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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살며 사랑하며] 설악산 첫 등반, 빠른 하산의 비결은 눈썰매?!

얼마전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무서울 정도로 눈이 많이 내렸는데요.
그래도 날씨가 풀리며 점차 정리가 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ㅜ.ㅠ
(풀사이 가족분들 모두 피해 없으셨길 바랍니다~ ㅜ.ㅠ)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지난 겨울호 독자 사연 페이지의 주제가 '눈' 이었는데요.
독자 분들께서 보내주신 눈과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소개해드릴까해요~

그 첫번째 이야기는 바로 등산과 관련된 내용인데요.

등산장비도 갖추지 못한채 첫눈을 맞으며 오른 첫번째 설악산 등반.
시간이 지나며 눈은 함박눈으로 바뀌고 날은 어두워지고~

걱정 속에 산을 헤메던 차에 찾게된 빠른 하산의 비결이 있었으니~
바로 '푸대자루 눈썰매' 였다고 하네요.

하산 성공 여부는 사연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바라구요~

다만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클리프행어' '익스트림OPS' '버티칼리미트'
설산에서 벌어지는 조난 혹은 액션영화의 주인공들에게
푸대자루 하나씩을 보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정도?!


<살며 사랑하며>
목숨 건 설악산 썰매 탈출


그해 첫눈 내리던 날은 설악산에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첫눈이 펑펑 내리지는 않기 때문에 설악산에서도 입산 통제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등반은 점심을 먹고 뒤늦게 시작했지만 ‘빨리 돌아오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일단 출발을 했습니다. 첫눈을 맞으며 등반을 한다는 설렘과 늦지 않게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생각에 쉬운 코스는 뛰듯이 올라갔습니다. 우리는 일행보다 훨씬 앞에서 걷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씩 조금씩 내리던 눈은 어느새 풍성하게 내리기 시작했지요. 등반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오른 길을 되돌아 내려온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앞을 향해서 그저 전진만을 거듭하며 설악산을 올라갔습니다.

정신없이 걷다 보니 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날씨는 흐려서 앞은 보이지 않고 산에는 이미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한순간 어둠과 폭설에 갇혀서 꼼짝 달싹 못하는 처지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가지도 못하고 뒤로 내려가지도 못하는 위험한 상황 속에서 산속에서 길을 잃은 또 다른 일행을 만나게 됐지요. 우리는 그분들을 놓치지 않으려 열심히 따라가게 되었고요. 그런데 그 일행 중 한 분이 갑자기 푸대자루 같은 걸 눈 위에 까시더니 차례대로 앉아보라고 하시더군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산을 내려갈 수 없다, 앞사람 허리를 놓치면 산에서 낙오된다는 말에 죽을 힘을 다해서 앞사람을 붙들고 앞사람의 신호에 따라 우리는 알 수 없는 눈썰매를 타고 설악산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론 재미있고, 스릴이 넘치면서도 웃음이 나와 견딜 수 없는 눈썰매의 하산 길! 누군가 보았다면 뉴스감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땐 앞사람을 놓치면 산속에 남게 된다는 두려움에 죽을 힘을 다해 붙들고 사력을 다해 낙오되지 않으려 애를 썼지요.

평탄한 눈 썰매장같은 코스를 내려오는 게 아니라 나무에 부딛히고 구르고 앞사람을 놓치고,그렇게 난리를 치며 내려갔습니다. 낙오자가 없나 사람수를 세어가며 내려오던 첫눈 내리던 날, 설악산 등반을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첫눈 내리는 날 설악산에 오르고 싶습니다. 그때 우리가 질렀던 고함들이 설악산에 그대로 남아 들려올 듯 합니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권OO님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