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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열일곱, 조로증 소년이 꿈꾸는 삶이란...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 리뷰

이런 생각, 종종 하시죠? 

"하루가 너무 길어."
"시간이 너무 안가는 것 같아." 
"봄은 언제 오려나, 난 벌써 여름을 기다리는데."
"오늘은 매우 지루한 하루였어."


시간이 너무 안 가는 것 같고
하루가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때, 
풀반장이 추천해드리는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가장 나이 많은 자식과
가장 나이 어린 부모의 이야기.

누구보다 빨리 늙는 병 '조로증' 으로 인해
열일곱 소년의 마음에 여든의 몸을 지닌,
그래서 이웃의 예순살 할아버지를
유일한 친구로 삼은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인생>
입니다.

남들보다 네배나 빠르게 흐르는 소년의 시간 속에서
과연 그는 어떤 삶을 꿈꾸고 있을까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를 인상깊게 보신 분이나 
부쩍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아쉬운 분들,
하루하루가 별 의미없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분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라는 "선물"에 대해
다시한번 소중함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이 한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김애란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두근두근, 우리 인생  

     현재 우리나라 소설계에서 가장 재능있고 사려 깊은 작가 김애란의 첫 장편소설이다.
    간단하지만 슬프고,
 슬프지만 사랑스러운 이야기.



좋아하는 시 중에 ‘그래도 라는 섬이 있다’는 김승희 시인의 시가 있다.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 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살면서 ‘그래도…’라고 한 번 말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인생이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 다 포기하고 싶을 때. 그 끝에서 우리는 조용히 ‘그래도…’라고 말하게 된다. 그래도 다시 시작해보자, 그래도 다시 살아보자, 그래도 다시 사랑해보자. 우리는 진짜 ‘그래도’라는 섬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너무 어린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름’ 
현재 우리나라 소설계에서 가장 총명하고도 사려 깊고 재능있는 김애란의 첫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우리가 인생에서 겪게 되는 각종 ‘그래도’를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간단하고 슬프다. 
관광단지 공사가 한창인 마을, 아직 자신이 자라서 무엇이 될지 모르는 열일곱 철없는 나이에 덜컥 아이를 가진 부모가 있다. 어린 부모는 불안과 두근거림 속에서 살림을 차린다. 그리고 너무 어린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 ‘아름’은 누구보다 씩씩하고 밝게 자란다. 하지만 아름에게는 미처 다 자라기도 전에 누구보다 빨리 늙어버리는 병, 조로증이 있다. 
열일곱 소년의 마음과 여든의 몸을 지닌 아름은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이웃의 예순 살 할아버지를 유일한 친구로 삼은 아이이다. 고통과 죽음을 늘 곁에 둔 채 상대적으로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을 겪어야 하는 아름은 자연스레 인생에 대해 배우고 느낀다. 아름은 어린 부모의 만남과 연애, 자신이 태어난 이야기를 글로 써서 열여덟 번째 생일에 부모에게 선물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 연애소설을 끝으로 아름은 열일곱 생애를 마친다. 



‘구질구질’해도 인생은 아름답다
소설이자 영화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이야기를 닮기도 한 이 소설은 김애란 소설이 이전에 보여줬던 공식, 슬프고 절망스럽지만 절대로 웃음을 잃지 않는 어른스러움을 보여준다. 1980년생, 이제 갓 서른을 넘은 그녀의 마음에는 누가 들어가 살고 있기에 이토록 따듯하면서도 깊은 정서를 만들어내는 걸까. 
아주 단순하게 이야기하자면 고등학생 남녀가 ‘사고’를 쳐서 나은 아들이 조로증이라는 병에 걸려 남들보다 네 배는 빠른 속도로 늙어가다 열일곱에 죽는다는 이야기는 어찌 보면 완벽한 신파처럼 느껴진다. 혼전임신, 미성년자의 결혼, 불치병의 아이. 하지만 이런 ‘구질구질’한 이야기 속에서,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그리고 심지어 웃음이 번지는 행복이 있다고 말하는 김애란의 소설은 책장을 덮는 순간 살포시 이 책을 안아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가장 웃기는 자식이 되는 것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늙어간다는 것은 인간의 운명이고 치료할 수 없는 병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름이의 병은 우리 모두가 가진 불치병과 똑같다. 다만, 아름이는 우리보다 네 배의 속도로 ‘빠르게’ 그 불치를 경험하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그렇지만 아름이의 철없는 부모와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아름이는 이 병 앞에서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어린 나이에 너무 늙어버린 아름이가 바라는 것은 “가장 웃기는 자식이 되는 것”이다. 
좋은 대학에 가거나 자식을 낳거나 성공을 해서 부모님보다 오래 사는 것이 불가능한 자식이 부모님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두근두근 내 인생>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는 한방의 유머와 시간과 사랑에 대해 눈길을 머무르게 하는 빛나는 문장들이 많다. 예를 들면 이렇다.

 
“네가 뭘 해야 좋을지 나도 모르지만, 네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좀 알지.” 
 
“그게 뭔데요?”
 
 
“미안해하지 않는 거야.”
 
 
“왜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네.”
 
 
“흔치 않은 일이니까……”
 
 
“………”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
 
 
“그러니까 너는,”
 
 
“네, 아빠.”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인생의 비밀을 담은 ‘두근두근’ 
 
어떤 인터뷰에서 김애란은 이 소설의 제목을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고 지은 이유를 ‘두근두근’이라는 말이 ‘설렘’과 ‘위험’을 함께 의미하는 말이어서 라고 했는데 나는 이 말이 인생의 비밀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말이어서 참 위로가 됐다. 위험과 슬픔으로 가득 찬 인생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각자의 인생에서 설레는 마음을 갖고 그 힘든 생을 부지런히 밀어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그것이 그렇게 위로가 될 수가 없다고 말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창비 펴냄) 

 
 글을 쓴 김은주는 <디자인하우스>에서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을 만들 때마다 누군가의
 가슴에 ‘두근두근’ 설레는 신호를 보내고 싶은 발신자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