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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패션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산업 디자이너?

그러고 보니 세상에는 정말 많은 디자인의 분야가 존재하는군요! 'ㅁ'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릴 디자이너는 조금은 색다른 분야의 디자이너입니다. 

바로 재활용 디자이너~! 
일명 '그린 디자이너'라고도 하죠? ^^

다른 디자인이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면
재활용 디자이너는 버려진 물건에 '예술'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조금은 낯설지만 무언가 특별함이 있는 재활용 디자이너를 만나기 위해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취재팀이
경기도 양평의 한 폐교를 찾아갔습니다!

<물건의 재구성>이라는 책으로도 유명한,
<아름다운 자연학교>의 연정태 씨
를 만나기 위해서였죠~ 후후후.. 
여러분도 함께 고고-

<아름다운 자연학교>의 연정태 씨
세상을 위무하는 재활용 디자이너 

 삶은 누구에게나 아트인데, 다행히도 그 장르는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허무 개그처럼
 살아가고, 누군가는 범죄 스릴러처럼 살아간다. 어떤 이는 정물화 속 시계처럼 똑딱거리며,
 다른 이는 정오의 흑백 사진처럼 뿌옇게 산다. 연정태 씨에게 삶은 그가 사용하는 연장처럼
 자신을 마모시켜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재창조의 나날이다.
 세상은 그걸 ‘그린 디자인’이라고 말하고 그를 ‘재활용 디자이너’라고 부른다.



1 민들레가 무성한 운동장 한 구석, 버려진 짐볼로 만든 지구본 옆에서 연정태 씨가 포즈를 취해 주었다.


고철, 망가진 가구, 버려진 그릇 등 버려진 물건을 가지고 연정태 씨가 만들어내는 작품의 폭은 상상 이상이다. 스테인리스 숟가락과 밥그릇으로 처마 밑의 ‘풍경’을 만들어 달고, 황학동에 버려진 수 천장의 레코드판을 주택의 지붕에 올리기도 했다. ‘의자 두 개를 뒤집어 만든 테이블’은 아내의 심사를 통과해 화장대로 사용하고 있고, ‘뼈다귀 담는 그릇’은 ‘와인진열장’으로 거듭났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재활용 작업, 혹은 만들기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연정태 씨는 <물건의 재구성(연정태•리더스하우스)>이란 책을 펴내 아이디어를 대방출했다. 이 유일무이한 물건들의 ‘조물주’를 만나기 위해 ‘멋진 신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양평으로 엉뚱한 사기꾼을 찾아가다

연정태 씨는 ‘서울’이란 도시를 성공적으로 탈출해 있었다. ‘아름다운 가게’가 양평 용문사 근처의 폐교를 빌려 운영했던 <아름다운 자연학교>가 지금의 양평 부안초교 자리로 옮기는 동안 그도 ‘아름다운 가게’의 디자인 간사에서 전업 디자이너로 독립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거의 모든 작업 재료를 ‘아름다운 가게’의 재활용 수집품 창고에서 공급받으며 <아름다운 자연학교>를 이끌어가고 있다. 반년 전부터는 가족의 거주지도 이곳으로 완전히 옮겨서 명실상부한 양평 주민이 됐다. 작은 강아지 ‘빠삐’가 꽤 넓은 학교 운동장을 골키퍼처럼 지키고 있었고, 그가 직접 방부목을 구입해 아름드리나무 그늘 아래 짜 놓은 단상 위에는 여름날의 텐트가 문을 활짝 열고 있었다. 일반인을 상대로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하고 여름방학 기간에는 각국의 젊은이들이 참가하는 ‘국제워크캠프’가 2주 동안 이곳에서 열린다. 또 수시로 그와 인연을 맺고 있는 단체 혹은 지인들이 찾아와 주말을 보낸다. 

2 그가 만든 ‘하늘정원’의 페트병 지붕과 스테인리스 숟가락 풍경.3 작업실 안에 가득한 각종 연장들.


그를 방문한 5월 말에 연정태 씨는 7월에 있을 ‘국제워크캠프’와 가을에 있을 남이섬 전시 준비로 분주했다. 온갖 연장이 가득한 그의 작업실에는 아내가 쓰던 파란 짐볼로 만든 지구본이 꼴을 거의 갖춰가고 있었다. 10여 년간 상품 디자이너 겸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던 그의 경력과 지금의 모습은 어딘가 닮은 듯 역설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상품 디자이너란 소비의 첨병 같은 것이 아닌가. 지금의 그는 재활용 디자이너, 디자인 칼럼니스트, 환경운동가, 시민단체 활동가 등으로 불리며 ‘대량 생산, 대량 소비라는 폭력적인 굴레’에서 세상을 이탈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만난 그는 상품 디자이너든, 재활용 디자이너든 ‘본질’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잘라 말했다.

“다 사기(詐欺)예요.”

겸양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알쏭달쏭한 화두. “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니까요. 피카소도 자신의 작품을 ‘사기’라고 했었죠.‘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로 가는가?’, 그런 본질적인 것에 비교하자면 이 작업은 모두 작위적이라는 뜻입니다.”

4, 5, 7, 10 신호등도 교통 삼각뿔도 그의 손에 가면 다시 ‘생’을 부여 받는다.


색 바랜 캡 모자, 소매 끝이 닳은 티셔츠, 허름한 청바지를 입은 지천명의 디자이너 안에서 예술가와 철학자가 함께 나와 말을 걸어왔다. “사실 새삼스러운 이야기예요. 십 년, 이십 년 전에는 당연히 재활용을 했으니까요. 지금은 그걸 인위적으로 하고 있을 뿐이죠.” 그는 자신의 행위가 ‘버려진 물건 안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그대로 가져오는 얌체 같은 전략’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그는 물건이 가진 고유의 ‘잠재적 동태’를 잘 관찰해서 끌어낼 뿐이라는 것이다. 숨겨진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하면 쉽게 ‘다 썼다’며 쓰레기통에 던질 수 없게 된다.

심지어 그는 물건에도 ‘권리 장전’이 있다고 했다.

아무렇게나 만들어지지 않을 권리-생(生), 존중받으며 사용될 권리-로(老), 함부로 버림받지 않을 권리-병(病). 제대로 버려질 권리-사(死)가 그것이다. 그것이 ‘얌체 같은 사기’의 내용이고 정신이라면, 얼마나 반가운 사기꾼인가.

6 양평군 [아름다운 자연학교] 정문. 8 ‘국제워크캠프’자원봉사자들과 만든 현판. 9 자연학교 운동장을 지키고 있는 작은 강아지‘삐삐’, 이 녀석의 집도 재활용 작품이다.



당신 안의 호모파베르

‘그의 사기’가 처음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재활용 작업에 대해 ‘대단한 사명감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그는 어린 시절 고치고 분해하고 만들기를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손재주가 탁월했지만 정작 대학에서는 지리학을, 대학원에서는 도시 설계를 전공했다. 다만, 젊은 시절 학생운동 차원에서 공장근로자로 일했던 3년이 지금에 와서는 소중한 배움이 됐다. 가난한 지인들은 고칠 물건이 있으면 ‘맥가이버’ 뺨치는 그를 호출하곤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삐걱거리는 소리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던 지인의 현관문을 고쳐준 일이다. 철사 옷걸이로 링을 만들어 경첩에 끼우는 것으로 그는 2년간의 고통을 2분 만에 해결해 주었다. 지금 그가 재활용 디자이너가 된 것은 그동안 살아온 삶의 정•반•합적 결론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사기’에 미심쩍은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복잡하고 위험해 보이는 장비들을 사용해 쇠나 유리를 자르고 붙이는 작업은 종이를 자르고 철사를 구부리는 것과 다른 차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이 그저 ‘재미있는 만들기’라고 주장했다.


“목공교실에 가거나 한옥 건축을 배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처음에는 의욕적이지만 나중에는 흐지부지되고 말아요. 처음부터 원리 원칙과 장인 레벨의 목공 기술을 가르치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란다. 백번의 구상이 한 번의 시도만 못 하다. 그냥 내키는 대로 만들어 보는 것이 ‘만들기’의 시작이고 작은 시도를 통해 성취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그러면 당신의 가슴 한구석에 연장통처럼 웅크리고 있던 호모파베르(Homo faber, 도구를 만드는 인간)가 고개를 들어 기쁘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라고. 석유와 명주실만으로 유리의 단면을 깨끗하게 잘라내는 그만의 기술도 그렇게 나온 것이다. 아무래도 그의 책 <물건의 재구성>을 좀 더 뒤적여봐야겠다.

11, ‘아름다운 가게’ 안국동 본부 옥상에 있는‘하늘정원’. 풀무원이 기증한 기금으로 간사들과 힘을 합쳐 만든 다용도 공간이다. 썩은 나무를 재활용한 멋스러운 울타리, 와인병 조명, 페트병 지붕 등이 눈에 띈다.



조화로운 인간 '만들기'

왜곡된 본질을 다시 깨닫는 지름길이 바로 ‘만들기’란다. 테이블을 직접 만들어 보면 ‘과연 좋은 테이블이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아파트는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공간이에요. 그런데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한옥이나 시골의 주택에서 사는 아이들을 보고 ‘거지 같이 산다’고 말해요. 집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죠.”
신발을 벗을 수 있는 툇마루, 온몸을 따듯하게 해주는 온돌이 있는 가옥 구조야말로 우리의 생활 습관에 어울리는 것인데, 아이들마저 겉모습으로 판단하고 배려 없이 말한다. 철없는 언행이 다른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는 것을 보면 ‘생명이 없는 물건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들은 대개 생명이 있는 존재들에게도 같은 태도를 보인’다는 그의 지론이 안타깝게도 들어맞는 것 같다. 
연정태 씨는 아들의 돌잡이 상에 연필이나 책 대신 드릴, 멍키 스패너, 망치, 먹줄 등의 연장을 잔뜩 늘어놓고 아기가 망치를 잡자 쾌재를 부른 사람이다. ‘사물의 이치와 노동의 가치를 몸소 부닥쳐 깨닫고 이해하는 조화로운 인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에게는 재료의 귀천도 없다. 나무가 가장 다루기에 쉬운 재료이기는 하지만 플라스틱이라고 함부로 생각하지 않는다.‘ 플라스틱을 무조건 싸구려라고 생각하는 그 사람들이 오히려 싸구려’라고 일침을 놓는다.

풀무원의 지원으로 ‘아름다운가게’ 안국동 본부 옥상에 하늘 정원을 만들 때
그는 페트병으로 기와집을 지었다.


몇 년씩 비바람과 햇빛에 방치되어도 변하지 않는 플라스틱의 특성이 환경을 오염시키지만 지붕재로는 쓸 만한 내구성을 가진 셈이다. ‘단점의 반대쪽은 장점’이라는 생각의 재구성이 적용된 경우다.

13, 14, 15 그에게 숨겨진 가능성이 발견되어 함부로 버림받지 않고, 새로운 소명을 부여 받은 물건들. 16 와인병과 식판이 조명으로 재탄생했다.



당당하고 아름다운 소멸

그가 재구성하는 영역은 물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기적인 마음, 끊어진 관계, 낭비되는 시간, 버려진 공간, 왜곡된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 소외된 사람까지 그는 거의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눈을 가졌다. 함부로 말하지도, 함부로 판단하지도 않는 그는 사실 인터뷰가 조심스러운 사람, 그러나 만남의 여운은 오래가는 사람이기도 했다. 철학자 이청 씨는 그를 ‘세상을 위무하는 손’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했었다. 그가 만들어 내는 물건들의 쓰임새는 어쩐지 따뜻하다. 생각의 중심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엉뚱한 이야기 같지만 그는 ‘첫 번째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다. 외딴곳의 자판기 커피가 위생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몇십 년 전부터 그는 맨 처음 뽑은 커피를 자신의 몫으로 가져간다. 혹시 벌레나 더러운 것들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 차마 남에게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줄 때는 네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주는 거야.”라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말씀을 강박적으로 지키며 산다.
인터뷰 말미에 문득 ‘무릎팍 도사’식의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의 최종 꿈은 무엇입니까?”

사실 예상 답안은 있었다. 책에 보면 ‘그의 꿈은 그가 발명하거나 디자인한 제품을 생산하는 작은 공장이 많이 생겨나, 장애우나 노인, 여성 등 노동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의 좋은 일터가 곳곳에 자리잡는 것’이란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당당하고 아름다운 소멸입니다.” ‘사기’에 이은 또 하나의 반전이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것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당당하고 아름답게 살지 않으면 그렇게 죽는 것 또한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사는 동안 그 어떤 재활용의 귀재가 나타나도 더 이상은 재활용할 수 없을 만큼 자신을 철저히 소진하겠다는, 과연 그다운 꿈이었다.
헤어지면서 인터뷰가 실린 본지를 보내주겠다는 말에 그의 마지막 당부는 이런 것이었다. “책은 많이 보내 줄 필요 없어요. 그냥 쌓아두면 아깝잖아요. 이제 아는 사이가 됐으니 언제든 놀러 오세요.”

글을 쓴 천소현은‘여행 기자’로 시작해‘여행 작가’가 되었다가 이제는 그냥‘작가’로 살고 싶은 문학적 편식자다. 긴 여행을 통해 ‘먹고 사는 문제’에 느낀 바 커서 한식조리기능사에 도전 중이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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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끄야 2011.02.28 14: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정말...이런 분도 있군요.

    폐 피티병으로 만들었다는 기와집 사진은 없나요?

    궁금합니다.....

    그리고..정말 훌륭하신 어머니를 두셨네요 저 분..

    전 제 아들에게 저런 말 할 자신이 없다는..

    저부터도 안 그러고 사니까요^^;

    새삼스럽게 부끄부끄.......

  2. 2011.05.06 13:55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풀반장 2011.05.09 09: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죄송합니다만 이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은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 담는 큰 그릇>에 사용된 것으로

      출처를 밝히고 개인블로그로 스크랩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부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ㅜ.ㅠ

  3. BlogIcon 민호 2014.06.07 12:4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름다운자연학교홈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