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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Recipe/그 푸드? 저 푸드!

그 맛있던 어묵에는 ‘어(魚)’가 있었을까?

'자담큰' 기억나시는지요? (아 왜, 저희 풀무원 사외보<자연을담는큰그릇>의 애칭이잖아요,쿨럭.)
며칠전에 새로 나온 자담큰 겨울호를 읽다가 '어묵'에 대한 깜짝 놀랄만한 비밀을 알게 되어서 후다닥 포스팅하게 됐습니다. (또또, 풀반장만 가장 늦게 알았더군요. 난~~ 입사연차가 늦었을 뿐이고!) 
도대체 어떤 비밀인지는 아래에 소상히 나와있으니 아주 잠깐만 시간내서 읽어주세요. :D 하지만, 아래 글을 읽고나면, 포장마차에서 어묵 꼬치를 잡은 손이, 마트에서 어묵을 카트에 담는 손이 후덜덜 떨리실지도 모르니 마음약한 분은 읽지 마시라는~. ㅋㅋ 자, 시작합니다!


생선을 싫어하는 사람도 어묵은 마다하지 않는다. 불량식품 딱지가 붙어 있긴 하지만 쫄깃하고 감칠맛 나는 정겨운 음식이니까. 하지만, 이제 조금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어떤 어묵이 좋은 어묵이고, 건강한 어묵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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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의 추억, 망가지다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추운 겨울날. 거리를 걷다 보면 마치 오아시스 같은 풍경이 있었다. 바로 김이 무럭무럭 올라가고 있는 포장마차와 그 한쪽에 삐죽삐죽 올라와 있는 어묵 꼬치의 모습이다. 몇 꼬치 건져 먹고 컵에 국물을 양껏 부어 마시다 보면 뱃속부터 따끈하게 올라오는 기운에 추위가 이내 사라졌다. 아마 누구나 갖고 있는 겨울날의 기억일 테다. 그러나 시절이 하 수상하지 않은가.

얼마 전 식약청은 길거리 음식들을 대상으로 위생상태 등을 검사하면서 어묵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한마디로 ‘위생 기준을 댈 수조차 없는 최악의 상태’ 라는 것이다. 어묵을 꿴 꼬치는 씻지도 않고 바로 재활용하며 함께 찍어 먹는 간장은 당연히 여러 사람의 침 범벅이다. 어디서 어떻게 생산된 어묵인지 알 수도 없다. 냉동 보관해야 할 제품을 한여름에도 상온에 내버려둬 물이 질질 흐르는 상태에서 조리하고 있었다. 하기야 더 놀라운 건 사먹는 사람들의 위생 불감증이다.

눈앞에서 앞사람이 먹고 간 꼬치에 새 어묵을 끼우는데도 누구 하나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
. 사실 ‘어묵 먹고 가자!’라는 말에 이런 사실들을 대면서 싫다고 하면 유난스럽다는 반응이 태반이다. , 그렇게 좋아하는 어묵인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죽마를 타고 추던 춤과 오뎅? 

어묵의 원형은 일본의 두 가지 요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14세기에서 16세기에 걸친 일본 무로마치 시대의 ‘오덴카쿠’다. 이때 모내기 철에 행하던 축제에서 죽마를 타고 추던  이름이 ‘덴카쿠’. 당시 즐겨 먹던 두부 꼬치구이의 모습이 그와 비슷해 오덴카쿠 불리게 되었다. ‘오덴카쿠의 줄임말이 오뎅이다. 또 하나는 토요토미 히데요시 시대의 가마보코. 생선살을 갈아 부재료로 색과 모양을 낸 다음 기다란 나무판 위에 얹어 쪄낸 요리다.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조리법과 재료가 끊임없이 변해왔다. 그러다 17세기가 지나면서 일본에서 오뎅은 꼬치를 뜨거운 국물에 넣고 삶은 요리를 뜻하는 말로 자리를 잡는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어묵은 가마보코에 더 가깝다. 오뎅은 국물과 함께 끓인 어묵 탕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개화기와 일본 강점기를 거치면서 일본에서 들어온 음식인지라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어묵이라는 이름과 함께 오뎅’, ‘덴뿌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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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이날 자담큰 촬영을 따라갔어야 했다구욧!


어쩌다 불량식품이 되었니?

집에서 만들지 않는 이상 원재료 상태를 우리 눈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그래서인지 영세업체들의 비위생적인 제조방식은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문제다. 극단적인 예로 2004년에는 썩은 생선을 갈아 어묵을 만든 업체가 적발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산화도가 기준치보다 5배나 높아진 오래된 기름에서 튀긴 어묵, 성분표보다 어육 함량을 많게는 20퍼센트나 낮추어 쓴 어묵(이 정도면 밀가루 묵이라는 표현이 더 걸맞지 싶다), 냉동보관 해야 하는 재료인 냉동연육을 냉장실에서 보관한 제조업체 등 다양한 사례가 있었다.

피할 수 없는 큰 장애물이 또 있다. 바로 식품첨가물의 해로운 영향이다. 육류에서는 햄, 어류에서는 어묵이 첫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많은 식품첨가물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부패를 막기 위한 방부제에 맛을 첨가하기 위한 글리신 등의 감미료와 응고제, 산도 조절제 등도 넣는다. 특히 지난해 한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어묵 전 제품에서 MSG가 검출되기도 했다.

그동안은 화학조미료에서 자유로운 어묵이 아예 없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맛과 영양

그러면 어묵이랑 영원히 안녕하면 될 게 아닌가, 하는 말도 하기 쉽지 않다. 어묵은 제대로만 만들면 아주 맛있고 좋은 음식재료다. 생선살을 잘 발라내 한번 익힌 음식이라 단백질도 풍부하고 소화도 잘 된다. 칼슘도 풍부하며 쫄깃한 식감이 별미 노릇을 톡톡히 한다. 채소나 향신료처럼 함께 갈아 섞을 재료도 다양하고 모양도 자유자재로 빚을 수 있어 비린 맛을 싫어하는 이들도 잘 먹는다. 찌거나 구워서 만든 어묵은 그야말로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이 된다. 결국, 어묵의 맛과 영양을 고스란히 얻으면서도 가공 상의 문제를 피해갈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직접 만들어 먹기, 아니면 믿을만한 제품을 꼼꼼히 고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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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가 아무리 추워도 꼼꼼히 살펴봐야...근데 여긴 어묵코너가 아니지 않느냐..쿨럭..


좋은 어묵 고르는 법은?
어묵을 고를 땐 제조공정 자체의 위생과 신뢰가 최우선이다.

먼저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위해 음식 집중 관리 제도'인 HACCP를 도입한 제품인지 확인한다.
원료 생산부터 최종제품의 생산과 저장 및 유통 각 단계까지 모두 관리하는 이 제도를 도입한 경우 기본적 안전은 보장되는 셈이다. 현재 유통되는 어묵의 약 절반가량이 영세하게 생산되므로 작은 마크 하나이지만 꼼꼼히 챙겨보자.


최소한 생선살 함량이 70퍼센트 정도는 되어야 어묵 본연의 맛을 낸다!
제품에 따라 어묵에 든 생선살 비율은 30~85퍼센트로 많은 차이가 나는데, 이 비율이 낮을수록 밀가루나 전분 함량이 높아지므로 맛도 영양도 떨어지게 된다. 밀가루와 전분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생선살 함량이 80퍼센트 정도나 된다면 꽤 믿음직한 어묵이라 할만하다. 부산어묵이 유명해진 이유가 어시장을 끼고 있어 들어가는 생선이 신선한 데다 70퍼센트 정도의 생선살 함유량을 지켰기 때문이다. 풀무원이 최근 생선살 함량을 86퍼센트 이상으로 높인 순살 어묵을 내놓아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는 것도 같은 연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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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찬마루 어묵 보이시나요? 흐.


식품첨가물의 종류는 적을수록 좋다!
 상하기 쉬운 생선이 재료인 데다가 기름을 썼으므로 어묵은 원래 산화되기 쉽다.

2008
4월 식약청에서 발표한 단기보존식품의 권장유통기한에 따르면 어묵은 10도 미만으로 냉장 보관을 하되 8일을 넘기지 말라고 권했을 정도다.

그러므로 유통 시 산패를 막기 위한 산화방지제나 보존료, 방부제의 최소한 사용은 감안할 수 있다. 그러나 빛깔을 내기 위한 합성 착색료, 부피를 늘리기 위해 넣는 증량제, 강한 맛을 위한 화학조미료 등은 꼼꼼히 보고 피하는 편이 좋겠다. 일부에서는 끓는 물을 붓거나 데쳐 먹으면 첨가물의 70퍼센트 이상은 걸러낼 수 있으니 안전하다고 하지만, 나머지 30퍼센트가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해보면 까다롭게 골라야 할 이유가 나온다.
어묵탕을 끓일 때는 감칠맛을 내주는 다시마, 고소한 맛으로 천연 조미료 효과를 내는 마른 새우와 멸치, 해독 작용이 있는 무 등을 함께 넣어 우려낸 국물을 쓰면 좋다.

어묵을 통한 MSG 과다 섭취는 함께 들어 있는 분말 수프도 한몫하기 때문이다
.

손이 조금 갈지는 몰라도 믿을만한 제품의 어묵에 이런 국물을 곁들이면 먹으면서 심란할 일은 없겠다. , 통통한 어묵을 담은 그릇에 뜨거운 국물을 가득 붓고 마음 편히 먹어보자. 중간 중간 후후부는 일도 잊지 말고.

어묵, 집에서 만들어 볼까?

일단 비린내가 심한 등푸른생선을 피해 담백한 맛의 흰살생선을 고르세요.
잘게 다져도 좋고 푸드 프로세서에 갈아 달걀, 혹은 밀가루로 찰기를 주시구요.
이때 오징어, 새우 등을 함께 넣으면 더욱 쫀득한 맛이 난답니다.
입맛에 따라 채소나 매콤한 청양고추를 넣어도 좋아요.
이제, 원하는 모양으로 빚어 튀겨 내세요!
반죽이 잘 부스러지는 편이라 모양 잡기가 쉽지 않으므로 굽기나 찌기보다는 튀기는게 좋답니다.
시중의 어묵과 달리 매끈하고 탄력있는 맛이 나진 않지만 첨가물 걱정없고 신선한 어묵이 완성된답니다~.  



 
글을 쓴 윤나래 환경에 대한 칼럼과 연재기사를 맡아 쓰며 느리게 살고 있다. 외출할 때면 꼭 자신만의 물통과 에코 백을 챙긴다.


*본 기사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2008년 겨울호에 게재되었던 내용을

블로그에 맞게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