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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라면을 부르는 일본 영화 한편, <담뽀뽀>

라면데이 먼데이~
오늘도 어김없이 돌아온 라면데이 먼데이~ 월요일입니다! +_+

풀사이 가족 여러분께 열화와 같은 지지를 얻고 있는
이 라면데이의 최초 포스트를 기억하십니까?
바로 
'라면이 등장하는 영화,드라마,만화' 이었지요. +_+ 
(엄청 인기 있었던 포스트로 기억; 쿨럭)

어쨌든, 
그때 나왔던 프로그램들이 아마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영화 <봄날은 간다>,  드라마 <식객>,
그리고 일본 영화 <담뽀뽀> 등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그중에서도 오늘 심층적으로 얘기해볼 녀석은
이름도 좀 예쁜,
바로 일본영화 <담뽀뽀>입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라면 영화답게 라면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소리가 '후루룩'일 정도~

영화를 보고 있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냄비를 꺼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강하게

 
을 부르는 영화,
<담뽀뽀> 에 대한 리뷰를 함께 보시죠. 

영화 시나리오 작가의 눈으로 본 리뷰라 더욱 재미있으실 겁니다. 후훗.

그럼, 시이---작!

 
  영화 <담뽀뽀> 
  카우보이와 악당, 
  결투 대신 라면을 만들다?
 
 오늘 <담뽀뽀>(タンポポ - Tampopo or Dandelion, 1986)를 찾아와 즐기는 관객을 위한 메뉴
 구성입니다. 읽으실 때 침 한번 꿀꺽 삼키셔도 무방합니다. 주문은 나중에.


일러스트레이션:김선규


오르되브르(hors-d’oeuvre: 전채)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젊은 야쿠쇼 코지(일본의 안성기급의 국민배우)가 관객에게 도발한다!
“극장에서 감자칩을 아작거리면 가만 안 두겠어.” 그러곤 자기는 우아하게 샴페인을 즐긴다. 라면 영화겠거니, 잠깐 방심했다가 의외의 도발에 나도 모르게 잠시 헤실거린다. 그 틈을 치고 들어와 라면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한다. 이른바 ‘라면 먹는 법!’. 청년과 노(老) 선생님이 진지하게 라면을 앞에 두고 문답을 한다.
“라면은 어찌 먹는 겁니까?”
“그릇이 말해준단다. 면부터 집어야 할지, 국물부터 마셔야 할지!”
선생은 차슈를 잠시 밀어두고 면을 집는다. “하지만, 시선은 조금 전 밀쳐둔 챠슈에게. 애정을 담뿍 담아!” 아~ 그럴 듯 해. “면을 씹을 땐 숙주를 꼭 곁들이고 꼭 국물을 한 모금 머금어라!” 노 선생이 후루룩~ 국물을 머금고 목 넘김 할 때, 나도 모르게 따라서 감탄사를 따라 내뱉는다. 캬아!
이 영화 ‘라면’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구나. ‘이 정도면 철학이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순간 화면 속 선생이 조심스레 챠슈를 집어 탁탁탁! 국물을 털어낸다.
“선생님!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요?”
‘그래, 나도 그 부분이 궁금했어!’하며 화면을 응시한다.
“응? 챠슈에 묻은 국물을 털어내는 거지. 의미는 무슨!”
이놈의 감독! 장광 사설을 이리 깔아 놓고 내 뒤통술 치다니!!! 하지만,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밉지 않다. 이 정도 맛보기면 즐겁다!


콩소메(consommé: 수프)

나름 라면 마니아인 트럭 운전사 고로와 간토는 우연히 들어간 라면집에서 건달들과 싸움에 휘말려 기절한다. 다음날 아침을 차려준 라면집 주인아주머니 담뽀뽀(일본어로 민들레)의 천사 같은 모습에 반하는 순간, “남편의 유산인 라면가게에서 맛있는 라면을 만들고 싶어요”라는 도움 요청을 받는다. 드디어 라면 장인을 향한 수련 시작!
어떠신지! 상당히 익숙한 구조. 힌트는 남자 주인공 고로가 쓰고 있는 카우보이 모자! 정답은 서부극이다! 단지 총이 라면으로 바뀌었을 뿐!
이때부터 담뽀뽀는 혹독한 수련에 들어간다. 기본 체력이 달리니 체력을 기른다. 달리기는 기본! 100그릇 이상의 라면을 만들 수 있게 손목과 팔 힘도 필요하다. 거기다 정확한 계량은 필수! 그릇마다 양이 다르면 평판이 나빠진다. 그리고 3분 안에 라면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체력보다 중요한 것은 스프. 지금 스프로는 승산이 없다. 비법을 확보해야 한다. 새벽녘, 경쟁 라면집의 스프 비법을 몰래 훔쳐보는 담뽀뽀. 하지만, 글로 사랑을 배우면 에로틱해지고, 글로 춤을 배우면 상체만 흐느적대듯, 눈대중으로 비법을 배우니 스프는 산으로 갈 수밖에.


로스트(Roast)

담뽀뽀에게 비장의 카드를 내미는 카우보이 고로! 비법을 알려줄 장인이 있단다. 그런데 담뽀뽀의 앞에 나선 장인은, 노숙자! 하지만, 이 노숙자들 쓰레기통을 뒤져 프렌치 요리에 일식 분식까지 다 즐기는 미식가들이다. 노숙자는 샐러리맨처럼 시간에 쫓길 염려가 없으니 느긋하게 뒤져 먹을 수 있다는 논리다. 꽤 즐거운 위트와 비꼼 아닌가! 이토록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노숙자들은 장인을 배웅하며 송가를 부른다. 겉모습이 추레한 그들의 노래는 어떠한 기교 없이 아름답다. 희극과 비극 사이의 아슬아슬 줄타기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울컥댄다. 진지함 속에 개그가 숨어있고, 웃다 보면 울컥해지는 묘한 감정이 느껴진다.
잠깐! 라면 아니 ‘라멘’은 원래 간단한 음식 아니었나? 이런 정성 담긴 이미지였나? 하지만, 실제로 라멘은 슬로 푸드에 가깝다. 스프는 정성 들여 하루를 고아야 하고, 면은 숙성 제면한 생면이다. 충분히 정성 담긴 슬로 푸드 아닌가? 감독은 이런 ‘라멘’을 가지고 조곤조곤 대다 웃기기도 하고, 울리며, 때론 감동도 뽑아낸다. 결국, 우릴 구워 삶는 데 성공한 것이다.


샐러드(Salad)

이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2시간여를 오직 라면만 이야기했다면? 상상만으로도 지친다. 하지만, 영리한 이타미 주조 감독! 그는 라면이야기 사이사이에 음식과 사람에 대한 에피소드를 끼워 넣었다. ‘그래, 난 채소도 필요하고 쌈도 필요했어!’라고 끄덕이게 된 달까? 이토록 맛깔스런 사이드 메뉴격인 음식 에피소드 중 하나를 소개해 보자.
미친 듯이 집으로 달려 들어가는 샐러리맨! 집안은 엄숙한 분위기. 죽음을 앞둔 부인이 있다.
헉! 그런데 부인에게 밥을 하란다! 거지 같은 남편일세! 어? 그런데 이 부인, 시킨다고 또 일어나 밥을 한다! 그런데 절절한 표정의 남편은 밥이 나오자, 아이들과 함께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짓던 부인이 사망한다. 하지만, 남편은 아이들에게 소리친다.
“엄마의 마지막 저녁이야! 따뜻할 때 다 먹어! 울지 말고 어서 먹어!” 찡하다. 상황은 웃긴데 그 안에 페이소스가 있다! 이런 에피소드가 군데군데 도사리고 있다. 라면의 맛을 폭발시키려면 김치가 필요한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디저트(Dessert)

후루룩 후루룩! 이 영화엔 참 많은 ‘후루룩’ 소리가 등장하지만, 마지막 장면의 ‘후루룩’이 최고다. 어떠한 설명도 없기에 라면이 더욱 돋보인다. 그리고 희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그 맛! 담뽀뽀 씨, 축하합니다! 드디어 해내셨어요! 그리고 도움 준 이들은 ‘쿨’하게 헤어진다. 황야의 7인처럼 깔끔하게 떠난다. 그래서 멋지다! 그리고 끝?
천만에! 이 영화는 마지막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 인생에 진짜 최고의 음식은 뭐였죠?’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장면은 또 다른 마무리니 직접 눈으로 확인하시길. 그게 디저트의 역할이니까!



 글을 쓴 이강민은 ‘마시짱의 둥지’라는 아이리쉬 펍의 주인을 꿈꾸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다. 영화<6월의 일기>로 시나리오 데뷔를 하였다. 2011년 제작 예정인 영화 <소울 메이트>의 시나리오를 작업하였으며 현재 장편 스릴러 소설을 쓰는 중이다.

본 포스트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