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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숲에서 놀자] 동강 12경의 절경을 간직한 '칠족령'

<숲에서 놀자> 그 세번째입니다.

여러분들, '동강' 아시죠?
'자연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래프팅 장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동강!

한때 동강댐이 건설 계획이 발표되면서
동강 인근 숲과 자연경관이 없어질 뻔하며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보존해야한다며 주목받던 숲길이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칠족령입니다.

칠족령은 다양한 나무들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군락의 보고일 뿐만아니라
굽이굽이 흘러가는 동강의 절경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어
동강 12경의 대표적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많이 알려졌지만 많은 사람이 찾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칠족령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강원도 정선 백운산 칠족령
옻칠한 개발자국을 따라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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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길을 접한다. 자동차 안에서 만나는 답답한 도로, 많은 인파를 피해가며 걷게 되는 복잡한 도심의 인도, 아이의 손을 잡고 놀이하듯 거니는 집 주변의 산책로 등. 그 중 가장 만나고 싶고, 걷고 싶은 길은 ‘숲 속으로 들어가는 숲길’이 아닌가 싶다.

숲길은 우리를 ‘숲’이라고 하는 신비로운 나라로 인도해주는 마법의 길이다. 숲길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온갖 상념을 잊고 한없이 차분해지는 마음의 여유를 얻게 된다. 김지하 시인은 ‘예감에 가득 찬 숲 그늘’이라는 언어로 이러한 숲길의 신비로움을 표현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많은 숲길 중에서 숲길 본연의 느낌을 가장 잘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백운산의 칠족령을 추천하고 싶다.


자연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 동강
칠족령은 댐 건설 반대 운동으로 유명해지고 지금은 래프팅 장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동강 변에 있는 숲길이다. 아름다운 전통 마을인 제장마을과 문희마을을 이어주는 옛 길이기도 하다. 굴참나무와 신갈나무 등 다양한 넓은 잎나무들이 자생하는, 아름다운 군락의 보고일 뿐 아니라 굽이굽이 흘러가는 동강의 절경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오감을 두루 즐겁게 해주는 소중한 길이다.
칠족령의 정상에 있는 전망대는 동강의 절경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동강 12경으로도 꼽히고 있다. 이 길의 아름다움이 소문으로 알려져 일부러 찾는 등산객들이 적지 않지만, 길의 폭이 좁고 잘 보전되어 있어 숲길을 걷는 재미를 이곳만큼 즐길 수 있는 곳도 흔하지 않다.


옻칠한 개발자국을 따라가다 넋을 잃다
‘칠족령’이라고 하는 길의 어원도 재미있다. 옛날 게장마을(제장마을의 옛이름)에 사는 한 선비가 기르던 개가 사라져 마당을 살피다 가구를 칠하려고 마련해둔 옻나무 진이 담긴 항아리 뚜껑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개가 항아리에 발을 담근 것으로 생각하고 옻나무 진이 묻은 개발자국을 따라가다 이 길에 오르게 되었고, 그곳 풍경을 보며 감탄을 하였다 한다. 그래서 ‘옻칠한 개발자국을 따라가다 발견한 길’이라 하여 ‘칠족령’(柒足嶺)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한다.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단풍이 든 칠족령을 걷다 보면 단풍든 옻나무를 저절로 떠올리게 되니 그럴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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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사)생명의숲국민운동


동강 지킴이들의 삶터, 제장마을
칠족령이 시작되는 마을인 제장마을을 방문하는 것도 이 숲길을 찾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뒤로는 백운산을 두고 앞으로는 동강의 절경을 바라보며 자리한 제장마을은 현재 다섯 가구가 포도나 고추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이 마을은 2004년 시민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핵심보전지역으로 선정하여 1만6,500여 제곱미터(예전 ‘평’ 개념으로는 5,000여 평 정도)의 토지를 매입하여 관리하고 있는 마을이다. 이를 통해 천혜의 보고인 동강을 보전하고 후세에 물려주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곳이다. 오지에 있어 전통의 삶이 남아 있는 제장마을을 방문하고 왜 많은 사람들이 동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느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


칠족령에서 우리는 무엇을 만나게 될까?
모든 숲길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길 자체가 본래 가지고 있던 이야기가 아닌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말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있었던 소중한 그 무엇들. 우리는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는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할 것인가? 나는 왜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마음처럼 자주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가? 이 모든 소중한 이야기들이 숲길에 이어져 있다. 동강과 함께 굽이쳐 이어져가는 칠족령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들을 만나게 될까?

글을 쓴 이수현은 13년간 환경운동단체의 상근활동가로 활동해 오고 있으며, 지금은‘생명의숲국민운동’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다. 숲이 주는 감수성이 사람을 온전하게 만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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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2007년 겨울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