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가리는것 없이 뭐든 잘먹는 풀반장이지만
요즘 부쩍 더 손이 가는 과일이 있습니다.
바로 '딸기'인데요.
매력적 붉은 빛깔속에 감춰진 달큰한 맛은 언제 먹어도
엄지손가락이 절로 올라가게 만드네요.
하지만 다양한 딸기들 중에
조금 더 특별한 딸기가 있다는 사실~!
올가의 유기농 인증을 받은
곽해석 올가 마이스터의 '육보 딸기' 가 그 주인공 인데요.
아마 풀사이 마니아분들께는
낯익은 이름이 아닐까 싶은데... 기억나시나요?
저 풀반장이 직접 취재를 다녀왔던 그 농장이잖아요. ^^
[풀반장의 취재 포스트 보러가기]
오늘 소개해드릴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 담는 큰 그릇>에 실린 내용과 함께
살펴보시면 오늘의 포스트가 두배는 재미있지 않을까요?
올가 유기농 곽해석 육보 딸기
43년 딸기 장인의 작품
‘곽해석 육보’라는 수수께끼 같은 이름이 붙은 딸기 맛이 궁금했지만 먹기가 쉽지 않았다. 올가 매장에 가면 솔드 아웃 되어있기 일쑤이고 온라인숍에서는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살 수 있다. 진열되자마자 팔려나간다는 이 딸기를 먹기 위해서는 아침 개점시간에 맞춰 올가로 달려가거나 미리 예약을 해두는 수고를 거쳐야 한다니 그 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뭔가 숨은 뜻이 있는 걸로 오해했던 ‘곽해석 육보’라는 이름의 의미는 뜻밖에 심플했다. ‘곽해석’이라는 사람이 키운 ‘육보(red pearl)’라는 품종의 딸기. 좀 더 설명을 덧붙인다면 43년 동안 유기농 딸기 농사만 지어온 올가의 딸기 마이스터 곽해석 씨가 키운, 육지의 보배, 육지의 진주라고도 불리는 딸기다.
속셈 없는 이름 ‘곽해석 육보’
생산자의 이름 석자가 붙은 과일은 처음이라 별스럽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녀들이 열광하는 크리스찬 디올, 샤넬, 루이 비통 같은 명품 패션 브랜드도 사람 이름이다. 제철이 돌아오면 오매불망 손꼽아 기다리는 거며 딸기의 명품으로 꼽히는 게 명품 가방보다 못할 게 없지 싶다. 곽해석 씨가 곽해석 육보 딸기에 유기농 설탕만 넣어 직접 만들었다는 ‘올가 유기농 딸기잼’으로 아쉬움을 달래던 차에 그 댁 딸기밭에 갈 기회가 생겼다. 입안에 침부터 고였다.
그래서 곽해석에게 마음이 간다
미국 환경단체가 농약이 많이 든 농산물에 순위를 매겨 발표한 적이 있는데 복숭아, 사과, 피망, 샐러리, 딸기, 체리, 배, 포도, 시금치, 양상추 순이었다. 주로 껍질이 얇고 땅에서 가까이 자란 작물들이다. 껍질이랄 것이 없는 데다 땅에 딱 붙어 자라는 딸기는 당연히 높은 순위에 올랐다.
비닐하우스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환기가 잘 되지 않으면 농약이 자연 분해되지 않고 오래 남는다는 보고도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산성으로 바뀐 지금,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모든 딸기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재배된다. 산성비를 맞은 딸기는 금세 썩어버려 이제 노지 재배는 불가능하다.
쉽게 무르는 데다 과피(껍질)와 과육의 구분이 거의 없고 표면에 씨가 촘촘히 박혀 있어 과육과 씨를 함께 먹게 되는 딸기.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과일이라는 점도 친환경 딸기에 마음이 가게끔 한다.
1 딸기의 자연수정을 돕는 벌은 유기농 딸기밭의 또 다른 상징이다.
스트레스 받고 있다면 딸기
과일 중에서 비타민C가 많이 든 걸로 따지면 딸기가 으뜸이다. 새콤한 레몬보다 곱절이나 더 많다. 딸기 속 비타민C는 특별히 ‘항스트레스 비타민’이라고도 불린다. 피로, 스트레스가 쌓여 생기는, 정상 세포를 공격해 노화를 촉진하고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체내의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피곤하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뽀얀 피부를 원하는 이들에게 딸기를 권한다.
딸기의 칼로리는 100그램당 26킬로칼로리 정도여서 양껏 먹어도 부담이 적다. 몸도 마음도 예뻐지고 싶거들랑 친환경농법으로 재배된 맛있는 딸기를 넉넉히 챙겨먹을 일이다.
2 땅에 거의 붙다시피 해서 자라는 딸기는 14개월 농사로 과채류 중에서도 재배가 힘들기로 첫손 꼽힌다. 3 딸기 모종. 공간만 충분하다면 딸기 뿌리는 1미터에서 1미터 50센티미터까지도 자란다. 4 올가 딸기 마이스터 곽해석 씨.
복숭아 향이 나는 딸기의 맛은?
가야산을 지나 경북 고령 쌍림면 안림마을로 들어서니 온통 비닐하우스와 딸기 간판투성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곽해석 씨(71세)가 처음 딸기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한집 두 집 딸기 농가가 늘더니 지금은 이 지역 전체가 딸기 마을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의 두 아들도 유기농 딸기 농사를 짓는다. 겉으로 봐서는 고만고만한 비닐하우스지만 이 댁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면 밭이랑 높이부터 예사롭지 않다. “다른 밭보다 곱절은 높습니다. 딸기 뿌리는
1미터에서 1미터 50센티미터까지도 자랍니다. 마음껏 뻗어나가 흙의 기운을 충분히 빨아들이게 하려면 이렇게 높게 올려야 해요. 이랑 높이는 일이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어서 올해는 좀 낮췄는데 작년에는 더 높았습니다.”
곽해석 씨 옆에 서있던 아들 무현 씨(46세)가 딸기 한 알을 건넸다. 통통하고 검붉은 알맹이. 붉은 빛이 또렷하고 맑다. 유기농 과일답게 향긋하며 과육이 뭉개지지 않고 제대로 씹힌다. 상큼하고, 달다. “육보는 향이 좋습니다. 복숭아 향이 살짝 돌죠. 당도도 높고 맛이 풍부합니다. 그저 달기만 한 것이 아니라 딸기 고유의 풍미가 살아있어요. 알맹이가 단단해서 쉬 물러지지도 않고요. 과육 속에 구멍이 뚫리는 건 육보만의 특징입니다. 다른 품종의 딸기들 속에 구멍이 생기는 것은 성장촉진제 때문이라서 약을 쳤다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지베렐린이라는 화학 호르몬제를 치면 알맹이가 커지고 모양도 예쁘게 나오지만 맛이 싱거워요.” 육보의 기본 당도는 9브릭스 정도인데 곽해석 육보 딸기는 12까지 나온다.
어떤 딸기가 맛있는 거냐는 물음에 “우리집 딸기는 다 맛있다”며 웃더니 “그냥 보면 안”단다. 곽무현 씨의 손 끝이 가리키는 딸기들의 공통점은 이렇다. 조금 울퉁불퉁한 모양에 꼭지 끝까지 검붉은빛이 돌고 국화꽃잎을 닮은 초록색 꼭지가 바깥쪽을 향해 젖혀져 있는 것….
풀무원농장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에도 있었다
친환경농산물인증제가 도입된 2001년 최고등급인 ‘유기농산물인증’을 받기 전부터 곽해석 육보 딸기는 유기농 딸기였다. “딸기 농사만 43년입니다. 1976년 우리나라 최초의 유기농 운동단체인 정농회를 창립한 원경선 원장과 함께 일했지요. 81년 원 원장이 서울 압구정동에 연 ‘풀무원농장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이라는 작은 채소가게에도 우리 딸기를 납품했으니 올가와의 인연이 참 깊어요.”
해마다 반복되는 예약 판매와 매진 행렬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 없는 건 오래 전부터 새겨온 “자연이 허락한 만큼만 얻는다”는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그는 일흔의 나이에도 여전히 “농사는 정성”이라며 기계 대신 손수 삽을 움직여 퇴비를 만드는 전통방식을 고집한다.
5 이곳 딸기밭 이랑은 다른 곳보다 곱절 이상 높다. 이렇게 해야 뿌리가 마음껏 뻗어나가 흙의 기운을 충분히 빨아들일 수 있다. 6 한 뿌리 한 가지에서 나고 자라지만 꽃 피고 열매 맺히는 때는 제각각 이다.
모종 지키고, 흙 살리고
14개월 농사인 딸기는 과채류 중에서도 재배가 힘들기로 첫손 꼽힌다. 수확은 5월에 끝나는데 이듬해 심을 모종 준비는 3월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 한해 딸기 생산량 중 유기농은 10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유기농 딸기 재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모종과 토양 관리다. 친환경 딸기 농부들은 모종을 키울 때 약에 대한 유혹을 가장 많이 느낀다고 한다. 모종 관리가 무척 까다로운 데다 이 때 약을 살짝 쳐도 검사 시 농약 성분이 나올 확률이 낮다. 올가가 모종부터 철저히 관리하는 것은 이런 이유인 듯싶다.
“화학비료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이 바로 땅”이라며 안타까워하는 곽 씨 부자가 땅에 쏟는 애정은 남다르다. 산성으로 변해버린 땅을 살리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해서 강원도 평창의 청정한 갈대밭에 있는 갈대부속 퇴비를 날라왔다. “화학비료를 많이 뿌리면 벼가 익어도 고개가 안 숙여집니다. 약이 그만큼 독해요.”
농약을 먹으면 즉사한다는 벌은 유기농 딸기밭의 또 다른 상징이다. 길이 180미터, 폭 40미터의 하우스 한 개 동 안에서는 10만여 마리의 벌이 딸기의 자연수정을 돕는다.
양분으로 주는 퇴비와 액비는 직접 만든다. 병충해 예방에는 농약 대신 곽씨 부자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수십 년 노하우가 총동원된다. 잔류농약 검사도 무사히 빠져나가게 하는 서피란이라는 5,000원짜리 화학약품 한 통이면 한 해 동안 진딧물 걱정에서 해방되건만 이들에게는 천연 약제 재료 값만 250여 만 원에 노심초사 몸 고생 마음 고생이 더해진다.
7 딸기 포기에서 뻗어 나오는 줄기의 새순. 8,9 올가 매장에서 만난 곽해석 육보딸기. 아침에 수확한 딸기는 오후에 올가 물류센터에 입고되며 인성검사를 거쳐 다음날 아침에 매장에 진열된다.
15년 단골이 강추하는 ‘유기농 딸기잼’
딸기 수확은 12월 중순에 시작해 4월 말, 늦게는 5월 초까지 이루어진다. 쉽게 무르고 조금만 손자국이 나도 곰팡이가 피기 때문에 아무리 일손이 부족해도 숙련된 전문가만이 딸 수 있다. 손을 위로 향해 공을 쥐듯 모으고 손가락 마디 사이에 딸기 열매를 받쳐 위로 톡 당기면 알맹이가 떨어져 나온다. 맛있게 잘 익은 딸기는 딸 때 “뽁” 소리가 난다.
오늘 수확한 딸기는 저녁 무렵에 경기도 기흥에 있는 올가 물류센터에 도착하고 다음날 아침이면 매장에 진열된다. 올가에서 모종부터 수확까지의 전 생육과정은 물론 입고 시의 상태도 꼼꼼히 살피는 만큼(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검사항목은 100여 개, 올가는 180여 개쯤 된다.) 마지막 인성검사에서 합격해야만 물류센터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생으로 먹는 곽해석 육보 딸기와 잼이 되는 곽해석 육보 딸기는 무엇이 다를까? “똑같아요.” 곽무현 씨의 답이다. 생과로 나갈 때처럼 가장 좋은 상태, 가장 맛있을 때 딴 무르지 않고 상처 없는 싱싱한 딸기에 유기농 설탕만 더해져 잼이 된다. ‘올가 유기농 딸기잼’이란 이름을 단 이 잼이 소개된 웹 페이지에는 오랜 단골들이 올린 별 다섯 개짜리 상품평들이 깨알같이 올라있다. 드디어 올가 온라인숍에 곽해석 육보 딸기가 등장했다. 1.2킬로그램 한 상자에 2만1,000원. 비싸다. 비싸다고? 지금 내가 먹는 것이 삼대를 간다는 말을 새기며, 과감히 클릭. 수백만 원짜리 명품 백은 이승에서만 멜 수 있지만 내가 지금 먹은 곽해석 육보 딸기는 내 아이의 아이 몸에도 담기겠지. 바야흐로 딸기의 계절. 이 봄이 가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10 일체의 다른 첨가물 없이 곽해석 육보 딸기에 유기농 설탕만 넣어 만든 ‘올가 유기농 딸기잼’.
글을 쓴 한정혜는 홍보와 관련된 일들을 두루 하고 있다. 간간히 행복한 자원활동에 몰두한다. MBC문화방송의 <W>라는 프로그램을 꼬박꼬박 챙겨보며 집 근처 공원에서 최대한 천천히 걸으며 ‘해바라기’하는 것을 즐긴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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