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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제품 메이킹 스토리

[스노우앤 수사대_Pilot] 얼음공주, 얼음과 함께 사라지다....암호는 "그라니께..그라니떼?"

PSI  : Pilot
(Pilot: 본격적인 시리즈가 시작되기 직전 방영되는 에피소드)
그라니께....그라니떼?

3년 전.
지금처럼 무더위도, 백년만의 가뭄도 없던 시절.
풀반장은 가운데 책상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인 방 안에서 생각에 잠겼다.
무심코 서랍을 열었다. 비어있다. 아니다, 작은 닭털 하나가 보인다.

그렇다. 2009년 달걀수사대가 해체된 후, 이 방은 비어있었다.
그 사실은 풀반장의 평화를 뜻했다. 
오늘 아침, 한 통의 전화와 함께 산산조각 난 그, 평화.

띠리리리링~ 


- 네, 늘 싱싱한 풀반장입니다!

- ...........
- 여보세요? 누구시지요? 잘 안 들리는데요?

- ................라니............

- 네?

- ................이탈리...............라니............

- 얼음공주? 얼음공주님이세요? 무슨 일이예요!

- ...............이탈리..........................라니께.......

뚜뚜뚜뚜....



얼음공주. 
풀반장의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더위를 이길 제품을 만들겠다!"며 불철주야 뛰어다니던 여인이었다.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더니 이런 심상찮은 전화가...!

주변인들을 심문해 보아도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풀반장은 그녀가 남긴 두 마디를 곱씹었다.

이탈리. 라니께? 

이탈리아....마피아.....에게 납치된 게 틀림없어.

'빛의속도'로 이탈리아를 검색해낸 풀반장! +_+ v (읭?)


풀반장이 서둘러 이 빈방에 뛰어 들어온 이유였다.
수사가 필요해. 연일 삼십 도가 넘는 나날들 속의 
‘얼음공주 납치라. 

얼음공주가 납치되다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 시원해지는 보증수표니까.

...그런데 왜 그 먼 이탈리아까지?
서둘러 풀반장은 얼음공주와 이탈리아의 관계를 캐기 시작했다.
하얗게 밤을 지새도 진척이 없는 수사.

얼음공주만 무사히 돌려준다면 네가 누구든 신경쓰지 않겠다. (영화 '테이큰')


- 에라 모르겠다~아 더워. 

그 때 문득 떠오른 사소한 궁금증.
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더울 때 뭘 먹지? 
그 순간, 웹을 헤엄치던 풀반장의 동공에 한 낱말이 들어와 박혔다.

그/라/니/떼. Granité

그라니떼그라니떼그라니떼그라니떼그라니떼
그라니떼그라니떼그라니떼그라니떼그라니떼
그........그라니.............께...........그라니떼???!!!!!!!

이탈리아 여름 디저트 그라니떼!!!
이거다!!

아사삭 아사삭-


역시 얼음공주였어, 출장이었나.
그런데.
그라니떼가 뭐기에...?
얼음만으로도 바쁜 공주가 이탈리아까지..?

그 의문을 풀기 위해 풀반장은 달려들었다.


<그라니떼는 어떤 디저트일까요?>


그라니떼는 그야말로 여름 디저트의 기원이자 역사랍니다.
이미 로마 시대부터 미식을 밝혔던 로마인들은 와인을 얼리기 위해 눈덩이를 공수했지요.

지금처럼 얼음에 과일을 섞어 디저트처럼 만들어 먹은 건 시칠리아 사람들이예요.
어찌나 중요하게 생각했던지 중세시대에는 이 그라니떼를 먹기 위한 얼음을 지키는
‘얼음 관리인’ 직업까지 있었다는군요. 

혀에 닿자마자 얼음이 녹는 청량감과 과일의 알싸함을 남기고
사라락 사라지는 그 매력이란.

요 신기하고 시원한 디저트를 즐기면서 옆 나라 스페인에게도 
- 우리 이런 거 먹는다?하면서 권하고. 그 나라에서 유행이 되고.
스페인은 또 다른 나라에 퍼뜨리고. 
전 유럽을 사로잡는데 그야말로 오래 걸리지 않았지요.

사실 시칠리아의 원조 그라니떼는 얼음과 레몬즙, 설탕의 간단한 조합이었어요.
여기에 온갖 과일로 색깔을 입힌 건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각 나라들이랍니다.

이탈리아의 투명하고 깔끔한 ‘그라니따 Granita’가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붉은 과일로 한껏 꾸미고 ‘그라니떼 Granité’
불리는 것처럼요. 

아참, 원래 그라니떼는 ‘화감암’이라는 뜻이예요. 
갈아놓은 얼음결정이 반짝이는 모습이 닮지 않았나요?


의문이 조금 풀린 풀반장은
조용히 서류철을 덮었다. 

그러나

마피아의 본고장인 시칠리아 섬에서는 아직도,
동쪽 해안과 서쪽 해안 사람들이 서로 나뉘어
이상적인 그라니떼 얼음 입자 굵기를 두고
설전을 벌인다는 사실
이...

...마음에 걸렸다.

풀반장은 말없이 전화기를 내려다보았다.
그 이후로는 소식이 없었다.
무엇보다, 얼음공주는,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얼음공주의 흔적은 이것 뿐...!


- 다음 편에 계속!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