집중력이 하늘을 찌른다. 모내기는 논 밖으로 나와 우렁이를 던져 넣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우렁이가 벼 사이에 돋아난 잡초를 갉아 먹어 벼가 잘 자라도록 도와줄 거에요.” “우렁아, 많이 먹어줘~.”  한쪽에서는 모종 심기가 진행되었다. 삽으로 땅에 구멍을 파고 고추, 상추, 옥수수 모종들을 심었다. “이제 우리가 먹는 채소가 어떻게 크는지 알겠어요?” “네에에~.”


12:15 순식간에 사라진 가마솥 누룽지여~!

생전 처음 보는 500인용의 거대한 가마솥 뚜껑이 열리자 뽀얀 김 사이로 철원 쌀밥이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드러낸다. 허기진 일꾼들 앞에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가마솥밥, 콩나물국, 녹두전, 잡채, 청포묵 무침, 참나물, 고사리나물, 멸치볶음, 떡볶이, 열무김치, 배추겉절이, 수박, 콩떡 등등. 삽만한 주걱으로 밥을 말끔히 퍼내자 마침내 노릇노릇한 누룽지가 보인다. “드셔보세요”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모두 가마솥을 향해 돌진.

13:06 메기를 잡았어요


논을 타고 불어오는 맑은 바람 속에서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자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X 퀴즈, 철원오대쌀로 오행시 짓기 등의 다양한 놀이가 이어졌다. 부상은 철원오대쌀 두 가마니. 오후 시간의 하이라이트는 연못 안에서의 메기와 송어 잡기였다. 어른 아이가 한데 굴러 온통 진흙 범벅이 되어도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13:20 철원 쌀을 먹는 갖가지 방법

가마솥밥, 고소한 누룽지가 다가 아니다. 백미, 흑미 뻥튀기에 직접 떡메를 쳐서 만들어 먹는 쫄깃한 인절미까지 등장했다.

16:35 올가와 철원이 준 마지막 선물

내가 먹는 쌀 한 톨, 푸성귀 한 잎이 어떻게 오는지 안 것만으로도 황송한데 돌아오는 찬 안에서 또 한 가득 선물이 안겨졌다. 철원친환경영농조합에서 마련한 철원오대쌀로 만든 식이섬유‘유기농 라이스브랜’과 친환경 상추 모종, 그리고 올가의 무농약 통곡물로 만든 오곡푸레이크와 풀무원이 만든 갖가지 먹거리다. 작년 올가 모내기 행사에 다녀온 이후 절대 밥을 남기지 않는다는 박찬솔 군(6세)의 엄마 권현주 씨의 증언처럼 이날의 추억은 아이들의 밥상 위에서 놀라운 결실을 맺을 것이다. 그나저나 오늘 내가 심은 여린 모 한 포기가 황금빛 물결을 이룰 그날의 풍경이 자못 궁금해진다.



 
 철원 오대살
 혀끝에 착 붙는 밥맛의 비밀

 철원에 간 김에 밥맛 좋기로 유명한 철원오대쌀과 밀키퀸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다. 말수도 적고 표현력도 없었다는 양춘수 대표(철원친환경영농조합, www.ceac.co.kr)는 친환경 농사꾼으로 살면서 친환경 농업의 필요성과 이로움을 설파하다 보니 말 많은 농사꾼이 되었다고 했다. 철원이 일찌감치 친환경 급식을 하고 있는 데는 양 대표를 비롯한 조합원들의 남다른 노력도 한몫 한듯싶다.


인터뷰 철원친환경영농조합 양춘수 대표


Q. 철원 쌀, 왜 맛있나요? 밥맛을 좌우하는 조건으로는 종자, 토양, 기후, 농부의 기술과 정성을 들 수 있는데, 철원은 이 조건들을 두루 만족합니다. 철원 평야는 환경부가 인정한 청정지역입니다. 비무장지대에 묶여 있어 흙이며, 물, 공기가 맑고 깨끗하죠. 일찍이 친환경 농업을 시작한 곳이어서 땅힘이 무척 좋아요. 오대산이 화산 폭발하면서 생긴 화산토 현무암층이라서 물 빠짐도 좋고요. 분지라는 특성상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워 일교차가 심한데 이 또한 밥맛을 좋게 합니다. 낟알 속이 촘촘하고 단단하게 여물어 영양도 풍부하고 밥을 하면 차지죠. 식은 후에도 찰기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Q. 철원 쌀, 안전한가요? 그럼요! 볍씨부터 못자리 낼 때 덮는 흙, 논에 대는 물까지 모두 검사합니다. 수확 후 100퍼센트 전수 검사를 원칙으로 하며 가공 출하 전에 잔류농약 검사를 한 번 더 합니다. 개인별 이력추적이 가능하도록 포장지 겉면에 생산자, 생산년도, 원산지, 품종, 연락처들도 모두 적어 넣고요. 우리나라에서 쌀 이력추적제를 최초로 시작한 것이 저희에요. 철원친환경영농조합은 국가에서 인정한 민간 인증기관이기도 합니다.

저희와는 별도로 올가에서도 모든 재배, 가공, 출하, 입고 과정을 엄격하게 관리합니다. 국가 기준보다 올가 기준이 훨씬 높아요. 안전 시스템이 정말 잘되어 있죠.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그렇습니다. 특히 유럽, 그 중에서도 독일의 것이 엄격한데 제가 봤을 때 올가의 기준이 훨씬 더 높아요.

Q. 쌀의 여왕, 밀키퀸이란 대체 뭔가요? 일본 농림수산성의 슈퍼 라이스(super rice) 계획에 따라 10여 년 동안의 연구 끝에 탄생한 세계 최초의 저 아밀로오스 쌀입니다. 입맛 까다로운 일본에서도 밥맛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품종으로, 먹는 순간 포만감이 느껴지고 여느 쌀만큼 혈당이 빨리 올라가지 않는 기능성 쌀이에요. 강평, 왜관, 고성, 홍성 등지에서도 재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희처럼 유기농으로 하는 곳은 흔치 않습니다. 재배가 무척 까다롭거든요.

Q. 철원 쌀, 왜 비싼가요? 비싼가요?! 들이는 공이며 맛에 비하면 절대 비싼 값이 아니에요. 철원오대쌀도 그렇지만 밀키퀸은 특히 재배도 힘들고 수확량도 다른 쌀의 3분의 2밖에 되지 않아 20퍼센트쯤 값이 높긴 합니다. 그래도 먹어본 이들은 밀키퀸만 찾아요. 다른 농사도 그렇겠지만 유기농 쌀 농사는 화학비료를 치지 않으니 유기질 비료며 직접 만든 친환경 퇴비를 적당히 주면서 땅의 질소 성분을 조절해주는 게 무척 중요합니다. 질소는 수확량을 높여주지만 밥맛은 떨어뜨리거든요. 친환경 농업을 하는 농부에게 욕심은 금물이라는 게 바로 이런 점들 때문입니다. 질소가 든 비료를 많이 주면 품을 훨씬 덜 들이고도 수확량이 많아질 것을 알면서도 그 유혹을 참아내야 하거든요. 

Q. 유기농, 언제부터 하셨어요? 30여 년쯤 되었겠네요. 처음엔 고추농사를 지었어요. 그때야 다들 약 치는 관행농을 했고 고추라는 작물이 다른 작물에 비해 약을 많이 치잖아요. 그러다가‘아, 이건 정말 아니다’싶었죠. 그때부터 유기농업협회에 가입하고 친환경농업단체들을 찾아 다니며 농사일을 다시 배웠어요.


 
+글을 쓴 한정혜는 홍보와 관련된 일들을 두루 하고 있다. 간간히 행복한 자원활동에 몰두한다. MBC문화방송의 <W>라는 프로그램을 꼬박꼬박 챙겨보며 집 근처 공원에서 최대한 천천히 걸으며 ‘해바라기’하는 것을 즐긴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