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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살며 사랑하며] 이번 겨울 눈사람 만들어보신 분?...눈사람의 추억

어린 시절 눈내리는 날이면 왠지 모르게 무척이나 들떴던 것 같습니다.

옷이 다 젖어 축축해지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놀다 집에 오면
이미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기 일쑤였죠~

오늘 소개해드릴 내용은 어린시절 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사연인데요.
아마 눈사람을 한번이라도 만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

아참~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바로 이 코너 <살며사랑하며>에 독자사연을 응모받고 있답니다. ^^ 

주제는 '벚꽃놀이' 이구요. 벚꽃놀이에 얽힌 에피소드를 보내주시면 된답니다.

원고는 200자 원고지 기준 5장, A4용지 기준 반장 분량으로 작성하셔서
이메일(zine@pulmuone.com)로 보내주시되 이름, 주소, 전화번호는 꼭 기재해주셔야 해요~
채택이 되시면 풀무원 녹즙 흑마늘을 보내드린다고 하니
벚꽃에 대한 추억이 있으신 분은 한번쯤 응모해 보셔도 좋지 않을까요? ^^



<살며 사랑하며>

눈, 눈, 눈사람을 굴려라~


초등학교 6학년 때 첫눈이 소리 없이 많이 왔었다. 매번 첫눈은 잠시 잠깐 왔다가는, 눈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줄 정도로만 내렸지만, 그날은 첫눈치고는 꽤 많은 눈이 왔었다. 펑펑 내리는 눈을 보면서 나와 동생 둘은 방안에 있을 수가 없었다. 강아지만큼 눈을 반기는 것이 아이들이 아니던가. 정말 펑펑 내리는 눈은 언제 그칠지 기약이 없었다. 장갑이며, 목도리며, 두툼한 외투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나서 문을 나섰다. 앞마당에 쌓인 눈을 밟을 때마다 나는 ‘뽀드득, 뽀드득’ 소리에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모자에 소복하게 내려 앉는 눈의 결정체가 탐구생활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온 천지를 하얗게 만드는 눈으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바로 ‘눈사람’을 만드는 것이었다.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잠이 들면 눈사람이 마음껏 온 세상을 활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굴리고 또 굴리고 한참을 굴리자, 동글동글 커다란 몸체가 만들어졌다. 작은 눈덩이를 굴려서 커다란 눈덩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눈사람 몸통 위에 작은 눈덩이를 올리니 비로소 그럴싸한 눈사람 윤곽이 잡혔다. 동생 둘도 자신의 몸집에 맞는 눈사람을 만들고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뭇가지로 눈썹, 코, 입을 만들었다. 멋진 눈사람이 되었다. 못난 곳을 매만지고 다듬어서 최종 마무리 작업까지 완성했다. 나의 분신이 생긴 듯 싶었다. 동생들과 서로의 눈사람을 보면서 깔깔대며 웃었다. 여전히 내리는 눈이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웃었다.

눈사람 만들기가 끝나자 마자 우리는 흰둥이 강아지를 데리고 창고로 갔다. 창고에서 찾은 것은 소 먹일 풀을 재배할 때 쓰는 비료의 빈 부대였다. 거기에 볏짚을 켜켜이 잘 깔아서 뒷동산으로 뛰어올라갔다. 우리는 뒷동산에 오르기가 무섭게 푸대를 배에 깔고 신나게 내려갔다. 하얀 대지 위로 미끄러져 내려가니 가슴이 시원해졌다. 감탄사도 저절로 나왔다.

“야~~호!”

흰둥이 녀석도 푸대에 올리고 쭈욱 밀어주었다. 바둥바둥거리면서 큰눈에 눈물을 가득 품고 미끄러져 내려가던 흰둥이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푸대 눈썰매 놀이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는 흰둥이도 못내 아쉬운지 눈밭을 몇 바퀴 돌고 난 후에야 뒤를 따랐다. 지금은 그때만큼 첫눈에 기뻐하며 사방을 뛰어다닐 수도 없다. 오는 눈을 감상하며 추억에 젖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하지만 올해 첫눈이 오면 작은 눈사람이라도 만들어봐야겠다.

*이 사연은 인천 부평구 부평동에서 한OO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