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키스, 첫사랑, 그리고 첫눈.
'처음'이라는 단어만 앞에 붙으면 왜 이리도 설레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지- :)
마법과도 같은 단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풀사이 가족들의 올해 첫눈은 누구와, 어떻게 맞이하셨었나요?
(나머지 두 '첫'은 여쭤볼 수가 없으니; 쿨럭쿨럭!)
풀반장은 올해 첫눈을 '르생텍스 10주년 기념 쿠킹클래스' 취재 중에 만나게 됐었지요.
풀사이 가족들과 그 감동을 함께 나누고자 사진까지 올렸던 기억이 나네요~
[포스트 보러가기]
오늘 소개해드릴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의 독자사연은,
첫눈에 얽힌 마음 촉촉-해지는 슬픈 이별 이야기입니다.
첫눈 내리던 날, 어떤 일이 있었길래
눈이 소복하게 쌓이는 것만 봐도 가슴이 뭉클해지신다고 하는지
같이 들어보시죠~ +_+
<살며 사랑하며>
첫눈, 그리고 이별
차가운 공기가 내 볼을 스치고 하얀 눈이 내릴 때 쯤 나는 이별을 했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내 손을 자신의 손으로 포개어 온기를 전해주고, 유난스러운 봄의 설렘처럼 두근거림을 안겨주었던 그 사람과 나는 겨울에 사랑을 했고 겨울에 이별을 했다. 그 후 곧 해가 바뀜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어지럽게 내리는 눈이 나는 싫어졌고 ‘여전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더욱 추워지는 겨울이 늘어가는 눈가의 주름이나 줄어드는 통장의 잔고를 보는 것처럼 진저리가 났다. 아마 유독 겨울에 대한 강한 반감은 내 청춘의 한 자락을 함께 했던 그 사람이 생각나서였겠지.
애꿎은 날씨에 실컷 화를 내던 어느 날, 그날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첫눈이라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진눈깨비라 실망이라며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길을 걷던 도중 전화기 너머 친구에게서 그의 최근 소식을 전해 들었다. 묵묵히 휴대폰에 귀를 대고 있던 나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조금만 더 잘해줄걸, 조금만 더 친절하게 대해줄걸, 조금만 더 사랑해줄걸. 그저 안타까운 마음에 아무 말이 없자 친구도 따라 말이 없어졌다.
데면데면한 통화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 어색해 황급히 전화를 끊고 걷기를 다시 시작하려고 발을 떼어 보았지만 내 발은 바닥에 묶인 듯 전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다 큰 처녀가 길 한복판에 주저앉아 떼쓰는 아이마냥 우는 것이 창피한 줄도 모르고 그대로 눈을 맞으며 펑펑 울기 시작했다.
술 먹고 새벽에 전화해 술주정 한번 부리지 못해보고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인 내게 화가 나서, 그 사람을 붙잡지 않고 유학길에 오르게 한 것에 화가 나서, 사고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그에게 다시 돌아와 달라고 말하지 않았던 자신에게 화가 나서 한참을 울었다.
몇 해 전 일이지만 난 아직도 겨울, 깨끗한 눈이 소복이 쌓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해 내리는 것만 봐도 가슴이 뭉클하다.
덧글.
보낼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원고를 보냅니다.
몇 해 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그 사람은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교통사고로 죽었습니다.
이 글은, 제 심장이 박제된 것이 아님을, 그 친구를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할 것을 다짐하는,
제게 보내는 일종의 응원입니다.
*이 사연은 경기 남양주시 금곡동에서 안OO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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