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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한권의 책] 뉴욕 레스토랑 여행기 <접시에 뉴욕을 담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접시에 뉴욕을 담다>입니다.

요리사 김은희 씨가 뉴욕에서 요리사로 일한 3년간 경험한
뉴욕 레스토랑들의 음식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
입니다.

책을 보는 것 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돌 정도로 뉴욕의 음식문화에 대해 잘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평소 서양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분들이나
빅 애플의 도시, 패션의 도시, '섹스 앤더 시티'의 도시,
'뉴욕'
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는
그야말로 즐거운 고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접시에 뉴욕을 담다> 리뷰를 통해
상상속의 뉴욕 맛집 탐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레스토랑 여행기 <접시에 뉴욕을 담다>
식도락, 입만 있다고 즐길 수 있나?

이십여 년 전의 일이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어느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이런 말을 들었다. “현대인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둘째,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셋째,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악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영어와 악기는 그렇다 치고, ‘운전 면허’가 현대인의 조건이라니.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그때는 80년대다.

어쨌거나, 그 기준에 의하면 당시 나는 현대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머지 않아 ‘충분히’ 현대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는 여전히 현대인이 못 됐다. 운전은 제법 하지만, 영어 실력은 ‘관광 영어’ 수준에 머물러 있고, 다룰 줄 아는 악기는 아예 없다. 앞으로의 전망도 별로 밝지 않으니, 오호 통재라. 이십 년 전부터 현대인이 되고 싶었으나 현대인의 반열에 오르는 데 실패한 나는, 결국 애초에 그 선생님의 기준이 잘못됐다고, 혹은 시대가 달라져서 현대인의 기준도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어쨌거나, 나는 나름대로 몇 가지 중요한 덕목들을 선정하여 나만의 ‘현대인 생활백서’ 목록에 올려놓고 그것들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편이다.

‘현대인 생활백서’에 ‘식도락’을 넣다
그 중 하나는 ‘생활의 즐거움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이왕이면 즐거워야 한다. 물론 생활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길은 너무도 다양하며,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그 길을 찾아냈다 하더라도 일상을 포기하고 거기에만 매달릴 수도 없다. 아니, 역설적으로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뭔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에 즐거운 것이기도 하다.

내가 첫 손에 꼽는 즐거움의 원천은 ‘여행 준비’다. 물론 여행 자체도 즐겁지만, 지도와 가이드북과 인터넷을 뒤지면서 어디로 여행을 갈 것인지 탐색하는 과정이 더 즐겁다. 목적지와 시기가 정해지고 나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고, 그 곳에서 맛보아야 할 음식이나 특이한 상점들도 찾아보고, 그 기간 동안 그곳에서 벌어지는 공연이나 운동 경기나 축제에 관한 정보도 수집하며, 심지어 그 나라의 언어도 짬짬이 공부한다. 이 모든 과정은 사실 여행을 더 즐겁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지만, 재미만 붙이면 여행 준비가 여행보다 더 즐거워질 수도 있다. 원래 소풍 자체보다는 소풍 가기 전날 밤의 설렘이 더 짜릿한 법이니까.

두 번째로 꼽는 내 즐거움의 원천은 ‘식도락’이다. 오랜 자취 생활로 인해 웬만한 음식은 만들 줄 아니, 집에서 맛있는 걸 해먹는 것이 우선 즐겁다. 그리고 정말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음식점들을 순례하는 것은 더 즐겁다. 맛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내가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접하는 일, 혹은 기존의 조리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맛보는 일도 즐겁다. 새로운 것을 탐하는 일(novelty seeking)도 정도가 너무 심하면 병이라지만, 오래 살면 무려 십만 번 가까운 식사를 하게 되는 것이 인생인데, 늘 뻔한 음식만 먹다가 가기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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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을 읽을 줄 알아야 즐긴다
오늘 소개하는 책 <접시에 뉴욕을 담다>(출판 그루비주얼)는 나 같은 사람에게 꼭 알맞은 책이다. 부제가 ‘요리사 김은희의 뉴욕 레스토랑 여행기’인 이 책은 3년간 뉴욕에서 생활하며 요리를 배우고 요리사로 일한 저자가 자신이 오감(五感)으로 체험한 뉴욕 레스토랑 음식들과 자신이 직접 땀을 흘리며 만들었던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는 책이다.

앞에서 나는 ‘현대인’의 조건에 대해 말했었다. 진정한 현대인이 되려면 인생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인생을 즐기려면 반드시 많은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숱한 취미생활들 중에서 어디 처음에 뭔가 배우지 않고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있던가. 식도락도 마찬가지다. 특히 해외 여행 중 외국 음식을 제대로 먹으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메뉴판을 읽을 줄 아는 지식이 없으면 뉴욕이든 도쿄든 홍콩이든, ‘거기가 식도락의 천국’이라는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솔직히 이 책은 평소 서양음식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던 사람에게는 좀 수준이 높은 편이다. 낯선 식재료와 생경한 요리 관련 용어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진들이 곁들여져 있고 친절한 설명들이 덧붙여 있기 때문에 차분히 읽다 보면 어느새 입에 침이 한가득 고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오십 여 개의 레스토랑, 한 끼의 추억
이 책에는 여러 에피소드들과 함께 오십 여 개의 레스토랑들이 소개되어 있다. 친절하게도, 전화번호와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주소와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명기되어 있다. 보통 사람들은 아무리 용을 써도 이 중 두어 군데 이상 가 보기는 어렵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정보를 얻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고이 간직해 두었다가 혹시라도 뉴욕에 갈 일이 생기면 반드시 다시 펼쳐보아야 한다. 뉴욕이 무슨 옆 동네도 아니고, 이왕이면 근사한 한 끼의 식사라는 추억을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끝으로, 내가 만든 ‘현대인’의 조건 중 하나만 더 소개한다. 그건 바로 ‘기부’다. 자신이 가진 것의 1퍼센트조차 남을 위해 쓰지 않는 사람은 진정한 현대인이 아니다. 뉴욕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한 끼 먹는 비용을 유니세프에 기부하면,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이 석 달 열흘 동안 영양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1퍼센트 덜 써도 충분히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글을 쓴 박재영은  의사 출신의 저널리스트로 의료전문신문 <청년의사>의 편집주간이다. 여행 준비와 식도락이 취미이며, 그가 쓴 몇 권의 책들 중에는 음식에 관한 에세이 <뭐 먹지?!>가 있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2007년 겨울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풀반장이 소개해 드리는 한권의 책~!
벌써 4권째 인데요.

혹시 제가 소개해 드린 책들을
읽고 계시는 풀사이 가족분이 계시나요?
(만약 계시다면 댓글 커밍아웃을~ 흠흠)
저는 요즘 풀사이 가족분들께서
댓글로 남겨주신 추천도서를 읽고...읽으려고 하고...있답니다. ^ ^ ;;;;;

어쨌든.
풀사이를 통한 '지식의 소통' 좋지 않습니까? +_+
(혼자 뿌듯해 하는 중~ ㅎ)

그나저나 이번 책 리뷰를 읽다보니
풀반장도 '뉴욕'에 대한 궁금증이 마구 일지 말입니다.
혹시 뉴욕과 관련된 다른 책을 소개해주실 분 계신가요? ㅇ ㅇ


posted by 풀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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