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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한권의 책] 왜 우리는 쇼핑에 집착할까? …지름신의 유쾌한 유혹

풀사이 가족분들은
'지름신' 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인터넷 유행어 중 하나인 '지름신'은
구매를 뜻하는 '지르다'와 '신'을 합쳐 만든 단어로
충동구매를 원하는 강한 염원을 뜻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
보통 '지름신이 강림했다' '어깨에 올라탔다'라고 사용들 하지요.

이런 강력한 지름신을 한번이라도 만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책이 있습니다.
바로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 랍니다.

자칭 불굴의 쇼핑애호가인 저자의
쇼핑에 대한 고백들을 보며 맞아맞아!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책입니다.
(풀반장이 탐독하는 <GQ>의 이충걸 편집장님이 쓴 책이죠~ ^ ^ )
(그나저나 저도 아래 리뷰를 읽다가 지름신이 강림할 뻔.....쿨럭..)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
왜 우리는 쇼핑에 집착하는 걸까?

일단, 내 신상명세 고백부터 시작해야겠다.
O형에 천칭자리, 삼십 대 후반임에도 아직 결혼에 골인하지 못한 나는
소비생활에 관해서라면 줄곧 ‘알뜰한 당신’이었다.

낙천적 성격에 일이나 사람, 돈 문제에서도 뛰어난 균형감각을 자랑하는 하늘이 내린 피.
청상과부 밑에서 자라 절약이 뼛속까지 파고든 아버지에
그 아버지 비위 맞추려 엉겁결에 알뜰살뜰 주부가 된 엄마.

그러니 나는 서른 살 때까지 소비생활에 남다른 특이점이 없는,
다시 말하면 쇼핑에는 거의 청교도적인 삶을 살만한 조건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브랜드가 뭔지, 필요치 않은 물건을 사는 불가해한 기분이 뭔지, 명품이 뭔지, 카드 걱정이 웬 말인지
그 모든 쇼핑과 소비를 둘러싼 일이 영 내 영역이 아니었다.
그러다 소비생활의 최전선인 잡지 기자로 살게 되면서 내 삶은 조금씩 변해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상녀’가 되어 ‘잇백’을 탐하다
읽기도 힘겨웠던 각종 명품 브랜드들을 단숨에 읽어내려 가고, 시즌마다 새로 나오는 ‘신상’ 리스트들을 서인영만큼이나 매끄럽게 낚아채고, 컬러 폭과 소매 모양 따위를 현미경으로 보지 않으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는 고만고만한 흰색 셔츠를 열 벌씩 옷걸이에 걸어두고 그걸 보면서 마치 내가 낳아 곱게 기른 자식을 보는 듯한 흐뭇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쇼핑이 나에게 블록버스터급 행복감만 준 것은 아니었다.

‘잇 백’이라 칭해지는 백 하나를 출장길에 덜컹 사고 나서 1년 동안 땅을 치고 후회한 적도 몇 번 있었고(‘잇 백’이라 칭해지는 당시의 시즌을 유도하는‘신상’백들은 ‘노가다’ 기자가 들고 다니기에는 너무 작고, 게다가 무거웠다.), 뒤늦게 빠져든 인터넷 쇼핑에 중독돼 매일 노르스름한 택배 상자가 현관 앞에서 나를 반겼고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평생 한 번 쓸 일 없는 물건들을 쇼핑하고 난 밤에는 죄의식으로 얼룩져 상처 난 마음을 쓸쓸히 혼자서 위로해야 해야 했다. ‘알뜰한 당신’이 ‘너무 많이 산’ 당신이 되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쇼핑, 쇼핑, 그리고 커다란 구멍
그러나 쇼핑생활에 가속도가 붙을수록 내 마음은 점점 뻥뻥 커다란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예전에 비해 빼곡해진 옷장, 현관까지 신발이 새어 나올 만큼 복잡해진 신발장이
가시적으로는 나를 위로했지만, 점점 눈만 높아지고 가진 것을 미처 챙겨볼 틈 없이
끊임없이 가지지 못한 것만 탐욕적으로 원하는 나 자신에게 나는 점점 싫증이 났던 것이다.

어찌 됐든 자의 반 타의 반 기자생활을 끝으로 나름대로 화려했던 내 쇼핑생활도 끝이 났다.
지금은 ‘알뜰한 당신’까지는 아니지만 ‘알 만한 당신’ 상태로까지는 돌아온 상태다.


쇼핑 중독자가 쓴 발칙한 고백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위즈덤하우스 펴냄)
를 보고 반가움과 두려움이 교차했던 것은 자칭타칭 물욕의 화신이자 불굴의 쇼핑 애호가인 이충걸의 글이었기 때문이었다. 남성잡지 <GQ>의 편집장인 그는 이 책의 부제인 ‘미처 탐구되지 않았던 쇼핑에 대한 뜻밖의 기록’을 쓸 수 있는 유일한 조선남자일 거다. ‘물건’(물론 옷이나 신발을 포함한)에 ‘환장’할 수 있는 인물이자 그 ‘환장’을 의식적으로 해부할 수 있는 인물도 아마 그가 유일할 거다.

이충걸은 소비문화의 최전선에서
쇼핑에 대한 난폭한 폭식과 잔인한 절식 사이를 오가는 쇼핑 중독자다.


그 스스로 고백하건대 이 책은 ‘눈은 높고 본 건 많은데 가진 게 없다.’라는 진실만이 자기 인생의 비극이 되었다는 한 남자의 쇼핑에 대한 고백이자 논리적 수다다. 370페이지를 빼곡히 채우고 있는 것은 ‘쇼핑하는 세상’에 대한 발칙하면서도 대담한 말, 말, 말들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는 내내 한 순간도 지루하거나 반발심이 나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도 그의 진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뜻밖에도 백화점 명품관보다 길거리 좌판을 애호하지만 결국은 갖고  싶은 시계를 얻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1년이 힘들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는 그의 마음. 그리고 한 물건을 앞에 두고 욕망과 후회 사이를 시계추처럼 반복하는 그의 변덕스러움, ‘사고 싶은 걸 안 사면 지갑 안의 내 돈이 외로워할까 봐….’라고 천연덕스럽게 쇼핑을 합리화하는 그의 귀여운 속물근성. 그 모든 고백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내 마음과 한 치도 다를 바가 없어서 읽는 내내 유쾌했다.


쇼핑하는 당신, 죄책감을 버려라!
특히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무릎을 치며 추임새까지 넣을 뻔했다.

“‘아내’ 말고 ‘여자’에게 예산 내에서만 쇼핑하라는 것은
부모가 허락한 남자하고만 사귀라는 말과 똑같다.
그래서 현자(賢者)들은 여자에게 신용카드를 맡기지 말라고 충고한다.
1년의 어느 때가 되면 여자들은 쇼핑에 더 노골적이 된다.
중요한 모임은 좋은 옷을 원한다.
그건 해가 바뀌기 전에 남자를 만나리라는 희망 쇼핑이자,
초라한 나를 위해 지갑을 여는 거부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렇다. 우리는 ‘소비’가 모든 가치를 드러내는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태생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쇼핑하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난 존재인 것이다. 옛 시절의 문화란 음악이나 문학이나 예술이었지만 오늘날 도시에서 사는 우리에게 쇼핑은 곧 문화다. 유기농 두부나 계란을 고르는 일부터 옷이나 자동차를 사는 것, 그리고 심지어는 환경까지도 쇼핑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니 쇼핑에 대해 더 이상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듯하다. 자신의 취향을 선택하고 소비한다는 면에서 쇼핑은 명백히 우리의 욕망에 박수를 보내는 행위다. 이충걸의 말처럼 쇼핑은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합리화라는 것, 자신이 산 것들은 늘 분별과 후회 사이에서 갈등하고 낙담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원하고 그걸 산다는 것은 어떤 자기 성찰보다도 솔직하고 현명한 경험이자 짜릿한 모험인 것이다.

글을 쓴 김은주는 국세청이 인정할만한‘알뜰한 당신’으로 살다가 어느 순간 카드회사들이 VIP로 받들어 모시는 쇼핑 중독자 전 단계까지 갔다가 온 어설픈 ‘쇼퍼 홀릭’이다. 현재는 개과천선하여 ‘생필품’위주의 청렴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유기농’이라 칭해지는‘자연의 기운이 담긴’물건 쇼핑에 서서히 열을 올리는 중이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2008년 가을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