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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경옥 기자의 딸아이 아토피 극복기3] 가려워하는 아이를 안고 눈물로 밤을 지새는 어머니들에게

아이의 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 그것은 유기농 식생활이었다.
지금도 혼자 있을 때면 심각하게 반성하는 일이지만 아이를 임신했을 때
나의 식생활은 무절제 그 자체였다.
기자 신분이라 맛있는 거, 귀한 거 사준다는 사람이 많았고
그 덕분에 장안의 좋다는 음식은 거의 다 먹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좋은 거랍시고 먹었던 기름진,
고단백 고열량의 음식들이 결국은 아이에게 독이 되지 않았나 싶다.

 

 


밥상에서 사라진 것


아이의 아토피를 치유하기 위해 나는 우선 채소류부터 유기농 제품을 쓰기 시작했다.
기본 채소류와 쌀 등 곡류를 유기농 혹은 무농약 제품으로 바꾸고 난 후
우리 식탁에서흰색은 철저하게 사라졌다.
아토피 아이에게 흰 밀가루, 흰 쌀밥, 흰 설탕, 흰 우유 등
아무튼백색 식품은 안 좋다는 게 당시 공부에서 얻은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흰 밀가루를 추방하다 보니 빵, 국수, 만두, 피자, 햄버거 등
밀가루 음식 전체가 금기 음식이 됐다.
흰 쌀밥은 현미와 잡곡밥으로 대체했다.
100
퍼센트 현미밥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50
50 정도의 비율로 섞고 조, 수수 등 다른 곡물로 듬뿍 넣었다.
흰 설탕은 원래부터 음식에 잘 쓰지 않았지만
유기농 설탕으로 바꾸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꿀로 대체했다.
흰 우유를 금지한다는 것은 우유로 만든 유제품 전체를 금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우유는 물론이고 요구르트, 치즈, 버터, 아이스크림도 금지당했다.
아이 뿐만 아니라 우리집에서 둘째 꼬맹이를 제외한 누구도 이 같은 음식들을 먹지 않았다.
백색 식품뿐만 아니라 모든 청량 음료와 인공 첨가물이 들어있는 인스턴트 제품들, 과자류,
라면 등도 우리 식탁에서는 사라졌다.
닭고기, 돼지고기, 등푸른 생선도 최대한 배제했다.

 

스파게티, 만두모든 것을 집에서

예전엔 걸핏하면 외식을 즐기곤 했었는데 밀가루를 배제하고 보니
외식할 만한 곳이 거의 없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칼국수, 냉면, 스파게티, 닭고기, 돼지고기 집을 제외하니 남는 건
쌀국수집과 소고기집 밖에 없었다.
아이가 스파게티를 해달라고 하면 집에서 소고기를 갈아 넣은
유기농 토마토 소스에 쌀국수를 넣어 해줬다.
빵을 먹고 싶어하면 요리 전문 사이트에서 구한 유기농 냉동 빵을 구워줬다.

 

만두를 먹고 싶어하면 집에서 직접 만두를 빚었다.
집에서 우리밀가루로 직접 만두피를 만들고 여기에
쇠고기와 유기농 두부, 유기농 숙주를 넣어 만든 소로 만두를 빚은 뒤
끓은 물에 삶아서 냉동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서 다시 삶아줬다.

 

우유는 성장기 아이에게 전혀 안 먹일 수가 없어 유기농 매장에서 판매하는 청정우유나
산양유 등을 조금씩 먹였고 요구르트도 청정 제품을 골라서 최소한으로 먹이려고 노력했다.

 

먹고 싶은 것을 참는 다섯 살 박이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의 아토피로 인해 정작 건강해진 것은 우리 식구들이었다.
그전까지는 아토피는 물론이고 유기농에 대한 인식,환경에 대한 인식도 전무했던 내가
유기농 전도사가 되면서 먹는 것에 까탈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외식을 가급적 안하고 집에서 만든 친환경 유기농 음식을 즐기다 보니
식구들 전체가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의 아토피로 인해 우리 식구 전체가 제대로 된 먹을 거리에 눈을 떴으니
어찌 보면 하늘이아토피라는 시련을 통해 우리를 복된 방향으로 인도하였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아토피를 극복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아이였다.
자기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이라고 하지만 우리 아이는
엄마가 먹지 말라는 것은 진짜 참고 잘 먹지 않았다.
당시에 큰애가 다섯 살이었는데 그 어린 아이가 먹고 싶은 걸
억지로 참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었다.
아이를 직접 키우셨던 외할머니는 아이의 그런 모습이 안타까워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조금씩 마음이 해이해지는 바로 그 순간

 

글/채경옥(매일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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