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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Recipe/그 푸드? 저 푸드!

누가 '콩'으로 '메주'를 쑤기 시작했을까?......발효식품 '장'의 역사, 된장의 종류~

혹시, 
이런 기억 있으신가요?

방과 후, 따뜻한 아랫목에 뛰어들어갔더니 
떡- 하니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콤콤하고 못생긴 메주, 
할머니가 보물단지처럼 아끼는
장독대 항아리를 몰래 열자 
코끝을 덮치던 고리한 냄새,  
 
며칠째 온 동네를 감싸고 있는 간장 달이는 오묘한 냄새,

킁킁-
주로 후각적인 자극에 기대고 있는 
이 기억들은 모두~
발효식품 '장'에 대한 기억이군요.  +ㅅ+ ㅎㅎ

요즘에는 가족의 수도 많지 않고 손도 많이 가기 때문에
'장'을 담그기보다는 사먹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편인데요. 
예전에는 확실히 집에서 메주를 만들고, 간장을 달이곤 했었지요.

그런데 누가 언제부터
콩으로 메주를 쑤기 시작했을까요?
된장을 먹고, 간장을 달이기 시작한 건,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요?

동양의 발효식품, '장'의 역사와 종류를 더듬어봅니다! 'ㅁ' 

 
      장,
  기다림이 가져다주는
  그 깊고 오롯한 맛


     날마다 장독 뚜껑을 여닫으며 장맛을 기원하던 옛사람들에게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제 조금은 장에게 감사할 때가 되었다. 그럴만한 이유들이 고리고소한 냄새 뒤에
     숨어 있다.



기분 좋은 어수선함, 장 담그는 날
먼 옛날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일 년 내내 걱정 없는 밥상을 만들기 위한 가장 큰 연중행사 두 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김장과 장 담그기. 추운 계절에 몰려 있는 이 큰 숙제를 해치우기 위해 어머니들은 손 마를 새가 없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니 메주들이 뒷방을 차지하고 있기도 했고, 아랫목은 콤콤하게 막 뜨기 시작한 청국장 몫이었다. 때로는 간장 달이는 집에서 풍기는 냄새가 온 동네를 물들이기도 했다. 장과 김치는 ‘늘 집에 있는 음식’이었지만 그 한결같은 존재감을 위해 쏟은 정성은 허투루 볼 일이 아니다.
장은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맛을 낸다. 하루라도 김치가 없으면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구는 이들이 많지만, 그 이상으로 장은 밥상의 중요한 바탕이다. 김치 한 보시기를 치워버리면 허전한 데 그치겠지만, 장이 들어간 음식을 모조리 빼버린다면 달랑 쌀밥만 남은 밥상을 마주하게 될 터이다.
날마다 장독 뚜껑을 여닫으며 장맛을 기원하던 옛사람들에게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제 조금은 장에게 감사할 때가 되었다. 그럴만한 이유들이 고리고소한 냄새 뒤에 숨어 있다. 

잘 묵은 장, 장독대를 차지하기까지

옛 문헌 속에 처음으로 장(醬)이라는 낱말이 등장한 것은 기원 삼사백여 년 전에 쓰였다고 알려진 중국의 경전<주례(周禮)>에서다. 만드는 법도 꽤 자세히 나오는데 ‘고기를 햇볕에 말려 가루로 곱게 빻아 술에 담근 후 여기에 조로 만든 누룩과 소금을 섞고 항아리에 넣는다. 잘 밀폐한 상태에서 백일 동안 어두운 곳에서 숙성하도록 띄워 익힌다’라고 썼다. 염장 발효한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재료가 고기라는 점에서 콩을 쓴 장과는 전혀 다르다.
그러면 누가 콩을 장으로 발효시키기 시작했을까? 콩의 원산지를 만주로 보는 학계의 이론에 따르면 장 문화도 이곳에서 태어났을 확률이 높다. 대부분의 발효식품처럼 콩 재배지에서 자연적으로 장이 생겼다고 치면 이미 기원전 1,500년 전인 청동기 시대부터 장의 원형이 있었다고 추측한다. 막장 같은 형태로 시작해서 지금처럼 음식 맛을 돋우는 조미료로 쓰기에 이른 때는 고조선 시대인 듯하다. 고구려가 만주를 차지하고 있던 시절에 조금씩 제조 기술이 발달하고 다른 나라로도 전파되었던 것이다.
<삼국지>에 보면 ‘고구려 사람들이 발효식품에 능하다’는 구절이 나오고 <삼국사기>에 보면 신라의 이바지 음식에 술이나 기름과 함께 메주가 등장한다. 고구려 유민들이 발해를 세운 직후인 7세기 말에는 이미 메주가 발해의 명물로 널리 알려졌다. 실제로 중국의 <박물지(博物志)>나 <학재점필(學齋佔畢)> 등의 문헌을 보아도 메주를 소개하면서 ‘외국에서 건너온’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어서 8세기쯤 일본에도 장이 건너가면서 제각기 다른 기후와 식생활 속에서 다양한 장 문화가 펼쳐진다. 반면, 고추장은 한참 늦둥이다. 임진왜란 이후인 16세기 말에 한국에 고추가 들어오면서 담그기 시작했다는 통설이 정석인데, 최근 그 이전에도 고추와 고추장이 존재했다는 반론과 의학 문헌 등의 근거들이 제시되었다. 그래도 15세기 정도이니 된장이나 간장에 비해 고추장이 한국 음식을 바꾼 것은 한참 뒤다. 고추장의 원형을 보면 지금보다 고춧가루의 비율이 훨씬 낮고 메줏가루를 많이 쓰고 있다. 그러다가 점점 단맛과 감칠맛을 더해주는 쌀이나 찹쌀, 엿기름들이 들어가고 고춧가루 양이 늘어나면서 붉고 매콤달큰한 고추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구수하고 깊은 맛을 지닌 집 된장, 말갛고 담백한 뒷맛의 간장, 윤기가 흐르는 고추장은 집안의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개화기에 일본간장과 미소가 소개되고 일제강점기에 간장제조회사까지 세워지면서 이런 전통 장들이 설 자리는 조금씩 좁아진다.

어떤 장을 어떤 음식에 넣을까
이렇게 오랜 역사를 지닌 만큼 지역과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장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가장 잘 알아두어야 할 것들은 역시 기본 장들. 된장이 된장이고 간장은 간장일 뿐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벗어나야 시판 장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장을 골라 먹을 수 있다.


된장

재래식 된장_전통 재래식 된장은 콩으로 빚은 메주를 띄워 오랫동안 숙성시킨 것이다. 이 발효 숙성기간 동안 바실러스(Bacillus)균과 공기 중에 존재하는 여러 균이 된장 특유의 맛과 향을 만드는데, 2년에서 3년 사이의 된장이 가장 맛있고 영양 가치도 높음이 밝혀졌다. 아무리 짧더라도 3개월은 숙성을 거쳐야 하는데, 메주와 된장에 자연적으로 피는 곰팡이 독이 이 시기가 지나야만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된장은 맛의 깊이나 영양가로 보아 시판 된장보다 훌륭하지만, 맛의 규격화가 어렵고 위생적인 관리가 쉽지 않은 단점도 있다.

미소_일본된장, 혹은 개량된장이라고 한다. 콩으로만 만드는 재래식 된장과 달리 쌀이나 밀, 보리를 섞어 달고 가벼운 맛이 특징이다. 아스퍼질러스 오리제(Aspergillus oryzae)라는 단일 곰팡이균으로 발효시키는데 비교적 짧은 시간에 숙성이 끝난다. 제조과정이 복잡하지 않아 사실상 많은 시판 된장들이 이런 일본식 개량된장 제조방식을 따른다. 콩을 쪄서 밀가루와 섞고 균을 접종해서 최대한 빨리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재래된장의 탈을 쓴 일본식 된장을 먹고 싶지 않다면 전통 메주로 제대로 묵혀 만들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쌈장_잘게 다진 채소와 갖은 양념을 섞어 날된장을 맛있게 먹도록 만든 장이다. 주로 구운 고기나 채소와 곁들여 먹는데, 오히려 일반 된장보다 활용도가 더 넓어 점점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무침이나 샐러드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강된장_정확히 말하면 ‘강된장 찌개’다. 된장에 양념을 곁들이고 고기와 채소 등 건더기를 버무려 자작하게 졸이듯 끓이는데 물기가 거의 없으므로 양념장처럼 먹기도 한다. 수분이 적은 상태만 유지한다면 여러 가지 재료로 자신만의 조리법을 만들 수 있다.


메주 판매처 
www. 적성시골된장.kr
031-958-5787


 
 글을 쓴 윤나래는 에코 칼럼니스트다. 주로 패션지에 글을 쓰며 일하다 환경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관련 서적을 번역하고 칼럼도 쓰게 됐다. 번역서로는 자연에 대한 정감있는 시선으로 교육과학기술부
 상을 받은 <바다에서 태어났어요>, <폭풍을 불러온 나비>, 지구사랑 환경이야기 시리즈 등이 있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