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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의 본고장 이탈리아에는
세계 슬로푸드 협회에서 설립한 '미식학대학'
이 있는데요.

미식학대학이라....
과연 어떤 것들을 배우는 곳일까요? :)

신기하게도 이곳에서는 '요리'를 배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심지어 칼을 쥐는 것은 물론 손에 물을 묻히는 일도 없다고 하는데요.

요리를 하는 법보다는 먹는 법과 즐기는 법을 배우는 곳~이라는
이탈리아의 '미식학대학'~ !

풀무원의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 오랫동안 '세계인의 밥'이라는 컬럼을 연재중인
조선일보 김성윤 기자가 이곳에 유학을 다녀온 뒤
'미식학대학'에 대한 촘촘한 유학기를 공개했습니다~^^

실제 유학생활 과정에서 느낀 점, 배운 점을 생생하게 담아 
더욱 재미있는 '미식학대학' 유학기~!

우리도 한번 '미식학'을 공부하러 떠나 볼까요?

 
   세계 슬로푸드 협회 ‘미식학대학’ 유학기   
   파스타의 고장에서 
   열정을 되찾다

  쉽게 ‘미식학대학’이라고 번역했지만, 흔히 생각하는 ‘미식(美食)’은 수업의 일부이다. 물론
  이틀 동안 여섯 시간에 걸쳐 햄과 소시지 50가지를 맛본다거나, 하루에 치즈 30가지를 평가하
  는 ‘평범한’ 미식 수업도 있다. 본지 ‘세계인의 밥’이라는 코너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조선
  일보 김성윤 기자의 이탈리아 ‘미식학대학’ 유학기. 



이탈리아로 날아가다
음식을 공부하고 싶지만, 요리를 배우고 싶지 않은 사람이 갈 학교는 많지 않다. 그런데 내게는 이런 학교가 필요했다. 2000년 신문사에 입사해 2003년부터 음식담당기자를 하게 됐다. 일을 할수록 더 좋은 음식기사를 쓰려면 음식에 대한 더 폭넓은 이해와 깊이 있는 지식이 필요하다고 절감하게 됐다. 요리학교라도 다녀볼까 궁리하던 중 눈을 번쩍 뜨게 하는 기사가 2004년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이탈리아에 새로 설립된 ‘미식학대학(University of Gastronomic Sciences)’을 소개하는 기사였다.
차차 설명하겠지만, 음식에 관심 있지만, 요리사가 될 생각은 없는,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에게 맞춤 한 대학이고 과정이었다. 연수를 본격적으로 준비해 2010년 3월 개강에 맞춰 이탈리아에 갔다. ‘음식 문화와 커뮤니케이션(Food Culture and Communications)’이라는 1년짜리 석사과정에서 공부를 마치고 지난 3월 돌아왔다.

요리를 배우는 학교가 아니라고? 
미식학대학은 이탈리아에 본부를 둔 세계 슬로푸드(Slow Food) 협회에서 설립한 대학이다. 학교 관련 정보는 웹 사이트(www.unisg.it)에서 구할 수 있다. 학교 이름을 ‘미식학대학’이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미식과학대학’이라 번역하는 경우도 봤다. ‘사이언스(science)’가 좁은 의미에서 ‘과학’이지만 넓게는 ‘학문’을 뜻하고, 학교에서 음식을 다루는 시각이나 방법도 과학보다는 학문 전반적으로 다룬다. 그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미식학대학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물론 둘 다 우리말로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이름 자체가 생소하고 정확한 번역이 없을 만큼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사람들도 잘 모른다. ‘미식학대학에 다닌다’라고 하면 대개 “아, 이탈리아 음식 배우러 온 요리사세요?”라고 묻는다.
2004년 대학이 세워졌고, 대학원 과정은 2007년에야 만들어졌다. 음식을 공부하지만, 요리를 배우지는 않는다. 손에 물을 묻히거나 칼을 쥐는 일은 없다. 요리사를 양성하기 위해 기술을 가르치는 과정이 아니다. 그렇다고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미각의 사치를 가르치는 학교도 아니다. ‘무엇을 먹느냐’보단 ‘어떻게 먹느냐’에 얽힌 가치를 찾는 데 초점이 맞춰진 학교이다. 현대인이 잃어가는 음식의 가치를 찾으려는 슬로 푸드 운동의 기본 철학을 학문적으로 풀어내는 교육기관이다. 역사, 기호학, 사회학, 인류학, 생물학, 화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통해서 음식에 접근하고 이해한다. 커리큘럼 중 특히 ‘음식 글쓰기(Food Writing)’에 관심이 갔다. 앞으로 한국 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그 꿈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듯싶었다. 실제로 수업은 훌륭한 영어 글쓰기 훈련이었고 자신감도 얻었다.


독특한 입학시험을 치르다
새로운 개념의 학교라 그런지 학생을 뽑는 방식도 색다르다. 추천서, 영어점수, 졸업증명서 따위 일반적인 대학원 입학에 필요한 서류 외에 ‘동기 테스트(Motivational Test)’란 걸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왜 우리 학교에 지원했나요” 물어보는 것이다. 여기 포함된 질문이 독특하다. ‘식사에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는가?(How much time do you dedicate to meals?)’처럼 음식과 관련된 질문은 그나마 평범하다. ‘휴가 때 하기 싫은 일은?(When vacationing, what would you not like to do?)’처럼, 도대체 왜 이런 걸 묻는지 모를 질문까지 무려 24가지 질문에 서술형으로 답해야 한다. 처음에는 ‘질문의 의도가 뭘까’ 고민하다가, 15번이 넘어가면서부터는 그냥 질문을 즐기면서 생각나는 대로 답했다. 돌아보니, 학생 개개인의 성격과 성향을 파악하는 질문들이 아니었나 싶다.

14개국에서 몰려온 ‘음식 환자’들 
대학원은 이탈리아에 있지만, 수업은 100% 영어로 진행된다. 영어로 진행되는 과정과 이탈리아어로 진행되는 과정이 구분돼 있다. 3년제 대학(undergraduate) 과정은 이탈리아어 중심이다. 대학과 이탈리아어 대학원 과정이 있는 본교는 피에몬테 브라(Bra)에 있다. 내가 다녔던 영어 대학원은 에밀리아로마냐 파르마(Parma)에 작년까지 있다가, 올해부터 본교 캠퍼스에 통합됐다. 브라는 슬로푸드 본부가 있는 도시이고, 파르마는 ‘파마잔치즈’로 널리 알려진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와 ‘이탈리아 햄의 왕’이라는 프로슈토의 고향이다.
외국에서 오는 대학원 학생들은 당연히 영어 과정에 집중된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음식 환자’들로 가득하다. 내가 공부 중인 과정에는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그리스, 멕시코, 대만, 일본 등 14개 국적 26명이 등록됐다. 국적이 늘 다양하긴 하지만, 이렇게 다양하기는 개교 이래 처음이란다. 교직원들은 우리 반을 ‘유엔(UN)’이라 부른다.


음식 기행도 수업의 일부
쉽게 ‘미식학대학’이라고 번역했지만, 흔히 생각하는 ‘미식(美食)’은 수업의 일부이다. 물론 이틀 동안 여섯 시간에 걸쳐 햄과 소시지 50가지를 맛본다거나, 하루에 치즈 30가지를 평가하는 ‘평범한’ 미식 수업도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는데, 미국에서는 비만이 질병으로 규정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인 까닭은?’, ‘중국의 부상과 세계 곡물 가격의 변화’ 등 음식과 관련된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이슈를 배우고 토론한다.
대학원 과정에는 여섯 번의 여행이 포함된다. 가장 즐겁고 또 가장 많이 배우는 기회이다. 이탈리아 내 세 지역과 유럽 세 나라를 찾는다. 올해 우리 반은 이탈리아 안에서는 칼라브리아와 프리울리, 토스카나를 방문했고, 이탈리아 바깥으론 그리스 크레타 섬과 벨기에, 스페인 안달루시아를 다녀왔다. 포커스는 물론 음식이다. 유적 관람이나 쇼핑은 포함되지 않는다. 일반 관광객이 가지 않고 가지 못하는 시골을 찾아가 치즈, 햄, 올리브오일, 와인 따위 지역 특산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배운다. 세계적으로 관심 높은 ‘지중해 식단’의 본고장인 크레타 섬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슬로푸드를 통한 세계적 네트워크
학생들이 서로 배우는 것도 수업시간에 배우는 것 못잖다. ‘유엔’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다양한 국적을 가졌지만, 음식이라는 동일한 주제에 관심을 둔 학생들이다. 주말이면 여러 기숙사 중 한곳에 모여서 파티를 하는데, 이때 자기 나라 음식을 하나씩 만들어 들고 온다. 음식에 관해선 웬만큼 안다고 생각했지만, 동기들과 얘기하다 보면 못 먹어본 음식도 처음 듣는 음식도 너무 다양해 자극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도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다가 새로운 커리어를 찾으러 온 이들도 꽤 된다. 여러 다른 업종에서 쌓은 지식과 식견을 공유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함께 공부한 오스트리아에서 광고업에 종사하다 음식 공부하러 온 카롤은 슬로푸드 빈(Wien) 지부에서 일하고 있고, 프랑스 파리지앵 루이즈는 브라에 있는 미식학대학 본교에 취직했고, 일본계 멕시코 미녀 나나에는 레스토랑 컨설턴트가 됐다. 함께 졸업한 나머지 동기생들도 세계 곳곳 음식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거나 일하게 될 것이다. 슬로푸드를 통해 세계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파스타’를 위해 이탈리아 종단
10개월에 걸친 학교 수업은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휴가를 앞두고 모두 끝났다. 1월부터 3월 10일 졸업 전까지 약 2개월 동안 학생들은 인턴십을 해야 한다.
음식과 관련된 일, 학생이 관심 있는 일이면 뭐든 된다. 자신이 선택하고 연락하고 인턴십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한 일을 논문으로 정리해서 제출해야 한다.
일본에서 간호학을 전공하다 음식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깨닫고 더 배우러 온 유이는 토스카나 올리브 농장에서 일했고, 독일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산드로는 본교에서 조교로 일했다.
개인 프로젝트도 가능하다. 나는 ‘단일한, 통일된 이탈리아 음식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취재를 겸해 이탈리아를 종단했다. 이탈리아에 살아보니 자동차로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이웃 도시 간에도 음식이 달랐다. 이 다양하고 다른 음식들을 ‘이탈리아 요리’라는 하나의 단위로 간편하게 뭉뚱그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의문을 풀기 위해 지역음식을 비교 분석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많은 음식을 모두 비교할 수는 없는 일. ‘파스타’라는, 이탈리아 대표 음식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북부와 중부, 남부 여섯 지역의 대표 파스타를 하나씩 뽑았다. 파스타의 재료와 만드는 방식, 요리법, 소스, 서빙 순서와 방식 등을 비교해 과연 ‘이탈리아적 특성’을 공유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책과 논문 등 자료만으로 비교가 가능하지만, 기자라는 직업상 실제 현장을 보고 검증하고 싶었다.
1월 7일 이탈리아 최북단 볼자노에서 시작, 중부 볼로냐와 피렌체, 로마를 거쳐 시칠리아 섬에 있는 팔레르모, 다시 본토 나폴리로 돌아왔다가 3월 초 이탈리아 ‘장화’의 ‘발가락’에 해당하는 칼라브리아에서 대장정을 마쳤다. 한 도시에 두 주 정도 머물면서 지역 대표 파스타를 포함 전통 음식을 악착같이 먹고 마셨고, 그 내용을 논문으로 정리해 제출했다. 논문 심사를 거쳐 3월 10일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음식에 대한 열정을 되찾다 
학교로부터 많은 걸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대부분 일이 그러하듯, ‘어쩜 이렇게 체계가 없고 엉성할까’ 신기할 정도다. 수업이 예고 없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건 다반사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외국 교수들이 수업을 위해 도착하면 항상 놀란다. 대학원은 저명한 학자들을 초빙해 수업을 한다. 교수들은 “수업 전 읽어야 할 자료를 두 달 전에 학교 측에 보냈다”라는데, 우리 학생들은 강의가 시작되고 나서야 자료를 보는 경우가 반 이상이다. 학사 일정이 인터넷에 올라오는데, 강의 내용은 고사하고 제목도 없이 교수의 이름만 달랑 있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학생을 ‘고객으로 모시는’ 대학에 익숙한 미국 학생들은 특히 그렇지만, 다른 나라 학생들도 불만이 많다. 이탈리아 학생들과 교수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음식을 더 넓고 깊게 볼 수 있는 단서와 계기, 동기 부여를 원한다면 여기보다 더 좋은 학교는 없다. 연수 오기 전, 음식이라면 지겹고 심드렁했다. 새로울 것이라곤 없는 것 같았다. 음식 기사를 쓰기 싫었다. 수업을 듣고 동기들과 음식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니, 음식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내가 음식을 얼마나 좋아했던가 재확인했다. ‘음식과 관련한 이런 중요한 이슈들은 꼭 쓰고 싶다’는 의욕이 되살아났다. 음식에 대한 열정과 희망이 재점화된 것, 미식학대학 대학원 과정에서 얻은 제일 큰 소득이 아닌가 싶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김성윤은 어려서부터 글쓰기보다 음식 만들기를 더 좋아한 사내다. 2000년
 <조선일보>에 입사, 국제부, 경영기획실, 산업부를 거쳐 현재 엔터테인먼트부에서 음식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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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미홍 2011.11.17 16: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파스타, 피자의 고장 이탈리아~ 역시 어떤 음식이든 원조인 곳에 가야 참 맛난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