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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먹고 싶은 걸 말해봐, 만들어줄께?! <심야식당> [추천 요리만화 #3]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
원래 월요일에 눈이 온다더니 결국 토요일에 눈이 오고 말더군요.  
오늘 과연 눈이 올까요? 궁금..

추천 요리만화, 세번째 시간!
이번에는 저도 마침 읽고 있는 만화를 추천해 드릴까 합니다.
바로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 식당>입니다.

친절한 주인도, 변변한 메뉴판 조차 없는...
하지만 손님이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만들어 주는 조금은 특이한 가게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답니다.

주변에 이 만화를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4권 나왔어?" "4권 나왔다던데?"
이런 대화를 하게 된다지요. ㅎㅎㅎ

현재 3권까지밖에 나오지 않아 조금은 아쉬운 만화,
긴긴 겨울밤과 무척 잘 어울리는 <심야식당> ,
풀반장이 강력 추천합니다. ^ ^ o




요리만화 <심야식당>
힘들면 와, 밥해줄게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은 조금은 희한하고 조금은 제멋대로인 작은 식당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애틋한 추억 가운데 한 장이기도 하다. 짧은 머리에 성깔 있어 보이는 주인장은 이렇게 말을 걸어온다. “드시고 싶은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만들어 드릴 테니.”


그 해 가을밤은 말 그대로 깜깜했다. 아직도 이런 데가 있구나 싶을 정도의 강원도 산골짜기의 부모님 친구 댁이었다. 밤이면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고 가로등은커녕 아무리 둘러봐도 빛줄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정말로 빛이라고는 하늘의 별뿐이었다. 생전 처음 처한 풍경 속에서 오감을 바짝 세우고 고구마를 까먹고 있노라니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이상도 하지, 전혀 외롭거나 막막하지는 않았다. 어둠이 포근할 수 있음을 그때 알았다.
그러나 도시의 밤은 사뭇 다르다. 어딜 둘러봐도 완전한 어둠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한 빛이 반짝인다. 몇 시에 나가봐도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이 있고, 돈만 내면 반겨주는 장소가 얼마든지 있다. 정작 그 안에서 사람들은 더 막막하게 외로움을 느낀다.


밤에만 여는 식당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고 거리로 나온 사람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곳이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심야식당’이다. 이름대로 영업시간은 자정부터 아침 일곱 시까지.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벽에는 달랑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과 술 두어 종류만 적힌 차림표가 붙어 있을 뿐이다. 짧은 머리에 성깔 있어 보이는 주인장은 이렇게 말을 걸어온다.
“드시고 싶은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만들어 드릴 테니.”
그제야 손님은 주뼛거리며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고 냉장고에 재료가 있는 한 주인장은 정성껏 만들어 대접을 한다. 딱히 정해진 메뉴 없이 그때그때 손님이 원하는 요리를 해주는 것이 이 식당의 방침인 것이다. 그래 봐야 거창한 요리는 없고 카레나 달걀말이, 고기감자조림 정도지만 손님에게는 그것이 한밤중에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만찬이자 마음을 위무해주는 음식이 된다.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발행 대원씨아이)은 조금은 희한하고 조금은 제멋대로인 작은 식당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애틋한 추억 가운데 한 장이기도 하다.


일상의 안식처가 되어준 한 그릇
식당이 자리한 곳은 도심 한복판의 유흥가 뒷골목이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쌓인 스트레스를 풀러 나온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상대로 일을 해야 하는 이들이 뒤섞인 공간이라 하겠다. 그래서인지 이 식당의 단골들은 참으로 다양하다.
예를 조금만 들어보면 야쿠자, 스트리퍼, 트랜스젠더, 좀도둑, 점쟁이, 호스티스, 한물간 가수 정도가 되겠다. 어찌 보면 밑바닥 인생이라 불릴만한 사람들이다. 그 때문에 문이 열리고 새로운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자주 움찔 놀란다. 험악한 인상에 선글라스까지 낀 류씨가 등장했을 때도 그랬다. ‘인상만 저럴 뿐 사실은 성실한 사람이었다’는 식으로 일반적인 만화는 흘러갈 테지만 죄송스럽게도 류씨는 진짜로 조직 폭력배다. 그런데 썰렁해진 식당 분위기가 금방 다시 화기애애해진 것은 이 남자가 주문한 요리 때문이다. 바로 일본 초등학생들의 단골 도시락 메뉴인, 문어 모양으로 칼집을 넣은 비엔나소시지 볶음. 한 접시를 깨끗이 비우고 돌아간 이후로 단골이 된다.
남들이 보기에는 ‘일’이라고 할 수도 없는 밥벌이를 하며 사는 사람들에게도 하루는 흘러간다. 평생 애인 한 명 생길 것 같지 않은 외모의 마유미에게도, 스트리퍼가 천직이라 믿고 살아가는 마릴린에게도 어쩔 수 없이 외로운 밤 시간은 찾아온다. 평범한 직장인들처럼 드러내놓고 말할 수조차 없는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이들은 그래서 뜬금없는 시간에 이곳을 찾는다. 다들 이해받을 수 없는 삶을 살기에 오히려 서로 다독여주는 따뜻한 분위기가 이 식당 안에는 넘실대고 있다. 그이들이 필요한 것은 단지 배를 채워줄 밥 뿐은 아닐 터이다.


담백하지만 훈훈한 이야기
덤덤한 듯 세심한 감성의 요리만화 <심야식당>은 단편이 하나씩 모여 책 전체를 엮어내는 구성인데 이야기 하나하나가 몹시 담백하고 여운이 남는다. 처음에 책장을 넘길 때는 어쩐지 심심한 전개네,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두세 번 의미를 돌이켜보게 된다. 마치 받아볼 때는 ‘에게?’ 싶지만 씹을수록 몸 안부터 훈훈한 기운이 퍼지는 이 식당의 요리처럼 말이다. 1권에서는 독특한 이 집의 단골손님들을 한 명씩 만나는 재미가 있고 2, 3권을 지나면서는 이들이 다시 등장하면서 깊이가 생긴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한 얼굴의 주인장에 대한 내막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4권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동안 생각 좀 해봐야겠다. 만약 내가 ‘심야식당’에 들른다면 어떤 요리를 주문할까 하는. 밤이 깊어지는 계절이 오고 있으니 그 생각 하나로 버티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심야식당 주인이 배철수 씨처럼 생겼다고들 하던데..쿨럭..


글을 쓴 윤나래는  환경에 대한 칼럼과 연재기사를 맡아 쓰며 느리게 살고 있다. 외출할 때면 꼭 자신만의 물통과 에코 백을 챙긴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