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OHAS Life

동물원 옆길에서 야생 다람쥐를 만나다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숲길
동물원 옆길에서 야생 다람쥐를 만나다

조용한 을 걸으며 느끼는 그 은은한 기분, 그리고 깨달음...
숲이 아니고서는 체험하기 어려운 기분일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주변에 숲 찾기가 쉽지 않죠?
그렇다고 어디 먼 외곽을 찾아 가기도 그렇고.
과천에 있는 서울대공원에 걷기 좋고, 생각하기 좋은 숲길이 있답니다.
자담큰 여름호에서 소개한, 서울대공원 숲길, 지금 같이 걸어 보아요.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담백하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과천 서울대공원 안에 있는 숲길을 찾으면 된다. 동·식물원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이 아담한 숲길에서 뜻밖의 깨달음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삶의 고단함으로 인해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도시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선물로 서울대공원만한 것은 흔치 않다.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서도 그만한 곳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항상 소음에 시달려야 하고 사람들에 치여야 한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물원 옆 한적한 숲길이 6킬로미터
물론, 과천 서울대공원에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소도 존재한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담백하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동물원 옆에 있는 산림욕장의 숲길을 찾으면 된다. 동·식물원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총 길이 6.3킬로미터의 서울대공원 숲길은 다양한 자생식물들과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보석 같은 곳이다. 가벼운 산행을 원하는 도시민들에도 더 없이 좋은 산행코스라 할 수 있다.

황토 흙을 맨발로 걷는 길
서울대공원 숲길은 서울대공원을 감싸고 있는 청계산의 천연림 속에 자리하고 있으며, 소나무, 팥배나무, 생강나무, 신갈나무 등 470여종의 식물과 다람쥐, 산토끼, 족제비, 너구리 및 꿩, 소쩍새, 청딱따구리 등 35종의 동물들이 살고 있다.

숲길은 네 개의 구간으로 나뉘어있는데, '선녀못이 있는 숲', '자연과 함께하는 숲', '생각하는 숲', '얼음골숲', '원앙이숲', '사귐의 숲' 등 특성에 따른 11개의 테마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생각하는 숲' 부근에는 맨발로 걸을 수 있는 450미터 구간이 있는데, 이 길에서는 황토 흙을 맨발로 밟으며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던 흙의 감촉을 맛볼 수도 있다. 각각의 테마 숲 곳곳에 휴식시설들이 마련되어 있어, 숲 속의 벤치에 앉아 바람에 실려 오는 새소리를 듣는 것도 무척이나 행복한 체험이다.

국립공원 수준의 세심한 관리
테마 숲에서의 특별한 체험 이외에도 서울대공원 숲길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또 있다. 우수한 관리 상태도 이 숲길이 가지고 있는 월등한 점이라 할 수 있다. 공원관리사무소가 일상적으로 관리를 하다 보니 도시 인근의 다른 숲길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국립공원 수준의 숲길 체험을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숲길은 필연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탐방객의 안전을 보장하고 쾌적함을 더해주기 위해서는 수시로 적절한 관리를 해주어야만 한다. 자연친화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해주어야만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경관, 아름다운 숲길을 고스란히 돌려줄 수 있다. 서울대공원 숲길을 걷다 보면 세심한 관리의 손길이 탐방객들에게 주는 즐거움에 대해 몸으로 체험하게 되며, 관리하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우러난다.

동물원 옆에 야생 다람쥐가 살고
새 들을 비롯한 야생동물들과의 만남도 숲길을 걸으며 얻을 수 있는 기쁨이다. 산림욕장의 동쪽 입구에는 '다람쥐 광장'이 있다. 아마도 그 인근 숲에서 다람쥐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일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공원 숲길에서는 다람쥐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숲길을 조용히 걷다 보면 길 한편에서 분주히 뭔가를 하다 낯선 방문객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예쁜 다람쥐를 만나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그럴 때면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묘한 기분이 생기는 걸 어쩔 수 없다. 많은 야생동물들이 우리에 묶여 사는 동물원 바로 옆에서 야생의 조건 그대로 살고 있는 다람쥐를 만나다니. 인공 공간과 야생 공간의 당혹스러운 공존! 그래서 더욱 좁은 우리 안에 갇혀 사는 동물들이 안쓰러워진다.

사람이고 동물이고 있어야 할 곳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 아닐까?

노약자와 장애인들을 제외한다면 내 몸이 편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희생을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는 즐거움을 위해 다른 생명들의 희생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동물원 옆 숲길을 걸으며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짐을 피할 수 없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이수현은 13년간 환경운동단체의 상근활동가로 활동해 오고 있으며, 지금은 '생명의숲국민운동' 사무처장으로 일하고 있다. 숲이 주는 감수성이 사람을 온전하게 만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본 기사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2008년 여름호에 게재되었던 내용을

블로그에 맞게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